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07년 8월 발행
커트 보네거트는 2007년 4월 11일 돌아가셨다. 향년 84세.
"미국에 살아 있는 가장 좋은 작가." 노벨상 수상자 그레함 그린이 커트 보네거트한테 보냈던 찬사다. 그 말은 더 쓸 수 없다. 커트는 좋은 곳으로 갔으니. "여러분, 나는 지금 천국에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여전히 그렇게 속삭이건만. 죽었다니, 무슨 소린가. 그는 미국에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제 누가 미국을 제대로 엿먹일 것인가. 이제 누가 미국의 똥 같은 짓거리를 보고 "똥싸고 자빠졌네." 하고 말할 수 있겠는가. 스티븐 킹이? 버거킹이나 드셔. 촘스키가? 좀스럽게 구셔. 커트 보네거트가 더는 책을 쓰지 않는다. 가려워 죽겠는데 시원스레 긁어 줄 사람이 없다. 환장한다.
커트 보네거트의 새 책이 나왔다. 죽은 사람이 환생했나. 천국에서 보낸 선물인가. 아니다. 2년 전 펴낸 책이다. 이제야 국내에 번역되어 나왔다. 잡지에 기고한 낱글을 모았다. 여기에 덤으로 작가가 직접 쓰고 그린 경구 포스터를 곁들였다.
작가가 그동안 책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말했던 생각을 이 책에 고스란히 잘 모았다. 옛날에 쓴 글인데도 여전히 현재에 딱 들어 맞는다. 결국 이 말은 우리 현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단 뜻이다.
인류가 진보한다고? 무슨 헛소리냐. 우리는 스스로 파멸하고 있다. 석유 먹고 매연 뿜는 네 바퀴 수레를 타고 다니면서 지구 온난화로 발생한 재앙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이 떼죽음 당하는 걸 텔레비전 생중계로 보는 인간들. 그들이 진보했다굽쇼?
미국 돌대가리한테 스트레이트 펀치를! 커트는 말한다. 나는 "나라 없는 사람"이다.
미국은 본래 주인이 없는 땅이다. 그런 땅에 주인이랍시고 떠드는 예일대 C학점 졸업생의 짓거리란 뭔가. "조지 W.부시는 주변에 C학점 상류계급 학생들을 끌어모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역사와 지리를 전혀 모르고 백인 우월주의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이른바 기독교도이며 정말 놀랍게도 정신병자, 즉 영리하고 번듯하게 생겼지만 양심은 전혀 없는 자들이다." (99쪽) "아랍인들이 멍청해 보인다고? 그들은 우리에게 숫자를 줬다. 한번 로마 숫자로 긴 나눗셈을 해보라."(79쪽)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말하길, "미국에서만 돈에 대한 애착이 인간에 대한 애정을 압도한다."(18쪽) 네이팜은 하버드에서 발명되었다.(89쪽)
그가 SF작가로 불리는 게 된 계기는 첫 소설 '자동 피아노'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소설에서는 그는 자신이 일하던 뉴욕 주 스커넥터디 시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 착각했다.
구덩이에 빠진 남자. 소년, 소녀를 만나다. 신데렐라. 카프카. 햄릿. 이 이야기들을 수직과 수평과 곡선으로 분석해 보여주셨다. 어찌나 웃기던지.
책 표지의 비밀은 132쪽에서 밝혀진다. 그 그림을 그린 종이는 스웨덴 사브 자동차 판매부의 메모지다. 맨 위에 커트 보네커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의 직함은 매니저였다.
이 못말리는 블랙유머 풍자가를 처음 대한다면 이 책을 가장 먼저 권하고 싶다. 자, 이 책을 읽었다면 다음엔 뭘 읽느냐고? 당연히 그의 최고작 '제5도살장'이다. 그렇게 가는 거다. 평화롭게 잠들다. 딩동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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