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물랭의 댄서
조르주 심농 | 열린책들

매그레 부인의 질투

초반부는 청년 두 명이 나오고 지루한 편이었다. 그러다가 '어깨 떡 벌어진 사내' 매그레 반장이 자진해서 살인범으로 잡혀 들어가고 그것도 모자라서 아예 자살했다고 거짓 소문을 퍼트리면서 중후반부터는 재미있었다.

'게물랭'은 카바레 이름이다. 춤을 출 수 있는 댄서가 마련되어 있는 술집이다. 이곳에서 부자로 보이는 남자가 죽은 것을 발견하고서 두 청년이 도망친다. 둘은 가장 유력한 살인범으로 몰린다.

사건은 더 황당하게 전개된다. 시체가 호텔에서 쓰는 버들가지 트렁크에 담겨 동물원에서 발견된다. 매그레 반장이 진범을 잡기 위해 일부러 가짜로 살인범으로 잡혀서 감옥에 가고 감옥에서 범행을 자백하고 자살했다고 허위 정보를 알린다.

마침내 들어난 사건의 전말은 독자의 예상을 완전히 깨는 것이었다. 애초에 이 추리 게임은 독자의 추리를 거부하고 있다. 알려진 단서만으로 진범을 알기는 대단히 어렵다.

사건 해결 후 후기로 덧붙은 장면에서 매그레 아내의 게물렝 댄서에게 하는 질투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에휴, 남자들이란 다 똑같아!" 크크.

소설의 사건 발생 장소는 작가 조르주 심농의 고향인 벨기에의 리에주다. '게물랭'은 작가가 젊은 시절에 다니던 실제 심야 카바레 업소 이름이라고. 책 출간 후에 이곳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고. 프랑스 출신 수사관이 파견되는 것까지 같았단다. 우연치고는 참.

 매그레 부인의 질투


춤추는 술집, 게물랭 카바레에서 금고를 털려던 두 청년은 부유해 보였던 남자 손님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놀라서 도둑질을 포기하고 도망친다. 과연 누가 죽인 것일까? 자신들을 졸졸 뒤쫓는 '어깨가 떡 벌어진 사내'가 의심스럽다. 둘은 경찰에 의해 살인범으로 몰린다. 그런 와중에 그 사내가 경찰에 잡히고 자백 후 권총 자살 연극을 한다. 매그레와 경찰들은 카바레에 잠복하다가 사건의 진실을 발견한다.

주인공 매그레 반장이 종종 별난 짓을 한다. 사형을 앞둔 사람을 풀어주는가 하면, 호기심에 남의 가방을 뒤져본다. 이번에는 자진해서 살인범을 자청하고 나서고 심지어 자백하고서 자살했다고 총까지 쏘는 쇼를 벌인다. 귀엽다.

사건 트릭이 단순하다. 고전 추리소설 많이 읽은 독자라면 금방 간판할 수 있다. 1931년 발표작이다. 옛날 소설이니까 어느 정도 감안하고 읽어라. 기발하고 멋진 트릭을 기대하지 말고 예스러운 낭만적 이야기 분위기를 즐겨라.

'전원일기'스러운 마무리에 웃음 짓게 되리라. 매그레 부인의 질투가 사랑스럽다. 이 맛에 매그레 시리즈를 읽는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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