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추리소설'에 해당되는 글 257건

  1. 2022.12.16 히가시노 게이고 [공허한 십자가] 죄로 인해 성인이 될 수도 있다
  2. 2022.08.28 [세계 문학 베스트 미스터리 컬렉션 3] 미스터리 걸작 50선 1970 ~ 1980년대
  3. 2022.08.28 [세계 문학 베스트 미스터리 컬렉션 2] 미스터리 걸작 50선 1950 ~ 1960년대
  4. 2022.08.28 [세계 문학 베스트 미스터리 컬렉션 1] 미스터리 걸작 50선 1940년대
  5. 2022.08.25 로렌스 블록 [800만 가지 죽는 방법] 알코올 중독자의 애수
  6. 2022.08.23 [누더기 앤] 로버트 스윈델스 - 추리/공포소설풍의 청소년 성장소설
  7. 2022.08.22 [푸른 작별] 존 D. 맥도널드 - 여성을 존중하는 남자 탐정
  8. 2022.08.22 [블랙 에코] 마이클 코넬리 - 해리 보슈(보쉬) LAPD 시리즈 첫 권
  9. 2022.08.21 애드거 앨런 포 [더 레이븐] 뒤팽 추리소설 3부작
  10. 2022.08.21 [오른쪽-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카렐 차페크 - 일상의 의외성을 미스터리로 표현
  11. 2022.08.21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 [트렌트 마지막 사건] 추리소설 규칙 깨기
  12. 2022.08.21 [탐정소설을 말하다] P.D. 제임스 - 탐정소설의 역사와 비평
  13. 2022.08.20 이든 필포츠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좋은 문장 낡은 트릭
  14. 2022.08.20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레베르테 - 고미술 미스터리와 살인범 찾기
  15. 2022.08.17 히가시가와 도쿠야 [저택섬] 한없이 100퍼센트에 가까운 확신
  16. 2022.08.17 히가시가와 도쿠야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미스터리 풀면 피식 웃음
  17. 2022.08.17 히가시가와 도쿠야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 상식으로 놀라움을 만든다
  18. 2022.08.16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셜록 홈즈 패러디
  19. 2022.08.11 히가시가와 도쿠야 [밀실을 향해 쏴라] 명랑만화
  20. 2022.08.10 히가시가와 도쿠야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유머 미스터리
  21. 2022.08.10 히가시가와 도쿠야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드라마가 더 나은 듯
  22. 2022.08.10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우타노 쇼고 / 문학동네
  23. 2022.08.10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 피에르 바야르 / 여름언덕
  24. 2022.08.09 대실 해밋 [붉은 수확] 미국 하드보일드의 시작
  25. 2022.08.07 [셜록 홈즈 대표 장편선] 조미영의 괜찮은 번역
  26. 2022.08.07 Sherlock Holmes Volume 1 집중 필요 정리 기억
  27. 2022.06.09 히가시가와 도쿠야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범행 동기마저 우스개로
  28. 2022.06.05 [셜록 홈즈 베스트] 아서 코난 도일 - 청소년용 각색
  29. 2022.06.05 [주석 달린 셜록 홈즈] 레슬리 클링거 - 셜록 홈즈 마니아들의 필독서
  30. 2022.06.05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레슬리 클링거 - 오류 잡는 셜록학

 

공허한 십자가
히기시노 게이코 지음
이선희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

책 표지가 논란이다. 사형 폐지론 옹호론을 논하는 진지하고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소설과 달리, 무슨 동화책 느낌이다. 첫인상은 그랬다. 안 어울린다고 여겼다. 소설을 다 읽고나니, 표지에 나온 각 사물들은 소설 내용의 핵심에 해당되는 것으로 잘 표현된 것이었다. 그래도 표지는 아동용 도서처럼 보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문체는 간결하고 명료하다. 거의 멈추지 않고 빠르게 읽힌다. 별 꾸밈이나 수식이 없다보니, 문장 읽는 맛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체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프롤로그의 두 남녀 연애는 뭘까 싶었더니, 역시나 결말과 결정적으로 이어지는 힌트이자 암시였다. 시작의 궁금증 때문에 끝까지 읽었다.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이 도대체 왜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추리소설의 기본에 충실한 설정이다.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살인자의 주변 지인과 살해된 자의 친인척이 어떤 고민과 고통, 혹은 어려움을 겪는지 워낙 잘 써 놓아서 소설이 아니라 심층 뉴스 기사처럼 읽힌다. 아마 이 점 때문에 2014년에 나온 책이 꾸준히 출판되어 나오는 것 같다. 스테디셀러가 될 수밖에 없는 책이다.

