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예요
C'est Tout (1995년)
마르그리트 뒤라스
문학동네 | 1996년
죽기 전까지 한 자라도 더 쓰려고 발버둥치는 뒤라스. 이게 다라고 말하면서도 계속 쓰는 뒤라스. 뚜렷하게 알 수 없는 삶을 파악하려고 글을 쓰지만 결국 하나도 모르는 채 죽어 가는 한 작가의 모습. 모호한 삶을 살며 글을 쓰다가 죽는 인간.
우리나라에 영화로 잘 알려진 뒤라스의 소설 '연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도 글을 쓰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믿으면서도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 나는 닫힌 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김인환 번역, 민음사 1판 20쇄 34~35쪽) 이 수수께끼 같은 말이 아마도 삶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아닐까.
이 책 '이게 다예요' 18쪽.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애인, 얀 앙드레아가 묻는다. "무슨 소용이죠, 쓴다는 것이?" 뒤라스는 소설 '연인'의 그 수수께끼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그건 침묵인 동시에 말하는 것이지. 쓴다는 것. 그건 때로는 노래하는 걸 뜻하기도 해."
이 책에서 다음 두 군데가 내 마음에 절실하게 와 닿는다. "네가 사는 것은 더 이상 불행에 의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절망이다." 33쪽 "당신은 고독을 향해 직진하지. 난 아니야, 내겐 책들이 있어." 32쪽
과 후배가 그랬다, 젊어서의 추억이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고. 그래서 나는 말했다, 내 젊어서의 추억은 방구석에 처박혀서 책을 읽은 것이 전부라고. 사랑은 지옥에 갔다 버렸고, 꿈은 지하철에 놓고 내렸고, 열정은 냉장고에 넣어 얼렸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지. 난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아. 그저 자유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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