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아카가와 지로 | 씨엘북스 | 2012년
5점 ★★★★★ 끝내줍니다

:: 힌트 주는 고양이

책 표지 보니 읽기에 가벼운 소설로 보였다. 시작부터 살인 사건. 이후 캐릭터와 수사 진행은 만화 같았다. 문체는 간단했다. 빵빵 웃기는 식은 아니고 소소하게 웃기면서 수사가 진행된다.

제목 보면 고양이 홈즈가 주인공인 듯한데, 수사는 말단형사 가타야마 요시타로가 한다. 고양이 주인이 밀실 살인으로 죽자, 고양이는 가타야마한테 맡겨지게 된다. 정확히는, 가타야마의 여동생 하루미가 맡아 키운다.

고양이가 영특해서 사건 해결이 도움이 될 것을 알려준다. 협박장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형사랑 같이 다니면서 이런저런 도움을 준다.

연쇄 살인인데, 딱히 복선이나 단서가 안 보여서 추리는 거의 할 수 없었다. 그저 의문투성이다. 식탁과 의자는 누가 왜 훔쳐갔는지 모르겠고, 밀실인데 살인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고, 건축 관련 비리가 연계된 듯 보이는데...

사건 수사보다는 형사 가타야마의 맞선을 방해하는 유키코의 모습이 더 재미있었다. 추리소설에서 추리보다 연애가 더 재미있다.

계속 사람이 죽어가는 판국에 범인이 누구인지는 오리무중이다. 혼자서 잠복근무를 하던 선배 형사는 범인을 봤다고 말하며 죽고 만다.

"정신이상자가 학생을 살해하고, 모리사키 교수가 살해되고, 학장이 비리를 저지르고, 이번에는 폭탄이 터지고..."(338쪽)

소설 후반부로 가도 도대체 범인을 모르겠더라. 이제 몇 쪽 남지도 않았는데... 이럴 때는 대개가 가장 의심이 안 되는 사람이 범인이다. 역시나 그랬다. 달달했다가 씁쓸하게 끝나네. 와, 이렇게 끝내다니. 가볍게 즐겁게 스트레스 푸는 소설이라더니.

다 끝난 줄 알았더니 또 한 방을 더 먹이네. 징헌 작가다. 또? 아주 끝장을 내는군. 형사/독자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너덜하게 만들다니. 지독한 작가다.

표지에 속지 마라. 고양이, 유머 미스터리, 어리버리한 형사. 속지 마라. 내가 읽어 본 추리소설 중에서 가장 우울하다. 독하고 쓰다.

2024.8.12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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