사형 폐지론 논란은 딱히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진 않는다. 그리고 역시나 딱히 정답이 없어 보였다. 흥미롭고 새로운 점은, 각 사건별로 사형할지 여부를 잘 따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범인의 범행이 단지 살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형을 부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살인범이 사형을 바라기도 한다.

살인한 자는 사형 혹은 무거운 죄를 무조건 받아야 한다고 여기고 이를 실현/실천하려는 사요코는, 원리주의/원칙주의자의 한계/실패를 보여준다. 소설의 결말은 상식과 감정에 따른 약간의 해피엔딩이었다. 현실상으로는 살인했다고 무조건 죄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죄가 입증되어야 죄를 받는다.


자신의 과거 죄로 인해, 거의 성인의 경지(노인의 관점/평가에 따르면)에 오른 의사 후미야는 묘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죄가 없었다면, 과연 그가 그정도까지 선행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반면, 과거의 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유지한 사오리는, 죄 때문에 더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 사형이든 죄든 과거든 각 사람마다 각 상황마다 다르게 적절하게 판단해서 다뤄야 한다.

비약한 전개가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죽일 것까지야 싶은데, 각 인물들의 고민과 생각은 공감이 가고 안타까웠다. 작가 히가시노가 이야기에 신파적인 면이 있긴 해도, 인간 감정의 핵심을 잘 짚어서 보여준다.

소설 '공허한 십자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긴장감이 덜하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나름 감동의 깊이는 있다. 읽어 볼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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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 베스트 미스터리 컬렉션 3
정태원 엮어 옮김
새로운사람들

31. 이유없는 폭발 : 스탠리 엘린

부서 개편과 통합으로 언제 회사에서 쫓겨날 지 모르는 중년 남자의 심리를 잘 그리고 있는 단편. 비인간적인 관료제의 모순을 꼬집는 것 같다.

32. 은행을 터는 세 가지 방법 : 헤롤드 R. 다니엘스

범죄 소설을 전문적으로 펴내는 잡지사의 부편집인인 미스 에드워나 마틴은 <은행을 터는 세 가지 방법. No.1>라는 제목의 원고를 받는다. 이 원고는 은행가들이 탐탁치 않게 여겨 그 원고를 사들이고 발표하지 못하게 한다. 다시 <은행을 터는 세 가지 방법. No.2>라는 제목의 원고가 도착하고 마침내 금융관계자들은 그 원고의 저자를 직접 만나는데…….

33. 완벽한 하녀 : 헬렌 닐센

길에서 주운 100달러를 경찰서에 신고하여 정직한 여자로 인정받아 단지 하녀가 되고 싶어하는 여자. 그 여자의 숨겨진 비밀은?

34. 표적의 사나이 : 데이빗 엘리

격추된 비행기 조종사가 적국 주민들 사이에 숨어 있으면서 받는 심리적 억압에 대한 것을 알아내는 목적으로 가상 실험하는 이상한 프로잭트.

35. 봄에 피는 꽃 : 줄리안 사이먼스

작은 은행강도. 땅을 파는 이웃집 사람의 이상한 행동.

36. 나의 완전 범죄 : 레이 브래드버리

어려서 자신을 괴롭히던 자를 죽이기 위해 고향을 떠난다.

37. 명예를 잃은 사람 : 토머스 웰시

은퇴했으나 뭔가 허전한 경감 플래너건.

38. 돌아오지 않는 남편 : 플로렌스 V. 메이베리

잦은 여행과 외박을 하는 측량 기사를 남편을 둔 아내. 그녀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데…….

