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이레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는 인터넷 신문 호보일간 이토이 http://www.1101.com 에 올라온 여러 질문과 그에 응했던 답변을 모은 책이다. 수많은 것들 중에 64개를 골랐다.
질문은 뭘 먹느냐는 것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질문자는 이제 말을 막 시작한 아이부터 갱년기에 접어든 주부에 유명 연예인까지 많기도 많다.
꿈을 이어서 꾸는 방법은? 우주인이 정말 있나요? 왜 날마다 목욕을 해야 하죠? 사람은 왜 죽나요? 이처럼 이 시인에게 하는 질문은 가벼운 것도 무거운 것도 하찮은 것도 있다. 이에 대한 대답도 역시 그렇다. 때론 피식 웃게, 때로는 심각하게, 때때로는 그냥 아무렇게나 대답한다. 의미가 없는 질문에 의미가 없는 대답을 했을 때, 의미가 있지 않을까.
대답을 멋지게 하는 사람이 있다. 말의 예술이랄까. 내가 질문을 스트라이크 존에서 훌쩍 벗어나게 높이 혹은 낮게 던져도 결국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는 포수처럼 말이다. 내가 아무리 멍청한 질문해도 나무라지 않으며 토닥토닥 위로하고 쓰다듬으며 지혜롭게 대답하는 감성이랄까.
시인 다나카와 슌타로가 그런 사람이다. 무척 태평스럽게 말하는 듯이 보이나, 잘 들여다 보면 절망했던 시절의 아픔이 답변들 사이에 힐긋힐긋 보인다. 오늘날 시인으로 살며 시를 쓴다는 것은 절망을 끌어안고서도 자살하지 않으려는 필사의 작업이다. 시만 써서는 당장 죽지 않는 게 용하니까. 허나, 그 무시무시한 각오를 일반인들한테 보일 필요는 없었으리라. 현명한 시인이다.
이 책에서 당신을 위로해줄 대답을 찾아보길 바란다. 하나쯤은 꼭 있으리라. 마음이 답답하다면 이 책을 펴 보라. 잠시나마 상쾌해지리라. 가볍게 읽히지만 무겁게 내려앉는 감정의 재미를 맛보길 바란다.
참, 곁들인 그림체도 마음에 든다. 에다 나나에 씨의 솜씨다. http://www.nanae.or.tv 여기에 가면 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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