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농장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노블하우스 펴냄
The Body Farm (1994)

전편 '사형수의 지문'에서 도망친 살인범 골트가 이번 '시체농장'편에 이어져서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으나 오해였다는 식으로 끝나서 허무하고 당혹스러웠다. 긴장감 조성하는 스릴러 소설로는 최고지만 미스터리 소설로는 별로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지난 4편 '사형수의 지문'과 이번 5편 '시체 농장'과 다음 6편 '카인의 아들'이 살인마 템플 골트가 등장하는 시리즈라고 한다.

제목 시체농장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만 보면 너무 무시무시하다. 시체가 쌓인 농장인가? 내 상상이 지나쳤다. 시체의 부패 과정을 분석하는 곳의 별칭이었다. 실제로 있다고 한다. 정식 명칭은 '법의 인류학 센터'다.

정작 제목으로 단 '시체농장'은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사망 시간이 결정적 증거 노릇을 못했다. 콘웰 이야기 스타일이 그렇듯 정말이지 사소하면서 특이한 증거물 하나가 결정적이다. 지난 편에는 값비싼 희귀 오리털이었는데, 이번 편에는 형광 오렌지색 덕트 테이프다. 이것마저 독자가 오해하는 장치로 이용하니 말문이 막힌다.

캐릭터들은 막장 드라마 분위기다. 스카페타 박사는 웨슬리 프로파일러랑 불륜 관계가 되고 이에 질투가 난 마리노 반장도 피해자의 딸 엄마랑 정분이 나버린다. 주인공의 조카 루시는 동성애를 한다.

이야기도 막장이다. 유괴된 소녀 에밀리가 시체로 발견되는데, 그 모습이 2년 전 연쇄살인마 골트의 범행과 유사하다. 수사 중에 수사관이 살해되는데 변태 성욕을 하던 중 죽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수사관 집의 냉장고에는 에밀리의 피부 조직이 발견된다. 에밀리의 부검 사진에서 엉덩이 부분에 특이한 자국을 발견하고 그 정체를 알고자 묻었던 시체를 다시 꺼내기에 이른다. 관에서는 고양이 시체가 발견된다.

증거물과 의혹이 잡다하게 나열된 후 살인범이 우리의 주인공 목숨을 위협하다가 마침내 이래저래 범인이 밝혀지고 사건이 해결된다는 식이다. 그래서 콘웰의 소설을 읽을 때는 궁금하긴 하지만 애써 추리하려 하지 않는다. 어차피 오해였다는 식으로 미스터리가 풀릴 테니까.

미스터리 추리극이라기보다는 스릴러 활극이다. 주인공이 살인자랑 서로 총을 쏜다.

배반의 얼굴
패트리샤 콘웰 지음, 이무열 옮김/시공사

'배반의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시공사에서 1996년 처음 국내에 번역되었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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