39. 이것이 죽음이다 : 도날드 E. 웨스트레이크

목을 맨 남자. 그는 불만족스러운 부부 생활에 비관하고 자살하려는데…….

현대판 고스트 스토리.

40. 대통령의 넥타이 :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원작자.

공포의 밀랍인형관. 그곳에 일하는 직원을 죽여 인형 대신 전시한 살인자. 그런데, 신문에 몇 번 나고 말았을 뿐 아무도 그 사건에 충격을 받지 않는다.

현대인의 범죄 불감증을 경고하는 단편.

41. 더 알고 싶어요 : 로버트 토히

택시 운전사인 제리는 부자 남자 손님을 태워 집까지 데려다 준다. 손님의 가방이 차 안에 있자, 돌려주려고 손님의 집으로 들어 가다가 총소리를 듣는데…….

42. 미스터 모야츠키 : 제리 솔

정신 병자 취급을 받는 사나이의 이야기.

43. 광란의 순간 : 에드워드 D. 호크

정년을 일 년 앞 둔 경찰관 벤틀리가 두 명의 형사와 신원 불명의 백인 남자 용의자를 총으로 쏜 사건이 발생한다.

44. 늑대처럼 : 루스 렌델

마마 보이이고 배우인 콜린스. 그는 가끔 늑대 복장을 하고 논다. 그와 약혼할 여자는 그것이 못마땅하고…….

45. 마지막 버팔로 : 클라크 하워드

마지막으로 남은 버팔로를 사냥꾼들로부터 보호하기 도망치는 탱크.

46. 푸줏간 사람들 : 피터 러브지

푸줏간의 지배인이 냉동실에서 죽었다. 범인은 누구?

47. 3인의 죄인 : 로버트 셰클리

작은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삼 인의 해프닝. 하나의 사건이 사람들마다 다르게 인식될 수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48. 그녀는 죽으면 안 돼 : 존 D. 맥도날드

쥬드에게 다가오던 여자가 총에 맞아 죽었다. 지금은 폐인이지만 전직 경찰이었던 쥬드는 범인을 찾으려고 하는데…….

49. 손뼉을 쳐라 : 조지 백스트

바람둥이 남편을 둔 아내. 그녀는 친구 따라 강령회에 가는데, 엉뚱하게도 남편의 죽은 영혼을 만난다.

50. 빅보이와 리틀 보이 : 사이먼 브레트

자살하려는 부자 여자를 구해주고 그 여자와 결혼한 래리는 그녀를 총으로 쏴 죽이고 그에게 헌신적인 피터에게 간다. 피터는 래리를 좋아하는 동성 연애자. 피터는 끝까지 래리에게 헌신적이지만, 래리는 끝까지 피터를 이용만 하려고 하고…….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거나 추천할 만한 작품은 다음과 같다.
<2. 사라진 미녀스타: 데일리 킹> : 두뇌 운동하기 좋다.
<3. 블룸즈베리의 참극: 토마스 버크> : 살인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깨뜨린다.
<13. 선한 수도사의 복수방법: 데이빗 알렉산더>;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다.
<20. 지금 생각하면: 배리 페로운> : 문체나 서술에 있어서 보기 드문 작품이다.
<29. 여자에 정통한 남자: A. H. Z. 카> : 호기심을 자극하는 서술과 단편의 재미인 뒤집기가 완벽한 단편. 국내에는 장편 애드거 상 수상작인 "모비를 찾아서"가 번역되어 있다고 하니, 나중에 찾아서 읽어 봐야겠다. 이 단편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36. 나의 완전 범죄: 레이 브래드버리> : 괴기소설와 환상소설과 순수문학과 범죄소설의 요소들이 독특하게 결합된 단편. 역시 레이 브래드버리다!
<47. 3인의 죄인: 로버트 셰클리> : 레스토랑의 손님, 주방장, 웨이터. 그 세 사람이 하나의 일(손님이 음식을 너무 잘 먹어서 비만이 되는 일)을 자신의 입장에서 각자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묘한 재미를 준다.

