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민음사


포스트모더니즘 소설 기법이 독자를 당황케 하거나 즐겁게 한다. 소설 속의 소설. 현실과 가상의 혼합. 시간 질서의 파괴.

아내 베라와 내가 성에서 하룻밤을 묵는다는 단순한 이야기 틀에 나의 소설과 드방 드농의 소설이 교차되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실과 소설이 뒤엉켜 전개된다.

작중 화자인 나는 소설의 첫머리에 느림의 미학과 매력에 대해서 말한다. 그런 후, 3단계의 느리고 여유 있는 T부인과 기사의 사랑을 다룬 드방 드농의 소설의 전개와 여유 없고 급한 현대인의 사랑을 다룬 나의 소설이 그 이야기 구조상 유사한 동시에 그 사랑의 행위에 있어서는 크게 대조가 되어 전개된다. 작가는 이런 전개를 통해 현대인의 순간적이고 단순한 사랑과 성교에 대해서 비난한다. 또 매스컴에 신경 쓰는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 현대인의 즉흥적인 사고나 행동을 춤꾼이라고 하면서 비웃는다.

작중 인물인 내가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에서 갑자기 튀어 나와 "그 다음엔? 그 다음에라니? 그들은 정사를 나눌 것이다, 여러분은 다른 걸 생각했단 말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독자가 정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나는 하하 웃었다.

이 소설 전체의 분위기는 유머다. 글이 가볍고 웃기다. 특히 성교하는 모습을 독특하고 재미있게 묘사했다.

현대인의 즉흥적인 사랑과 성교에 대한 비판. 너 하고 싶니, 나도 하고 싶어. 그럼 시간 낭비하지 말자구! 이것으로 그만인 현대인의 성교. 또한 무엇 때문에 널 사랑한다는 이기적인 사랑에 대해서도 비난한다.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랑이 참사랑이라고 말한다.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라는 실존 수학 기본 방정식이 기억에 남는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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