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4 주머니 속의 호밀 - 마더구스 동요 따라 살인, 인상적인 결말

A Pocket Full of Rye (1953년)

원서로 읽었다.

'주머니 속의 호밀'은 마더구스 동요에 따라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식의 추리소설이다. 아쉽게도 이미 사건이 다 일어난 후에 해당 동요를 알아내는 것으로 나와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비하면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 추가적인 살인은 안 일어나지만 범인이 누군지에 대한 궁금증은 유지된다.

Sing a song of sixpence 라는 동요다. 회사 사장이 커피를 마시다가 죽었는데, 그의 주머니에 호밀이 발견된다. 독살이었다. 이후 사장의 집에서 두 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장의 부인은 빵과 꿀을 먹다가 죽고, 하녀는 빨래가 널리 곳에서 코에 빨래집게가 집힌 채 죽었다. 

이 하녀의 죽음에 미스 마플은 분개한다. 코에 빨래집게라니. 살해당한 것도 억울한데 이런 모욕까지.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반면 형사는 미스 마플의 설명을 들고서 어리둥절해 하고 동요의 blackbirds를 찾아 헤맨다. 그러니까 소설 읽는 독자들이 해매게 된다.

blackbirds는 광산 이름이라는 게 밝혀지고 그 광산의 소유 문제로 사장과 다툼이 있었던 남자의 집안 사람들(부인과 자식들)이 원한을 갖고 있음을 발견한다. 원한 가진 그 사람(딸)이 집 안에 있는 것 같은데...

사건의 진상이 밝힐 수 있는 힌트는 독자가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여러 신문 기사들 중에 하나, 여러 물건들 중에 하나 등으로 제시되어 있다. 자주 쓰는 수법이다. 그러니 뭔가 여러 가지를 나열하면 그 중에 하나가 결정적 힌트가 될 거라 예상해도 좋다. 나중에서야 아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구나 알게 된다. 특히, 이 소설은 결정적 증거가 맨 마지막에 발견된다. 범인의 사진.

소설의 마지막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려면 미스 마플과 하녀의 모습을 맨 처음에 제시하는 것이 좋다.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했고 그 효과는 대단했다. 반면, 원작소설은 미스 마플이 이미 사건이 벌어진 후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참여하는 식이다. 그래도 끝의 결정타는 충분히 잘 전달된다. 슬픔과 아쉬움과 분함과 통쾌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트릭보다는 결말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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