■ 1995.11.29

로버트 셰클리의 '3인의 죄인' 를 읽고 느낀 점

잘 쓴 이야기 = 재즈와 음식에 대한 풍부한 배경지식 + 같은 이야기 구조라도 다르게 변주할 수 있는 능력 + 이야기를 집중시키는 힘

■ 2007.05.03

2권짜리 책이 3권짜리로 다시 나왔다. 그동안 책 구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쉽게 구할 수 있다. 좋은 책의 부활은 언제나 반갑다.

■ 2007.11.11

지난 2011년 6월 10일
이 책의 번역자 정태원
세상을 떠났음을
뒤늦게 알았다.
명복을 빈다.

죽어 줘야할 인간은 왜 이리도 지겹도록 오래 살고
죽지 말아야 할 사람은 이리도 허망하게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신의 없는 신이여,
미워라.

■ 201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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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 베스트 미스터리 컬렉션 2
정태원 엮어 옮김
새로운사람들

11. 게티스버그의 나팔 : 앨러리 퀸

미국 남북전쟁의 영웅 세 사람. 그들은 전쟁 당시 보물을 발견하고 마지막에 살아 남는 사람이 그 보물을 갖기로 약속한다. 전사자 기념일에 나팔을 부는 세 명의 노인. 마지막에 남은 한 사람은 나팔을 불다가 죽는데…….

미스터리 계의 왕으로 불리는 앨러리 퀸. 앨러리 퀸은 맨프레디 B. 리와 프레데릭 더네이의 공동 집필하여 쓰는 필명이다. 또한 앨러리 퀸은 작품 속의 탐정 이름이기도 하다.

12. 돈을 태우는 남자 : 마저리 엘링엄

빚진 돈을 받으면서 빚진 사람 앞에서 보란 듯이 돈을 태워 담배를 피우는 남자. 숨겨진 비밀?

13. 선한 수도사의 복수방법 : 데이빗 알렉산더

대규모 범죄 조직의 사랑했다가 끝내 이용만 당하고 자살한 여동생의 원한을 갚기 위해 수도원을 떠난 수도사. 그는 너무나 마음이 선해서 총으로 여동생이 사랑한 사나이를 죽일 수 없는데, 치밀한 계획을 준비하고 결국 복수를 감행하는데……. 그 복수의 방법은?

14. 일방 통행 : 안소니 암스트롱

일방 통행만 가능한 트라팔가 광장. 5분과 8백 미터. 손님을 태운 택시가 그 광장을 지나다가 갑자기 뛰어든 보행자 때문에 차를 멈춘다. 뒤를 돌아 손님을 보니, 죽어 버렸는데…….

15. 광랑의 개 쇼 : 미뇽 에버하트

개 쇼를 하던 중 소란이 생긴 후, 재잘거리면 떠들던 한 부인 살해 당한다.

16. 경찰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옥타버스 로이 코헨

경찰과 살인자. 둘은 전우다. 살인자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아내와 같이 공항으로 그를 만나러 나가는 사복 차림의 경찰관. 경찰관의 집. FBI가 포위한 상태. 친구가 경찰관이 되었다는 사실을 안 살인자. 그는 경찰복을 입고 경찰의 아내와 이 포위망을 뚫고 나가려 하지만…….

17. 제발 죽어줘 : 진 포츠

아내를 살해한 남편. 아내를 졸졸 따라다니던 개 파파만 죽이면 일은 완벽해지는데…….

18. 살인자에게 시집간 여자 : 안소니 바우처

살인 혐의만 받고 매번 풀려난 남자와 결혼한 여자. 그 여자의 숨은 의도는?

19. 8시부터 8시까지 : C. S. 포리스터

12시간 후면 교수형 당할 운명에 있는 죄수. 그는 탈옥에 성공하고 애인의 집으로 도망치지만…….

20. 지금 생각하면 : 배리 페로운

아주 독특한 이상심리소설.

21. 환경 바꾸기 : 우슐라 커티스

남편은 고질병에 시달리는 아내을 위해 남쪽으로 이사한다. 점점 건강이 나아지는 아내. 그러나 아내는 자신이 병자라는 이유만으로 불만이 늘어나고 하나뿐인 딸에게 지나치게 잔소리가 많이한다.

