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 마법학교 미스터리

해리 포터의 마법 학교 입학 이야기다. 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설렘을 되새겨 주었다. 새 가방, 새 공책, 새 교과서, 새 연필. 새로 만나게 될 학우들과 선생님들. 초등학교에 엄마 손을 꼭 잡고 갔을 때 그 긴장감이 떠올랐다. 뭔가를 처음 배우는 순간은 떨리고 두렵고 놀랍다. 꼭 마법뿐이랴.

현실 세계에서 왕따였던 소년, 알고보니 마법 세계의 스타? 이런 얘기다. 놀랍게도, 해리 포터라는 이름이 전세계에 알려질 거라는 문장이 본문에 나온다. 예언은 실현되었다. 이제, 해리 포터는 전세계에 유명한 소설 주인공이다.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도 지긋지긋하고 구질구질하고 재미없는 현실 세계에서 오늘도 가까스로 버티며 살고 있다면 가상의 이야기에서나마 자신이 놀라운 재능의 소유자로 태어나길 바라는 건 당연한다. 이 주인공에 감정 이입은 저절로 된다. 그만큼 세상 살기가 얘나 어른이나 만만치 않아서일까. 그렇게들 현실 세계가 지루했단 말인가.

생활 보조금을 받아가며 가까스로 살던 이혼녀, 마법사 이야기를 써서 부자가 되다. 이 소설의 작가, 조앤 롤링 또한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이같은 성공 실화는 같은 자리에서 벼락 세 번 연속으로 맞거나 로또 복권 일등에 내리 다섯 번 붙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말 그대로 마법 같은 얘기다. 마법 이야기를 써서 마법을 이루다니.

해리 포터의 성공은 한국 사람들의 눈을 판타지 장르에 모으게 했다. 절판을 거듭하던 어스시 시리즈가 부활하고, 반지의 제왕이 인기를 끌었다. 도서출판 예문에서 1991년에 발행한 3권짜리 반지전쟁을 소장하는 나로서는, 요즘 국내 출판 현실이 그야말로 판타지다. 장르소설만 다루는 잡지까지 나온다. 판타지보다 현실이 더 놀랍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요즘 사람들 책 읽기 싫어한다는 정설을 뒤집었다. 동시에, 재미있는 책이면 누구나 읽게 된다는 또 하나의 정설을 세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체가 아니라 내용이다. 책이든 영화든 뭐든 내용이 재미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베스트셀러라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베스트셀러면 무조건 의심부터하는 버릇도 좋다 할 수 없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지 무려 구 년만에 읽었다. 도서관에서 워낙들 많이 대여해서 읽은지라 표지가 너널너널할 지경이다. 책장을 넘기며 도대체 왜 이 소설에 난리인지 알고 싶었다. 마침내 끝장을 덮고서야, 이 소설이 잘 짠 미스터리임을 깨달았다. 판타지는 내용이고, 형식은 미스터리였다.

1권 상을 읽었을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쓴다고 생각했지, 치밀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여기진 않았다. 1권 하까지 읽고서야 웬만한 추리소설 저리 가랄 정도로 잘 쓴 소설임을 알았다. 독자의 궁금증을 유지시키며 책장을 계속 넘기게 이야기를 만든 솜씨에 경악했다. 사건과 사물을 치밀하게 엮으며 다음이 궁금하도록 무척 공을 들여 배열했다.

마법 학교 입학이라는 흐름 속에 미스터리를 넣은 점이 성공의 요인이었다. 단지 판타지였다면, 그냥 학원물이었다면 과연 이렇게 재미있게 많이 사람들한테 읽혔을까. 그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인 것은 미스터리였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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