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사건 수첩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
문예춘추사 펴냄

The Case-Book of Sherlock Holmes (1927년)

불멸의 셜록 홈즈

도일은 이 책 서문에 "독자들이여, 이제 셜록 홈즈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라!"고 쓰고 있는데, 기묘하게도 작가는 3년 후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다. 영혼 불멸의 탐정 캐릭터 셜록 홈즈를 남기며 애증과 돈 때문에 이 시리즈를 이어가다가 그렇게 갔다. 작가 이름보다 작중 인물 이름이 더 유명한 '셜록 홈즈 시리즈'는 이 책이 마지막이다.

홈즈는 불사조요, 불멸이요, 전설이다. 작가는 셜록을 죽였으나 독자의 빗발치는 요청과 절실하게 필요한 돈 때문에 홈즈를 살려낸다. 홈즈는 작가의 사망 선언을 거부하고 영원히 죽지 않는 인물이 되었다. 아직도 홈즈가 살아있다고 믿거나 그가 외계인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후대 탐정소설의 주인공은 셜록 홈즈의 자식들처럼 뛰어난 관찰력과 놀라운 추리력을 기본으로 보통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사실상 홈즈는 작가들이 쓰는 탐정소설에서 그 이름과 모습을 바꾸며 끝없이 나타난다.

추리보다는 액션과 공포에 치중한 단편 모음집

셜록 홈즈 시리즈 마지막 책은 공포 분위기와 액션에 치중해서 추리하는 재미가 줄었다. 예전 작풍을 답습하고 그다지 더 나아지지 않아 신선한 맛이 떨어진다. 작가의 이야기 솜씨가 예전만 못하다.

왓슨의 1인칭 서술로 홈즈의 활약을 실제 일어난 일인양 전기문 형식으로 그리는 것이 정석이다. 이 단편집에는 특이하게도 이를 어긴 작품이 나온다. '마자랭의 보석'은 3인칭 서술이다. '피부가 새하얀 병사'과 '사자 갈기'는 홈즈 스스로 사건을 서술한다. 왓슨이 없는 홈즈는 유령처럼 보이고, 왓슨의 구술이 아니라서 어색해 보인다. 이상하다. 이 때문에 코난 도일이 쓴 게 아니라 출판사 직원이 대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토르 교 사건'은 권총 트릭이 기발하다. '기어 다니는 사람'과 '서식스의 흡혈귀'는 기이한 사건으로 시작하더니, 우스꽝스러운 해피닝으로 밝혀진다. '피부가 새하얀 병사'와 '사자 갈기'는 무시무시해 보인 사건에 비해 밝혀진 결과는 평범한 일이다. '세 명의 개리뎁'는 '빨강 머리 연맹'의 재탕이고, '마자랭의 보석'은 '빈집의 모험'에 나왔던 인형을 등장시켰다. '쇼스콤 장원'은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나오는 할머니가 생각났다.

전에 발표한 작품과의 일관성이 결여된 부분이 보인다. '실버 블레이즈'에서는 홈즈가 경마 박사고 왓슨이 문외한인데, '쇼스콤 장원'에서는 정반대다. 시리즈의 작품마다 일관성을 결여하는 일관성이라니. 도일은 기분 내키는 대로 빨리 써서 돈 버는 데만 관심이 있었지, 이깟 싸구려 대중 범죄 소설 따위에 세세한 부분에는 신경을 써서 맞춰 주려는 성의는 없었으리라. 

@ 수록작
1. 고명한 의뢰인 "The Adventure of the Illustrious Client" (1924)
2. 피부가 새하얀 병사 "The Adventure of the Blanched Soldier" (1926)
3. 마자랭의 보석 "The Adventure of the Mazarin Stone" (1921)
4. 세 박공집 "The Adventure of the Three Garridebs" (1924)
5. 서식스의 흡혈귀 "The Adventure of the Sussex Vampire" (1924)
6. 세 명의 개리뎁 "The Adventure of the Three Gables" (1926)
7. 토르 교 사건 "The Problem of Thor Bridge" (1922)
8. 기어 다니는 사람 "The Adventure of the Creeping Man" (1923)
9. 사자 갈기 "The Adventure of the Lion's Mane" (1926)
10. 베일 쓴 하숙인 "The Adventure of the Veiled Lodger" (1927)
11. 쇼스콤 장원 "The Adventure of Shoscombe Old Place" (1927)
12. 은퇴한 물감 제조업자 "The Adventure of the Retired Colourman" (1926)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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