살인은 꼭 총, 칼 따위의 무기가 필요한 것인가. 이 작품은 단순히 이사를 하는 것으로 살인을 암시하고 있다.

22. 타임캡슐 : 로버트 블록

남편은 타임캡슐에 이것저것을 넣는다. 아내는 남편 몰래 다른 남자와 도망칠 계획이었다. 그 계획을 숨기기 위해 남편이 부탁하는 물건들을 타임캡슐에 넣는데…….

영화 <사이코> 원작자의 작품답게 끔찍하게 끝을 맺는다.

23. 꿈속의 요람 : 셀리아 프레믈린

아마추어가 쓴 작품을 읽고 서로 비평하는 모임에 새로 온 이상한 사나이. 그는 자신의 이야기라면서 꿈속에 일어난 일과 같이 아내가 작은 요람 속에 넣어 죽였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에이린도 같은 꿈을 꾸는데…….

24. 언제나 청결하게 : 조지 하몬 콕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어난 봉급 강탈 사건.

25. 도망가야 부처님 손 : 샬롯 암스트롱

뺑소니 차사고로 여자를 죽인 월터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자신의 차를 어떤 사내의 땅과 바꾸는데……. 사필귀정(事必歸正).

26. 끊어진 연줄 : 앤드류 가브

납치를 당한 래리는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연을 날린다. 래리의 아버지는 끊어진 연줄의 흔적으로 아들을 찾으려고 한다.

27. 디어혼에서의 위기 : 도로시 B. 휴즈

디어혼 장원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28. 꼼짝도 하지 못했다 : 앤소니 길버트

어머니와 딸이 외롭게 살아가는 옆집. 그 옆 집 아주머니는 자신의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지만, 무죄로 풀려났다. 그 의문의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웃집 꼬마 아가씨.

아이의 시각에서 사건을 풀어 나가는 작품.

29. 여자에 정통한 남자 : A. H. Z. 카

단순히 한 번 봐서 그 여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꽤 뚫어 보는 사나이. 그런데, 왠 걸?

수수께끼 풀이의 패러디 소설.

30. 권총 : 아브람 데이빗슨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 사람들의 손에 돌고 도는 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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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 베스트 미스터리 컬렉션 1
정태원 엮어 옮김
새로운사람들

이 책은 '앨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이 창간 50주년을 맞아 그 동안 잡지에 수록되었던 8천 여 편의 단편 중에서 50편을 고른 "FIFTY BEST MYSTERIES OF ELLERY QUEEN'S"를 번역했다.

1940년대, 1950년대,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의 작품을 각각 10편씩 한 작가의 한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 결국 50명 작가의 작품 50편이 있다.

50편 전부를 간단하게 소개해 보겠다. 추리 소설의 재미를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소개한다. 물론 힌트나 결말은 얘기하지 않겠다. 작품 앞에 번호는 내가 임의로 붙였다.

1. 붉은 가발의 실마리 : 존 딕슨 카

고통 없이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주부들에게 설명한 책으로 유명해진 헤즐 로딩은 추운 12월의 겨울 밤 공원에서 옷이 거의 벗긴 채로 죽음을 당한다. 이 사건을 담당한 벨 경감과 매력적인 여자 기자 재클린. 재클린의 섬세한 관찰력과 추리력이 돋보인다.

상황에서 주어진 단서들로 사건의 진상을 풀어 가는 작품.

2. 사라진 미녀스타 : 데일리 킹

은막의 스타 글로리아 글래메리스 양이 철저한 경비 속의 저택에서 납치를 당한다. 라디오의 보도만 듣고 사건을 완전히 간파하는 타란트.

두뇌 운동하기에 딱 좋은 단편이다. 제한된 상황과 공간이라서, 쉽게 답을 알아 차리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몰론 추리력이 뛰어나고 아이큐가 높으신 분이겠죠.

