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방의 비밀
가스통 르루 지음, 강호걸 옮김/해문출판사
노란방의 비밀
가스통 르루 지음, 최운권 옮김/해문출판사
노랑방의 수수께끼
가스통 르루 지음, 민희식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밀실 트릭의 고전이라고 해서 읽었다. 가스통 르루? 귀에 익은 이름이 아니다. 작가 소개 글에 보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소설을 쓴 사람이었다.
서술이 장황해서 처음에는 읽기가 힘들었으나 상황에 익숙해지자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쪽을 읽은 후 감상은 이랬다. "이 작가는 복선의 천재다!"
복선을 얼마나 잘 깔고 후반부에 얼마나 세련되게 회수하느냐가 이야기의 재미를 좌우한다. 추리소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반소설도 그렇다. 복선이 없는 이야기는 어쩐지 우연의 연속으로 느껴진다.
검은 옷의 여인의 향기, 이제 우리는 쇠고기나 먹어야겠다, 사제관의 아름다움은 변한 게 없고 등 수수께끼 같은 문장의 해답이 뒤에 모두 있다. 초중반까지 온갖 물음표가 쏟아져서 하나하나 기억하기 힘들 지경이지만 후반부로 가서 모조리 느낌표로 바뀐다.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절대로 범인이 아니라도 단정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 있다. 우선 탐정은 범인이 아니다. 형사도 그렇다. 말하는 화자도 범인이 아니다. 그 외 열거된 용의자 중에 한 명이 범인이다.
이 당연한 원칙을, 추리소설의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이 어이가 없게도 어긴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명작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처럼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도 그렇다. 애초부터 도저히 범인으로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설정해 놓고 반전시킨다. 정황상 범인으로 볼 수밖에 없는 사람은 범인이 아니다. 추리소설의 서사 구조다.
이 소설의 밀실 트릭은 알고나면 시시하다. 기역자 복도 트릭도 그렇다. 그런데도 무려 세계 10대 추리소설이란다. 허기야 바퀴의 발명은 위대한 것이다. 그게 자동차로 발전하는 기반이 되었으니까. 트릭보다는 사건 전개와 복선 처리가 돋보인다.
...
이 추리소설이 독자에게 선보이는 초자연적인 수수께끼는 두 가지다. 나머지는 군더더기다.
하나. 밀실. 이른바 노랑방. 도저히 그 어디로 빠져 나갈 수 없는 방에서 범죄가 일어나고 범인이 사라진다.
둘. 불가사의한 복도. 이른바 기역자 복도. 도저히 그 어디로 빠져 나갈 수 없는 복도에서 범인이 사라진다.
답을 알면 시시하지만 알기 전에는 신기하고 신비롭고 흥미롭다.
다시 읽어보니, 억지다. 고전추리에서 항상 무리하게 하는 주장하는 것이 '신의 연기'다. 완벽하게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고 연기한다는 것인데, 추리소설을 아이들이나 읽는 오락물로 전락시킨다. 애거서 크리스티도 자주 이 트릭을 써서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일을 꾸며낸다.
밀실 트릭을 쓰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급격하게 격이 떨어진다. 이야기 끝에서 단순하고도 명쾌하게 그래서 허무하게 밝혀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대놓고 우스개를 하면 몰라도, 진지하게 추리하면 욕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야기는 신파조 로맨스로 마무리한다.
동서문화사 번역본 작품 해설에서 작가 관련 일화가 있다. 가스통 르루는 "소설 한 편을 끝낼 때마다 책상 옆에서 하늘을 향해 권총을 쏘아대는 행동을 함으로써,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곤 했다"라는데, 역시 살짝 미친 사람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글을 쓴다. 아, 그래도 문체는 지루하다. 요즘 독자들, 읽느라 고생들 많다.
2015.7.6
:: 독서 기록 ::
1회독 해문 종이책
2회독 동서문화사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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