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퀘이크]
커트 보니것 지음
유정완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22년 10월 발행
커트 보네거트의 마지막 장편소설? 마지막 회고록 같다.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이 할아버지는 아직 살아계신다. 이 작가를 처음 대하는 독자라면 이 책부터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우선 그의 다른 책들을 읽은 후에 이 책을 읽는 것이 순서다.
보네거트의 쓰는 방식이 워낙 독특해서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극과 극이다. 그의 블랙 유머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 하고 이해한다고 해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내에 그를 좋아하는 독자가 의외로 많다. 이 사람 책이 보이면 무조건 집어서 읽거나 팬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에서 그의 인기는 스티븐 킹에 맞먹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패밀리 맨’에서 니콜라스 게이지가 커트 보네거트의 책(제목이 뭐였더라. 고양이 요람?)을 읽는 모습이 보인다. 참고로,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해리가 읽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다고 할 줄거리가 없다. 작가의 단편적인 생각, 기억, 사상을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줄거리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신기한 일이다.
그가 예전부터 자주 주장하는 대가족론이 나온다. 그의 그런 생각은 낭만주의일 뿐이다. 낭만주의를 비판하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일도 없다. 그래도 하자면, 그가 한국에 살았다면 과연 그 대가족론을 계속 주장할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인류학 석사 논문이 거절당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랬던 그가 시카고 대학에서 문화인류학 석사 학위를, 인디애나 대학에서 명예 인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塞翁之馬. 도대체 삶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Life goes on! 아카데미즘? 개뿔!
이 책은, 이 책을 쓸 당시 죽은 형에 대한 추억으로 마무리한다. "고상하고 품위 있었다." 자신이 젊었을 때 벌어진 어처구니없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일이 적힌 편지가 이 책을 쓴 동기다. 책 맨 끝에 형과 찍은 사진이 있다. 1997년 발표작이다. 출간 후 소설가로서 은퇴를 선언했다.
언제나 그랬듯, 웃긴가요? 예. 웃깁니다. 딩동댕!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울거나 웃는 것뿐이라고. 울면서 웃는, 그의 파멸적 웃음은 씁쓸하면서도 유쾌하다.
그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다는 이유로 지옥에 갔다면 웃었을 것이고 그가 착한 심성으로 살았다는 이유로 천국에 갔다면 울었을 것이다. 천국도 지옥도 아닌 연옥에 있다면, "다들 여기 있군그래. 내 이럴 줄 알았어." 그렇게 너스레를 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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