3. 블룸즈베리의 참극 : 토마스 버크

일가족이 좁은 가게 안에서 모두 죽어 버렸다. 총소리도 없이 그것도 순간에. 범인은 살인을 하고 "살인이야!" 라고 외치고 도망갔다가 다시 범행 현장에 보란 듯이 나타난다.

범인은 우리가 살인이라는 하면 생각하는 상식을 정면으로 깨고 완전 범죄에 성공한다. 독자는 작가의 암시로 미리 범인을 알 수 있다.

4. 최후의 정장 : W. R. 버네트

O. 헨리 상을 수상한 작품.

5. 안방의 음모 : 필립 맥도달드

남편을 죽이려는 아내. 남편을 따라다니는 개. 남편은 아내가 자신을 살해하려는 사실을 담당 의사를 통해 알아내지만, 그 사실을 계속 부정하고.

소설의 끝부분에서 남편 칼의 웃음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한참 지나서야 그 의미를 알았다. 반전이 전율을 일으킨다.

6. 옆방의 시체 : 윌리암 아이리시

우유를 날마다 도둑맞자, 하란은 며칠을 주의 깊게 함정을 파서 도둑을 잡는다. 그리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그는 도둑을 때린다. 그런데 도둑이 죽고 말았고, 하란은 본능적으로 시체를 아무도 살지 않는 빈방에 숨긴다. 하란은 이사하려고 하지만, 못하고 날마다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그의 아내와 이웃들은 갑자기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불평을 하고…….

7. 관점 차이 : 휴 펜트코스트

어려서부터 질투가 심한 하비는 어머니의 정부를 미워했고, 아내와 자신을 갈라 놓은 자신의 아이까지 미워했다. 그래서 그는 아내와 이혼하고 그의 비서 루비를 사랑한다. 그런데 루비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기자 질투 끝에 그 남자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데……. 하비의 정신과 의사는 과학적 증거보다는 사람들의 굴절된 인격과 심리를 통해 범인을 잡아낸다.

8. 1천 마일이나 되는 무덤 : 커트 시오드맥

어윈은 장인을 콘크리트 밑에 죽이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장인이 평소 버릇대로 시계를 감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순간, 어윈은 야구 방망이로 그를 때리고 시계와 함께 시체를 도로 공사 현장에 파묻는다. 그의 완전 범죄는 아무도 모르게 성공할까?

9. 백색 속의 탐색 : 니콜라스 블레이크

눈이 내리는 겨울. 열차 안의 승객. 그리고 살인 사건. 범인은 누구? 단서는 8가지. 독자에게 도전하는 퍼즐 스토리.

10. 유령 손님 : 프리데릭 앤더슨

숙박부에 처음 오르기를 꺼려하는 투숙객을 위해 거짓으로 숙박부 앞에 쓰는 유령 손님. 우연하게도 그 손님 중 한 명이 살해되었던 한 여성이고. 완전 범죄라고 생각했던 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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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가지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황금가지 펴냄

범인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았으나 감정의 홍수에 떠밀려 끝까지 읽었다.

배경은 뉴욕. 주인공은 전직 경찰 무면허 탐정. 이 사람, 알코올 중독자다. 술을 안 마시려고 계속 콜라와 커피를 마셔댄다. 술 마시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날마다 가까운 알코올의존자 모임에 나간다. 하지만 매번 그냥 듣기만 하고 자기 얘기는 안 한다. 그리고 계속 남의 얘기만 들으면서 투덜거린다. 끝에서야 자기 얘기를 털어 놓는다.

1인칭 소설이다. 화자의 독특한 목소리와 고독한 내면에 강하게 빨려들기 쉽다. 반면, 영국식 논리 추리 게임에 익숙한 사람한테는 별 맛이 없다.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추리는 빈약하다 못해 앙상한 가지 정도고 그 해결이라는 게 총과 주먹이다.

이 책의 매력은 탐정의 애수다. 내면의 고독. 계속 혼자 중얼거리는 그 잔상이 안개처럼 읽는 사람을 휘감는다. 날마다 누군가 죽고 자살하고 훔치는 무정한 도시에서 겉으로는 냉정한 듯하지만 속으로는 감상적인 주인공이 방황한다.

