왕좌의 게임 1
조지 R. R. 마틴 지음
이수현 옮김/은행나무

왕좌의 게임 2
조지 R. R. 마틴 지음
이수현 옮김/은행나무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소설은 부디 꼭 읽어 보라. 등장인물은 신기한 마법을 부르지 않는다. 우리처럼 보통 인간의 능력을 지녔다. 서양 중세 유럽 분위기다. 우리나라 삼국시대 비슷하다. 계급 사회다. 왕, 귀족, 평민, 천민의 구분이 엄격하다. 각 인물의 욕망이 겹치면서 대결과 운명이 나타난다. 사극을 좋아한다면 최고다. 판타지의 탈을 쓴 '가상 역사물'이다.

이 소설의 무대인 세븐 킹덤 지도를 보면 영국이 떠오른다. 왼쪽 상단에 보이는 섬은 아일랜드로 보인다. 테온의 집안인 그레이조이 가문이 이 아이언 섬을 지배하는데, 반란을 일으키자 스타크 가문에 의해 진압된다. 원서에 나오는 단어는 영국 영어다. 표현은 미국식이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 역사를 가상 세계로 끌어다 비틀어 쓴 모양새다.

목차를 보면 사람 이름만 줄줄이 나온다. 이는 작가의 독특한 전개 방식 때문이다. 이에 따라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며 사건을 전개한다. 또한 특정 인물에 대해 편애하는 시각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특정 인물에게 애정을 조금이라도 주고 있을라 치면 그 사람이 운명에 의해 죽게 된다. 이런 냉정한 작가라니. 그래,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참 인생 허망하더라. 종종 읽기를 중단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이야기에 비약이 없다. 사건 전개가 튼튼하다. 특히, 대사는 최강이다.

이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곧 죽을 등장인물조차 그의 과거, 외모, 성격, 심리를 꼼꼼하고 정확하게 썼다. 각종 옷과 음식 묘사도 일품이다.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는 티리온에게 정이 간다. 왕비의 동생이지만 난쟁이다. 유머 감각과 바른 판단으로 험한 세상에서 균형있게 살려는 사람이다. 존이 왜 책을 많이 읽느냐고 묻자 티리온이 대답한다. "형에게는 검이 있고 로버트 왕에게는 해머가 있듯이 내겐 마음이 있는 거야. 그리고 그 마음은 검이 숫돌을 필요로 하듯 책을 필요로 하지. 그 날을 날카롭게 유지하려면 말이야."

1부는 앞으로 일어난 전쟁의 시작을 보여주고 끝난다. 자세한 이야기는 적지 않겠다. 아직 읽지 않은 분을 위해 슬쩍 하나 말해 주자면, 이야기 초반부에 다이어울프와 숫사슴의 죽음은 앞으로 일어날 일의 암시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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