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펴냄

부잣집 아가씨, 가난한 청년, 그림 같은 집. 윌리엄 브레이크의 시로 시작한다. 시는 등장인물에 의해 종종 인용된다. 꿈결 같다.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

마이클 로저스가 엘리를 버리고 그레타한테 넘어가나? 초중반까지 살인사건 자체가 안 나오니 범인 잡을 마음은 없고 등장인물 연애에 초점을 맞추고 읽기 쉽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자신의 지난 삶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첫눈에 반한 두 남녀. 집시의 불길한 예언에 굴하지 않으며 전망 좋은 곳에 꿈 같은 집을 짓고 행복하게 살고 싶단다.

 

 

 

애초에 너무 낭만적이고 우연이 많긴 했다. 로맨스의 흔한 이야기 전개라고 여기고 당연시했지. 그걸 추리소설의 반전으로 써먹을 줄이야.

장편소설 '끝없는 밤'의 핵심 반전은 서술이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에서 썼던 그 유명한 트릭. 또 속았다고? 그럴 수밖에 없다. 소설 작중 화자를 신뢰하지 않으면 애초에 독서가 안 된다.

트릭을 반복하면 독자는 화난다. 재탕하시면 안 되죠. 작가 본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 딱히 좋아할 이유는 없다.

패턴은 반복해도 괜찮다. 어차피 장르소설은 익숙한 패턴을 오히려 반긴다. 거의 똑같은 이야기여도 괜찮다. 새로 지은 집에 살기 시작한 신혼 부부. 저주. 승마 중 낙마로 사망. 단편집 '쥐덫' 수록작 '관리인 사건'이네. 반전의 재미만 확실하다면 오케이다. 하지만 서술 트릭을 또 쓰는 건 반칙을 넘어 배신이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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