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우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
도솔
2003.07.01.
소로우는 친구 에머슨의 권유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 때가 그의 나이 스물이었다. 그 후부터 죽을 때까지 일기를 꼬박꼬박 썼다. 그의 일기에는 글쓰기에 대한 생각, 자연 사랑, 간략한 격언 등이 담겨 있다.
그는 일기 쓰기로 자신의 삶을 완성해 갔다. 오늘은 뭐 했다가 뭐 했다 식이 아니라, 날마다 사색한 내용을 담았다. 일기 한 장 한 장을 성실하게 썼다. 그 유명한 '월든'은 날마다 쓴 이 기록이 바탕이었다.
"자진하여 무언가를 알아내려면 완전히 편견을 버리고 대상에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사물이 으레 그러리라고 믿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진지한 사색이 주로 이루면서 가끔씩 다음처럼 폭소를 자아내는 우스개가 나온다. "어떤 바보이든 규칙을 만들 수 있고, 만들어진 규칙은 모든 바보에 의해 준수될 것이다."
에머슨은 소로우를 "굳은 신념과 간소한 욕망"의 인간으로 평했다. 뭐 좀 배운 사람은 으레 머리를 굴려서 부와 명예를 얻기 마련이다. 그걸 걷어차고 소로우는 자발적으로 가난과 무명을 택했다. 그리하여 얽매임 없는 자유를 얻어 양심에 따라 행동했다.
교사로 취직했으나 체벌에 반대하여 사임하고, 노예 해방 운동가 존 브라운이 처형되자 마을의 조종을 울리려 했고(하지만 제지당했다.), 멕시코 전쟁에 반대하는 뜻으로 인두세 납부를 거부했고(친척의 대납으로 풀려난 후 '시민의 불복종'을 쓴다.), 링컨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었고 나무를 관찰했다.
책에 작가 연보가 자세히 붙어 있어 읽어보니, 그의 삶은 그리 행복했다고 할 수 없다. 책을 써서 출판했으나 많이 팔리지 않았고 거의 대부분 되돌아 왔다. 청중들에게 강연했으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청혼하는 편지를 썼으나 거절당했다. 여자 집안의 반대 때문이었다. 도서관에 기부금을 보내 달라는 요청서에 "더 기부하고 싶지만 지난 4개월 동안 내가 번 돈을 전부 모아 봐야 이 금액에도 못 미친다."라고 쓰고 5달러를 보냈다.
1847년 9월 30일, 하버드 대학에서 졸업생의 개인 신상 명세를 묻는 질문지에 소로우는 이렇게 쓴다. "나는 교사-가정교사, 측량기사, 정원사, 농부, 도색공, 목수, 석공, 날품팔이 노동자, 연필 제조업자, 사포 제조업자, 작가, 때로는 3류 시인이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면 상당한 지식인이다. 그런 사람이 왜 애써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글을 썼을까? 그는 성공에 집착하는 삶이 싫었던 것이다. 돈도 명예도 안정된 사회적 지위도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했다.
성공한 삶은 무엇일까. 자신의 명함에 남보다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적는 것인가. 보통 사람들은 평생 일해도 얻을 수 없는 엄청난 부를 소유한 것인가. 글을 써서 이름을 날리는 것인가. 그것이 정녕 자신이 원하는 삶인가. 그것이 정말로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삶인가.
1857년 5일 1일, 그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물질적인 부, 특히 집이나 땅을 모으는 데 열중하는 사람은 바보 같은 사람이다. 우리 인생의 자산이자 부동산은 우리가 애써 생각해 내서 얻은 사고의 총량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지는 우리의 사고를 먹는 영원한 목초지가 된다. 그 외 무엇이 내 소유물을 늘여 나를 부자로 만들 수 있겠는가? 상상과 공상과 이성이라는 아주 훌륭한 도구로 어떤 일을 해냈다면 그것은 새로운 창조이고 영원한 소유물로 세상이 도저히 빼앗아갈 수 없다." 당시 살던 사람들의 집과 돈과 땅은 잊혔으나, 소로우의 글은 오늘날까지 전해져 읽히며 기억된다.
사람들은 금방 알 수 있는 결과를 좋아한다. 그러니 책보다 신문을 선호한다. 나는 의도와 과정을 자세히 보고자 책을 읽는다. 여기 한 사람이 있고, 그가 쓴 글이 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삶을 보냈는지 엿볼 수 있다.
소로우의 일기를 읽으면서 떠오른 그에 대한 인상은 고결한 순수함이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고자 했던 이의 모습에는 경이로운 신성함이 있다. 소설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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