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2000년 8월 발행

 

 

작가, 진짜 글을 쓰는 사람은 성공이란 말이 자신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사람들이 말하는 그 성공과는 정반대 편에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사무엘 베케트는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다른 누구도 감히 실패할 수 없는 식으로 실패한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책은 성공한 작가 폴 오스터의 실패 연대기다. 그가 유명한 작가가 되기 이전의 삶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오스터는 이렇게 회고한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나는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는 참담한 시기를 겪었다. 결혼은 이혼으로 끝났고, 글쓰는 일은 수렁에 빠졌으며, 특히 돈 문제에 짓눌려 허덕였다."

폴 오스터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즐거운 책이다. 그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 현실의 어디에서 왔는지 아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실에서 소설로 넘어가는 그 과정을 보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소설들을 읽은 후에 이 책을 읽기 바란다.

이 책을 읽고나면, 폴 오스터 소설의 원천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을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대부분 그 사람들은 소설에서 등장인물로 탄생했다. 놀랐던 것은 폴 오스터가 유명 작가들과 만났다는 점이다. 교정 문제로 저지 코진스키를 직접 만났고, 장 주네의 연설을 통역했다.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쓰는 것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6p 당신을 비롯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밑줄을 치는 부분이다.

원제는 Hand to Mouth다. 빵굽는 타자기로 의역한 재치가 좋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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