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에 나는 없었다
-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 공경희 옮김
- 포레 펴냄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반전기술력이 돋보이는, 심리소설이다. 역시 애거사 크리스티다. 추리소설처럼 단서를 흩뿌리려 놓고 하나하나 모조리 회수해서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이야기 기술력은 단연 최고다.
이 소설의 분위기는 봄날처럼 꿈결 같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아 정체성를 찾으려는 주인공의 독백은 나른한 낮잠처럼 몽롱하다. 그리고서는 마지막 문장에서 날카로운 반전이라니. 애거서 크리스티 아니랄까 봐.
자기 기만과 자기 합리성에 갇힌 자아는 실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려 들지 않고 자기만의 몽상에 갇힌다. 자기를 만족시키는 꿈을 꾸게 하다가 찬물을 끼얹듯 현실의 냉정함을 보게 만드는, 작가의 잔인함은 이상한 통쾌감을 준다.
맨 끝 두 문장에 경악하리라. 본인의 실종 사건을 소설로 풀어낸 듯. 겉으로는 성공했으나 남편도 자식도 속을 썩이는데 말을 못하겠고 외톨이일 뿐이라고. 쓰디쓴 커피 마시며 남루한 내 모습을 거울로 보는 기분이 든다.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스토예프스키 #10 [지하로부터의 수기] 반항하고 욕망하는 인간 (0) | 2022.05.26 |
---|---|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스티븐 킹의 사계 봄, 여름 우등생 (0) | 2022.02.20 |
[스탠 바이 미] 스티븐 킹의 사계 가을, 겨울 호흡법 (0) | 2022.02.20 |
[걸] 오쿠다 히데오 - 30대 직장 여성의 세계 (0) | 2022.02.16 |
최후의 끽연자 쓰쓰이 야스타카 급류처럼 단숨에 써 내려간 소설 (0) | 2022.02.16 |
백수귀족 [데몬 소드] 회빙환 없는 판타지 웹소설 추천 (0) | 2021.04.20 |
코기베어 [황제가 돌아왔다] 상태창 없는 웹소설 판타지 추천 (0) | 2021.04.20 |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9 윌키 콜린스 - 권선징악, 코미디 (0) | 2021.03.15 |
도스토예프스키 #18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줄거리 등장인물 독후감 주제 (3) | 2019.05.02 |
재미있는 책 추천 [쾌걸 조로] 존스턴 캐컬리 - 어지러운 시대 (0) | 2018.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