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중용
주희 지음
김미영 옮김
홍익출판사
대학과 중용은 공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압축한 책이다. 논어는 사람들의 대화를 주섬주섬 모았다. 주로 공자가 한 말을 받아썼다. 반면, 대학과 중용은 공자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글말로 썼다. 공자의 생각을 정교하게 다듬고 쌓았다.
어떤 이의 생각이 커다란 학문으로 발전하려면 규범이 필요하다. 공자의 여러 말과 행동은 대학과 중용으로 유학이 된다. 유학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각기 모습이 조금씩 달랐다. 대학과 중용에 대한 해석의 중심을 무엇으로 두느냐에 따라 두 책에 뜻을 빼거나 더했다. 성리학, 양명학, 고증학. 우리나라의 실학.
대학과 중용은 유학의 출발점이자 공자 사상의 핵심이다. 여기서 여러 갈래로 뻗어나갈 수는 있어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래서 유학에 입문하려는 사람한테 가장 먼저 읽으라고 권하는 책이다. 논어를 읽었으면 바로 다음에 꼭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기도 하다.
대학은 강령을 모은 책이다. 중용은 그 강령의 방법을 논한 책이다. 학문의 목표와 방법을 이 두 권으로 정리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대학과 중용은 정치적 느낌이 강하다.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자기 수양을 강조한다. 통치자의 덕을 강조한다. 지배자의 덕이 백성에게 두루 미친다는 게 줄거리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드는 예가 임금에게나 어울린다. 두 책에는 임금이 군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렬하게 나타난다. 공자가 추구했던 꿈이, 바로 그것이었니까. 물론, 대학과 중용이 꼭 지배층의 덕성을 키우는 교과서라고 단정할 순 없다. 유학의 핵심은 본성의 발현이었기에 누구에게나 삶의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성실한 사람을 가장 좋게 여긴다. 흔히들 말하는 성실, 그것이 유학에서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행동이 하나 되는 길이다. 도다. 동양 철학은 인간 행위의 근거를 자연 질서에서 찾았다. 그 방법이 중용이다. 중용은 때에 맞게 행동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려면 꼭 갖추어야 할 게 세 가지다. 지, 인, 용. 지식, 실천, 용기.
공자는 역시나 지, 인, 용이 뭐라고 꼭 집어 말하지 않는다. 이분 말하는 방식이 그렇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지혜로움에 가깝고, 힘써 행하는 것은 인자함에 가까우며,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은 용맹함에 가깝다." 가까운 거지, 바로 그게 아니라는 말씀이다. 왜 이렇게 말할까? 공자는 지나침을 경계했다. 지식이 지나치면 교만해지고, 실천이 지나치면 반성이 적고, 용기가 지나치면 생각이 없다. 세 가지가 조화롭게 어울린 상태가 성실함이다. 그 성실함으로 중용에 이른다. 그러면 사람은 하늘의 뜻에 따라 행동한다.
정말이지 이렇게 행동하기는 어렵다. 무척 어렵다. 공자도 중용의 길을 가기는 어렵다고 수차례 말한다. 수많은 제자가 있었으나, 안회만이 그 중용을 실천했다고 한다. 가난하면서도 너그럽고 만족스러운 마음을 유지하기가 쉽겠는가? 안회는 그걸 해낸 사람이다. 성인이다. 성인은 배우지 않아도 하늘의 뜻과 어울려 행동하는 자다. 평범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깨달아 실천하는 일을 꾸준히 반복하란다. 이것이 바로 성실이다.
공자에게 배움이란 성실이었다. 꾸준히 인을 깨닫고 실천하는 노력이었다. 성실한 사람은 중용의 길을 걷는다. 하늘의 뜻과 자신의 행동을 일치시킨다. 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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