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살인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박순녀 옮김
동서문화사 펴냄
ISBN 9788949702513
'잠자는 살인'의 발표는 작가가 사망한 해인 1976년이다. 이 때문에 미스 마플 시리즈 마지막 작품으로 잘못 알거나 그렇게 알려졌다.
원고를 금고에 계속 보관만 하고 있다가 사후에야 출판되었다. 작가는 작품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커튼'이 보관하다가 사망 전에 출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커튼'은 명작이다. 출간을 미룬 것은 주인공 캐릭터 푸아로가 죽기 때문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미스 마플 생애 시간 순서상 '움직이는 손가락'과 '죽음을 예고합니다' 사이의 시기로 명시했다. 실제 집필 시기가 이쯤일 듯.
미스 마플 시리즈 후반기 작품에 보면, 정원 일 하지 말라고 의사가 충고할 만큼 주인공이 늙었는데, '잠자는 살인'에서는 정원에서 "덩굴풀을 뽑아 내고 있었다."(197쪽)
'깨어진 거울'에서 밴트리 대령이 사망한 것으로 나오는데, '잠자는 살인'에서는 멀쩡하게 살아있다. "미스 마플은 자동차를 세워 두고 이쪽으로 걸어오는 밴트리 대령을 만났다."(61쪽)
결론. 미스 마플의 마지막 사건은 '잠자는 살인'이 아니라 '복수의 여신'이다.
이 소설의 장 제목 중에 하나가 '회상 속의 살인'이다. 이는 푸아로 출연작 '다섯 마리 아기 돼지'의 미국판 제목이기도 하다. 두 작품이 비슷한 소재다. 어렸던 자녀가 성인이 되자 부모님 시절에 일어난 일을 다시 수사해서 범인을 밝힌다. 참, '코끼리는 기억한다'도 같은 부류다.
'잠자는 살인'은 범인을 맞췄다는 독자가 꽤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패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소 식상할 수 있다.
의외의 인물을 범인으로 설정하는 식이라서, 작가가 계속 엉뚱한 데로 모는 것에 피곤함을 느꼈다. 너무 많이 읽는 탓.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많이 읽지 않은 독자라면 그럭저럭 괜찮은 소설일 것이다. 끝이 좀 약하지만. 함정 파서 범인 잡는 식이었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이제야 미스 마플 등장 소설 다 읽었다.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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