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비드 소로
막시밀리앙 르 루아
작은길
2014.05.23.
만화로 보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 소로의 생각과 일대기를 핵심만 추려서 정리해 놓았다. 어떤 이의 삶을 이렇게 요약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지만, 다 보고나니 이런 요약이 가능한 이유는 그의 삶과 저서에서 우리가 눈여겨 보는 점이 뚜렷하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신론자였던 파스칼이 쓴 '팡세'가 무신론자들한테 더 많이 인용하듯, 개인주의자였던 소로의 글은 무정부주의들이 자주 인용한다. 소로의 생각은 '보수적인' 국가에는 대단히 위협적이다. 양심에 따라 국가에 항거하는 개인을 옹호하기 때문이다. 돈과 법의 힘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 양심의 목소리에 따라 국가 권력에 감히 저항하려는 이들한테는 소로가 위대한 스승이다.
톨스토이, 간디, 킹 목사. 양심의 역사를 만들었던 이들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한 사람이 바로 소로다. 다수결의 민주주의도, 감옥과 경찰력도, 심지어 죽음마저 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기며 그의 글을 읽거나 그의 전기를 조사해서 보면, 오늘날 일반 사회적 기준으로 봐서는 실패자다. 고학력(무려 하버드 대학 졸업) 백수 비정규직(1년에 1달 일하고 11달은 놀자)이었다. 아버지의 연필 공장 운영마저 자신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내던지는 '부잣집 도련님'이지 않은가. 게다가 책 쓰는 작가로서도 대단한 '실패자'였다. 자기가 쓴 책 대부분이 팔리지 않아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 강의하고 연설했지만 귀를 기울이거나 찬성하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아니 도대체가 성공이라고 부를 만한 게 거의 보이지 않는 삶이었다. 이런 사람이 위대하다고?
위대한 개인주의자 소로가 추구하는 것은 자유였다. 개인의 자유와 양심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저항한다. 그는 예수를 뛰어넘는다. 종교 대신 자연을 택한다. 다음은 소로 연구가 미셀 그랑제의 말이다. "이 개인은 독사(기존 사회의 낡고 경직된 통념)에 반대하고, 정치의 부당성과 종교의 위선에 저항하고, 돈과 일에 중독되는 것을 거부하고, 소박하고 행복한 삶의 방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소비만능주의에서 해방된, 그리고 자연의 무차별 개발이 주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는 존재입니다."(91쪽) 그냥 사람이 아니고 무려 '존재'님이시다.
소로의 입문서로 추천한다. '월든' 읽기가 그리 만만치 않았던 이들과 이미 '월든'은 읽은 이들에게도 반가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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