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발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펴냄
지난 해 가을 이 책을 읽고난 느낌이 겨울을 지나 복학하고 봄, 여름이 지나 다시 가을의 문턱에 접하는 어제까지 은은하게 남아 있었다. 오늘 다시 읽었으니까 아마 또 다음 해까지 그 느낌은 계속 유지될 듯하다.
조용한 방에서 글을 쓰는 사람, 삶과 죽음의 이미지, 고독, 그런 것들이 참 오랜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읽다 배고파서(어제 점심에 만두, 어제 저녁에 라면, 오늘 아침은 콘후레이크) 쇠고기 국밥을 듬직하게 맛있게 먹었다. 배가 부르니까 역시 졸렸다. 가까스로 졸음을 참고 이 책을 읽었다.
나랑 어울리는 이 책의 다음 구절. "욕구가 없는 남자, 이 세상이 주는 모든 것을 이 남자는 무엇 하나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버지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25쪽)
그 문장은 나를 말하고 있었다. 하루 세 끼 밥과 하루 한 권 책 외에는 아무 욕구도 없는 남자. 젊은 나이에 왕성할 성욕마저 있는지 의심스러운 남자. 그렇다고 글쓰기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하염없이 책만 읽는 남자.
'미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폴 오스터의 초기작 <고독의 발명>. 자전적 냄새가 많이 풍겼다. 작가의 독서 편력을 읽을 수 있었다. 비범한 글쓰기 솜씨와 글읽기 솜씨, 고독, 죽음, 기억, 책쓰기에 대한 독특한 문장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이 책에서 그의 다른 소설들 <뉴욕 삼부작>, <미스터 버티고>, <리바이어던>의 창작 배경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싸구려 탐정 소설을 썼던 것과 대필자(代筆者) 노릇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조금은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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