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은 왜 정리에 강한가
사토 가시와 지음
정은지 옮김
바다출판사
아트디렉터로서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프로젝트의 회고담이다. 공간, 정보, 사고 등의 정리 방법을 소개했다. 원리는 같다. 54, 55쪽에 정리돼 있다. 아이디어 도출, 문제 해결, 기획, 컨셉 잡기에 고심하는 분께 도움이 될 것이다.
아트디렉터? 사전적 정의로는 '광고 그래픽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미술 감독'이다.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르리라. 저자의 홈페이지에 가면 온갖 상품과 회사 로고를 강렬하면서도 통일된 이미지로 볼 수 있다. 깔끔한 직선형 디자인이다. 대상의 핵심을 콕 찍어 보여준다.
사토 가시와 씨는 일본 유명인사다. 아이디어가 기발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티셔츠를 투명 패트병에 담아 팔기, 노상 주차장에 늘어선 차량에 'SMAP'라고 크게 쓴 커버를 씌우기, 재활병원을 리조트 개념으로 재창조하기 등 톡톡 튀면서도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어차피 할 거 재미있게 해야지."(13쪽) 일하는 자세부터가 남다르다.
이런 사람의 아이디어 도출법은 특별하지 않을까. 비결이 뭘까? 답은 무뚝뚝하게도 정리다. "대상을 정확히 분석해서 정리하고 중심이 되는 요소, 즉 본질을 끄집어내서 하나의 형태로 완성해 나가는 작업"(15쪽)이다. 의외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마법처럼 신기한 방법을 통해 얻는 줄 알았더니, 누구나 다 아는 '정리'다. 정리라고? 정말요, 사토 씨?
모든 것은 정리에서 시작한다. 무엇부터 정리하나? 찾아온 고객의 생각을 정리하라. 이 과정을 글쓴이는 "꽤 까다롭고 힘들다"(25쪽)고 밝혔다. 뭔가 문제가 생겼고 그게 뭔지 몰라서 온 사람들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클라이언트는 환자처럼 불평만 늘어놓는다. 디렉터는 의사처럼 세밀하게 진찰해서 핵심 원인을 찾아야 한다.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는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다. 난해한 철학처럼 들린다.
"아트디렉션은 결코 허상의 이미지를 꾸며 내는 작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대상의 본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표현하는 것이 기본이다."(120쪽) 아이디어는 본질에서 얻어서 표현한다. 본질을 얻는 방법이 정리고, 그 정리로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타난다.
사토 씨의 일처리 과정은 세 단계다.
1. 현상 파악
2. 시점 도입
3. 과제 설정
각 단계의 세부는 이렇다.
1-1. 정보가 보이지 않는다.
1-2. 정보가 보이게 놓는다.
1-3. 정보를 모아서 나열한다.
2-1. 우선순위를 정한다.
2-2. 인과관계를 밝혀낸다.
3-1. 본질을 파악한다.
3-2. 과제를 설정한다.
먼저, 무의식을 의식의 세계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 막연한 생각을 언어로 만들어야, 비로소 보이지 않았던 정보가 보이기 시작하고 드디어 정보를 시점에 따라 모으고 나열할 수 있다. 문장이 안 된다면 핵심 단어만이라도 써 본다.
눈에 보이는 정보를 시점에 따라 정리해 나아간다. 정보가 아무리 많더라도, 관점이 없으면 정리가 안 된다. 정보를 그렇게 분류하거나 나열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정확한 시점에 맞추어 정보를 정리하고 비전을 찾아내어 구조를 세운 다음, 세부 디자인에 들어간다."(121쪽)
독자적인 시점 잡기가 관건이다. 그래야 비전이 나온다. 다른 사람도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 시점'이어야 한다. 이를 어떻게 발견하는가?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버린다. 대상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떨어져서 냉정하게 바라봐야 다면적인 시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시점으로는 아무리 봐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보는 방향이 달라지면 단점이 장점으로 보인다. '소박하고 존재감이 없는' 메이지가쿠인 대학교를 '설치지 않으면서 심지가 강한' 교풍의 학교로, '소장품 없고 역사도 짧은' 국립신미술관을 '신선하고 새로운' 전시장으로 바꾼다. 결과만 보면 쉬워 보이나 그 과정은 어려웠다. 애매한 상황에서 정확한 시점을 찾아내려고 끙끙거려야 했다.
"남의 일을 내 일처럼"(154쪽) 느껴야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정확한 관점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고객한테 끝없이 물어봐야 한다. 수많은 가설 시점을 만들어 시도해야 한다.
정리해서 시점을 발견하라. 그러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그것이 아이디어다.
2011.07.27
목표의식을 갖고 정리하지 않으면 삶이 흐트러진다.
언젠가 읽겠다고 이 책을 집에서 가져왔지만 일에 치여살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언제 책을 가져왔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내 인생을 희미하게 되는 대로 살고 있었다.
고객의 관점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뭔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 해내는 것도 아니다.
단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서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힘들 뿐이다.
책 읽으면서 정리부터 시작했다.
지갑부터 책상에 컴퓨터에 내 인생의 목표와 계획도.
이 블로그도 정리한다.
하나의 강렬한 관점으로 단순하고 명료하게 만들자.
물론 인생도 말이다.
돌이켜 보니, 나는 이 정리술을 나도 모르게 서평을 쓰면서 익히고 있었다. 트위터에 명언(?)을 만들어내는 것도 오랜 서평 쓰기 훈련 덕인 것 같다. 하지만 기술은 기술일 뿐이다. 삶의 의욕과 삶의 목적은 기술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 분명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뿐이다.
자기계발서는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도 목표도 제시해 줄 수 없다. 스스로 자신이 찾아야 한다.
2013.09.01
글쓰기의 영감과 소재도 이미 내 곁에 있다. 정리해서 찾아라.
201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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