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아트 오브 머더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최내현 옮김
북스피어 펴냄
[심플 아트 오브 머더] 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추리소설 비평론이다. 무척 주관적으로 추리소설을 논하고 있고 어투가 비아냥거림과 반어법이 섞여 있다. 객관적이고 정밀하고 충실한 평론을 기대하진 말기 바란다. 자기랑 비슷한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쓴 해밋만 격찬한다.
챈들러는 추리소설가로서 추리소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심플 아트 오브 머더'라는 짧은 글에 솔직하게 써 놓았다. 일종의 고해 성사 같은 분위기다. 탐정소설을 문학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문학이라고 말하고 싶어. 이런 투다.
"대부분 살인을 다루기에 정신의 앙양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 챈들러는 다르게 썼지. 내 소설을 읽어 봤어? 내가 창조한 필립 말로야말로 진짜 문학다운 탐정소설이야. "소설은 이 남자의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한 도전이다." 다른 추리소설가들의 작품을 묵사발로 만드는 발언이 이어지는데, 그 비판대로라면 챈들러 소설도 허접하긴 마찬가지다.
스스로 인정하듯, 탐정소설은 "수수께끼로서는 충분히 지적이지 못하고, 소설로서는 충분히 예술적이지 못하다." 챈들러는 대단한 문학이라고 평가되긴 어렵지만 자기만의 스타일만은 확실히 확립했다. 필립 말로 스타일은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미국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자로서, 추리소설에 대한 통찰력이 좋다. 후배 작가들은 읽고서 참고할 만하다.
왜 홈즈는 왓슨이 있어야 하고, 왜 푸아로는 헤이스팅스가 있어야 하는가? "살인 소설의 또 다른 문제는 스스로 설정한 문제를 풀어내고 스스로의 질문에 대답하는, 무언가 우울한 폐쇄적인 구조를 가진다는 점이다." 챈들러의 이 말에 답이 있다. 자문자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자신의 추리를 혼자서 중얼중얼 말하는 것은, 정신병자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탐정의 추리를 들어줄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추리소설 구매자에 대한 챈들러의 비아냥거림. "표지에 시체 그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달러라는 정가를 다 주고 구매하기도 한다." 이들이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를 즐겨 읽는 순문학 애독자들은 아니지 않은가.
탐정소설은 애초부터 리얼리티를 포기하고 범인찾기 수수께끼 구조물을 인공적으로 쌓아올린다. 실제 살인 사건은 어떤가? "경찰에게는 잔머리를 쓰는 살인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해결하기 쉽다. 정말 어려운 사건은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살인이다."
앨런 밀른의 '빨강집의 수수께끼'에 대한 비평에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빨강집의 수수께끼'를 먼저 읽은 후에 이 책을 읽도록 하라. 나는 이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그래도 '빨강집의 수수께끼'를 재미있게 읽었다. 밝고 명랑한 소설이다.
단편소설 [스페니시 블러드]도 같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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