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통신 1931-1935 Mortals and Others
버트런드 러셀 | 사회평론 | 2011년
버트런드 러셀이 쓴 글이라서 곧바로 샀다. 책이 도착해서 보니, 우와 정말 두껍다. 500여 쪽이다. 만족감 충만!
이 책은 러셀이 1931년부터 1935년까지 신문에 기고한 글 모음이다. 한글판 편집자가 붙인 부제 '젋은 지성을 깨우는 짧은 지혜의 편지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은유로서 '편지'라고 표현한 것 같다.
칼럼이다 보니, 글 하나하나는 짧다. 인쇄된 글씨가 크다. 줄간격이 넓다. 시원시원하게 읽힌다. 날마다 한두 편씩 부담 없이 읽었다.
러셀의 본래 문장은 기나긴 장문이다. 여유롭고 풍부한 사색을 즐겼던 그였기에, 단문으로 따따닥 빠르게 결론을 확정하는 방식을 싫어했다. 이 책의 원서와 번역본의 짧은 문장은 오늘날 우리 입맛에 맞게 편집한 것이다.
칼럼이 종종 그렇듯,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고 이 사실 저 사실 이 생각 저 생각 짜깁한 글이 적지 않다. 글 쓸 당시 시공간 배경을 잘 알 수 없어 글 자체만으로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이 없진 않았다. 몇 군데 주석을 달아주긴 했다.
러셀은 문평 비판적 시각에서 재치와 유머로 통찰을 보여준다. 그의 통찰은 오늘 우리 현실까지도 꿰뚫고 있다. 자살 허용, 교육 현장에서의 체벌 금지,안락사, 민주주의에서 경제적 평등의 문제 등 오늘자 신문 칼럼을 읽는 기분이다.
이 책은 완역판이 아니다. 일부 글을 번역하지 않았다. 편집자 말로는 시대에 맞지 않거나 한국의 현실과는 너무 다른 글 몇 편은 덜어냈단다.
각 글의 제목을 종종 의역해 놓았다. 가끔 너무 생뚱맞다. 원문 제목을 같이 표기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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