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 철학 입문
W.K.C.거스리
서광사
2000.04.20.

일반인과 비전공자를 위한 희랍 철학 입문서
희랍 철학 용어를 현대 관점이 아닌, 그 시대 상황에 맞게 설명

William Keith Chambers Guthrie가 쓴 The Greek Philosophers를 완역한 책이다. 거드리 교수의 강의록이다. 겨우 200쪽 분량의 문고판이지만, 희랍 철학에 대한 세밀한 접근이 돋보인다. 희랍어를 모르는 비전공자들이 희랍 철학의 이해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희랍 철학 용어를 우리가 사는 시대의 개념이 아닌 그 시대에 맞는 개념으로 이해하도록 몇 개 용어를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각 철학자들의 간략한 성장 배경과 살던 시대 상황을 서술했다. 그들의 사고 방식과 세계관을 간략하게 요약했다.

글쓴이는 희랍 철학자들을 다음과 같이 접근한다. "철학자들은 진공 속에서 사색을 하지는 않으니, 그들의 사색의 결과들은 '기질 x 체험 x 앞서의 철학들'의 산물로서 기술될 수 있겠다. 바꾸어 말하면, 그들의 사색의 결과는 바깥 세계가 그 특정인에게 스스로를 드러내 보일 때, 그것에 대해 보이는 그 특정인의 어떤 기질의 반응인데, 이 반응은 또한 대개의 철학자들의 경우에, 이전의 사상가들이 남긴 저술들에 관한 반성에 의해서 영향을 받고 있다."(26쪽)

이런 접근 방법은 꼭 철학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세상을 보는 눈과 그 사람이 살던 당시의 사회 모습과 그가 영향을 받은 선배들에 의해 철학, 문학, 음악, 미술 등 여러 문화가 탄생한다.

다음은, 내 눈을 유난히 오래 잡아 두는 부분이다. "플라톤의 국가에 있어서의 최하 계층은 현대의 저술가들에 의해서 가끔 '일반 대중(the masses)'으로 언급되는데 수와 관련지어서 본다면 이 계층은 확실히 압도적으로 최대 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이 계층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말하는 프롤레타리아 계급과는 현저히 다른데, 그것은 그 계층이 사실상 사유 재산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 받은 유일한 계층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견해로는 정치 생활에 있어서 가장 나쁜 일 중의 하나는 정객들의 물욕(物慾)이었다. 그건 확실히 그의 시대에 있어서의 타락한 민주 제도에 없지 않은 하나의 악이었다. 그러므로 그의 목표는 경제력과 정치력의 완전한 분리였다. 이 방법에 의해서 그는 훌륭하게 다스리는 것을 유일한 큰 염원으로 갖는 한 부류의 정치가들을 얻게 되기를 바랐다."(136쪽) 플라톤적인 국가는 물론 지나친 이상형이다. 그럼에도, 현실의 문제점은 확실히 잘 지적했다. 지금 우리 나라의 정치 경제 상황을 보라. 정객들의 물욕(物慾)은 플라톤이 살던 그 때나 한국의 지금이나 여전하다.

"참된 소크라테스 학도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의 무지를 깨닫고 있으므로, 참된 소크라테스주의는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의 자세, 즉 쉽게 교만으로 오해된 지적인 겸손을 상징한다. 어떤 적극적인 학설보다도 이것이 바로 소크라테스의 공헌이다."(93쪽) 지적 겸손함을 지닌 지식인은 매우 드물다.

1997.3.4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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