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4 목사관의 살인 - 미스 마플의 치명적 약점

이 책은 예전에 읽다가 포기했었다. 왜 그랬는지 몰랐다. 이번에는 원서로 읽었다. 다시 읽기를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넘어갈 뻔했으나 오기와 인내로 끝까지 읽어냈다.

나만 이런가? 아니었다. 인터넷 검색해 보니, '목사관의 살인'을 읽다가 포기했다고 고백한 블로거가 있었다.

작가는 이야기의 빠른 전개보다는 배경 장소인 세인트 메리와 거기 사는 사람들을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 듯 보인다.

본질적으로 무척 간단한 이야기를 이것저것 불필요한 살을 붙여서 분량을 늘렸고 독자가 엉뚱한 데서 헤매도록 부추기고 결정적 힌트는 거의 후반부에 나온다.

등장인물이 많은데가 사건도 갖가지로 나오고 마플의 장광설 장면도 있다. 이러니 읽다가 포기하고 싶어지지. 뭔가 이야기의 초점이 분명치 못한 인상을 받았다.

세인트 메리 미드는 어떤 곳인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집안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마을 사람들이 알 정도로 아주 작은 시골이다. 딱히 별일도 없고 할일도 없는 곳이다 보니 티타임에 모여 수다를 떨면서 온갖 소식을 전하고 전해받는다.

이 시골 마을에는 사람이 감시 카메라를 대신한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 중이다. 의사 최 씨가 병원에서 퇴근 후 몇 시 몇 분에 집에 도착했는지는 그 집 앞에 사는 김 씨 아줌마가 안다. 왜? 지켜 보고 있으니까.

 


미스 마플은 마을의 모든 것을 안다. 마을 사람들의 비밀을 추론해서 알아낸다. 거의 대부분 옳다. 새를 관찰한다는 핑계로 쌍안경으로 앞집 옆집 사람들의 집 안 출입을 유심히 살펴본다.

장편소설 '목사관의 살인'은 미스 마플의 치명적인 단점을 범인들이 이용한다. 이 참견쟁이 할매한테 일부러 관찰을 당해서 자신들의 알리바이를 만들어낸다. 이게 핵심이다. 나머지는 자잘한 트릭, 꼼수, 잔머리, 즉흥 대응이었다.

동네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미워하는, 성격 더럽고 말씨 사나운 프로더로 대령이 목사관에서 총에 맞은 채 시체로 발견된다.

로렌스 레딩이라는 화가가 자신이 총으로 대령을 쏴서 죽였다고 자수한다. 하지만 범행 시각에 그는 그 자리에 없었다.

레딩과 불륜 관계였던 앤 프로더로는 자신이 남편을 죽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앤을 목격한 미스 마플은 앤한테 핸드백이 없었다고 진술한다. 즉, 범행 무기인 총을 들고 있지 않았던 것.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미스 마플이 추리로 범인을 알아내지만 물증이 없어서, 함정을 파고 이에 걸려든 범인을 잡고 끝난다.

Posted by 러브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