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롤링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 상상 세계의 현실적 대결 구도
흥미롭게도, 이 마법 세계의 대결 구도가 우리 현실 세계와 똑같다. 말포이와 포터는 재능 없는 자와 재능 있는 자의 싸움이고, 말포이 가문와 위즐리 가문의 부자와 빈자의 다툼이고, 말포이와 헤르미온느는 순수 혈통과 잡종 혈통의 으르렁거림이다.
전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읽었다면, 이번 편이 어떻게 흐르게 될지 짐작할 수 있다. 마법학교 2학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비밀의 방에 대한 미스터리를 푼다. 다음 편도 그렇다. 같은 형식이다. 그걸 반복한다. 소설가는 편을 거듭하면서 자신이 구축한 이 이야기 형식에 하나씩 덧붙였다. 이번 편은 전편의 이야기 형식과 똑같이 흐르면서 대결을 더했다.
전편을 읽지 않은 독자라도 이번 편을 읽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이번 편을 전개하면서 전편을 간략히 설명해 놓았다. 각 편은 독립적이다. 하나의 수수께끼 해결 과정에 각 편의 초점이 있다. 마법학교의 한 학년 생활을 적은 일지로도 볼 수 있겠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은 해리 포터의 2학년 생활이다.
소설책을 끝까지 다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앤 롤링이 제시한 답안은 이렇다. 계속 수수께끼를 내면서 주인공이 소설의 끝에서야 모든 걸 풀어내게 하라. 수상한 일과 사소한 물건이 마지막에 모두 맞풀려 의문이 풀리게 하라. 스티븐 킹은 조앤 롤링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 구조를 썼다. 킹은 고조된 상황을 마지막에 일제히 해결해 버리나 롤링은 상황이 끝난 후에 왜 그랬는지 설명한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랑 이야기 구조가 같다. 지난번에 거울이었고, 이번에는 일기장이었다. 게임 마지막에 등장하는 보스처럼, 이번에도 이야기의 끝에는 볼드모트가 짜잔 하고 나타난다.
게임처럼, 영화처럼, 만화처럼 빠르게 읽히는 이 소설은 지나치게 재미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교훈을 말하지만, 약하다. 재미가 교훈을 압도해 버린 것이다.
여기서 어스시 시리즈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해리 포터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판타지로 르귄의 어스시가 있다. 느리고 장중한 서사로 성찰이 재미를 압도해 버린다. 어스시의 재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미와 다르다. 진지한 재미다. 유쾌하지도 즐겁지도 않다. 어스시에서는 마법이 나와도 좀처럼 쓸 수 없고 용이 나와도 좀처럼 날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사색으로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걸어가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교훈과 재미의 조화로 감동을 만든다. 딱히 정답은 없다. 작가 나름대로 제시한 답안을 읽고 각자 판단할 뿐이다. 내 판단으로는, 해리 포터 시리즈는 재미로서 뛰어난 성공을 했다.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재미있다. 두 손 두 발 모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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