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아서 C. 클라크 지음
-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펴냄
작가의 튼튼한 과학 지식으로 쓰여진 SF라서 허구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외계인에 의해 인류가 진화되었다는 독특한 가정이 이 소설의 재미다.
SF라고 하면 괴상한 외계인이 나타나 그에 맞서 우리의 영웅 인간이 싸워 이겨 마침내 우주의 평화가 찾아온다. 괴상한 모양의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거나 우주 전쟁을 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류의 활극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서 클라크의 이 작품은 그런 게 없다. 이 소설에는 괴상하게 생긴 외계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아예 묘사되어 있지 않다.
소설의 시작은 파충류의 시대가 끝난 시기에 지구다. 인간 원숭이들은 배고픔에 허덕인다. 어느 날 그들에게 이상한 돌(선돌)이 나타난다. 그 돌은 바로 외계인 설치한 것이다. 그 돌은 인간 원숭이들 중에서 몇 명을 골라 도구의 발명을 시키는 등 문명을 가르쳐 준다. 그리하여 인류는 혹독한 환경에서 승리자가 된다. 그러나 지금 그 도구는 인간 자체를 위협하는 무기로 바뀌었다. 곧 핵무기.
인류가 달에 정착한 시기. 그러나 소련과 미국의 대립은 여전하고 국경선도 여전하고 핵무기의 위협도 여전하다. 프로이드 박사는 달 기지에 이상한 물체를 조사하러 달로 간다. 달의 중심에 있는 타이코 분화구에 있는 TMA-1(앞에 말한 선돌과 같이 인류를 가르치기 위해 외계인이 설치한 물질)이다. 그것을 조사한 결과 3백만 년 전에 있었던 물질이었다. TMA-1은 빛을 받더니, 갑자기 날카로운 전자 굉음을 낸다.
디스카버리 호가 토성 탐사를 위해 떠났다. 그 우주선에는 깨어 있는 폴과 보먼, 그리고 동면 상태의 우주인이 있다. 또 '할 9000'이라는 컴퓨터가 우주선을 통제한다. 동료를 잃는 어려움을 겪고 토성에 도착한 보먼은 토성의 띠 중 유난히 반짝이는 제이페투스에 도착해서 TMA-1과 비슷한 물체를 발견한다. 보먼은 끝없는 심연을 빨려 들어가고, 초우주의 세계를 경험한다. 창조자(외계인)에 의해서 그는 영원의 순간을 지나 아이(스타 차일드)가 된다. 그는 핵폭발로 인간의 역사를 마감시키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심한다.
핵폭발에 의해서 인류가 우주에서 사라진다는 결말은 아마도 이 작품이 냉전 시대에 쓰여진 탓이리라. 미국과 소련의 대립에 중국이 작고 빈곤한 나라들에게 핵무기와 발사 장치를 판매한다.
우리 스스로가 문명을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발달한 외계인이 인류 문명의 탄생과 종말을 좌우한다는 작품 전체의 전제가 놀랍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독자가 실제로 우주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작가의 과학 지식과 글재주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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