인종차별주의가 거슬리고 책의 대부분이 사건 진행과 별 상관없는 잡담이다. 허나, 주인공의 입과 눈과 귀를 통해 밀려오는 감정의 물결은 피하기 어렵다.

하드보일드에 익숙하고 주인공의 우울한 내면 풍경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최고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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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앤
로버트 스윈델스
책과콩나무
2008.12.20.

원제는 혐오다. 이야기의 초점은 과연 이 혐오의 정체가 무엇이냐이다. 초반에는 강아지로 오인하게 하고 중반에는 결정적 힌트를 주고 후반에는 정체를 밝히고 문제를 해결한다.

미스터리 궁금증 미끼를 물고 빠르게 읽어가게 되고 곁다리로 붙은 소년과 소녀의 사랑도 학교 왕따 문제도 끝에서 그냥저냥 마무리된다.

추리/공포소설의 시럽을 바른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20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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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작별
존 D. 맥도널드
북스피어
2012.11.16.

잭 리처 시리즈를 쓴 리 차일드가 자기 소설 쓰기의 교과서처럼 탐독했다는 존 D. 맥도널드의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 1권 [푸른 작별]이다.

스티븐 킹, 커트 보네커트, 렉스 스타우트의 격찬을 받은 작가라서 기대를 많이 했으나 내 취향은 아니었다. 질질 짜고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별로다.

리 차일드가 자기 주인공 잭 리처를 만들 때 이 소설 시리즈의 주인공 트래비스 맥기를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딱히 소속이 없고 가족도 없이 주거형 배에 사는 사립탐정이다.

트래비스 맥기는 여자, 특히 나쁜 남자한테 철저하게 이용당한 여자한테 참 친절하다. 거의 마당쇠 수준으로 마님 모시듯 한다. 기존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남자 탐정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자기 아버지가 숨겨 놓은 보물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트래비스. 그 보물을 찾은 것으로 추측되는 나쁜 남자 앨런을 추적한다.

찌질한 여자 등장인물도 그렇고 언제나 싱글거리며 여자들 겁탈하고 돈 뜯어내는 악당도 그렇고 주인공의 낡아빠진 낭만주의도 그렇고 옛날 소설이라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 명성에 비하면 그다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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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에코
마이클 코넬리
알에이치코리아
2015.01.30.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소설을 바탕으로 미국 드라마가 나왔다. 제목은 단순히 보슈(BOSCH)다. 네이버 검색은 '미드 보쉬'다. 파일럿(드라마 첫 화)를 본 느낌은 차분했다. 드라마는 1권이 아니라 8권 유골의 도시(City of Bones) 이야기다.

원작이 궁금해서 1권을 봤다. 560여 쪽이다. 이야기를 세세하게 써서 분량이 많은데 축약하면 중편소설 정도다. 사건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1권 블랙 에코(The Black Echo)의 시작은 저수지 굴이다. 여기서 약물 중독자의 시신이 발견되는데 주인공 해리 보슈와 함께 베트남에 군복무를 했던 자다. 해리는 땅굴쥐라는, 땅굴에 폭탄 설치 임무를 맡았었다. 제목 블랙 에코는 바로 이 임무와 관련 있는 말이다. "우린 땅굴 입구를 검은 메아리(블랙 에코)라고 불렀는데,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았어요. 그 아래로 내려가면 자신의 공포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그 아래에 내려가면 자신이 이미 죽은 것 같아요."(239쪽)

LAPD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작가는 경찰출입기자였다. 소설에서 이 경험을 써먹었다. 그 많은 경찰용어 약자를 일일이 쓰면서 애써 설명해주고 있다. 검시는 물론이고 각종 신원 조회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볼 수 있었다.

사소하고 뻔한 사건으로 그냥 덮으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고 형사 해리 보슈는 차분하고 세세한 수사로 사건의 진실에 도달한다. 중독사가 아니라 살인이었고, 단순 도난 사건이 아니라 은행강도 사건과 관련이 있고, 자신의 수사를 방해하려는 자는 경찰 혹은 FBI 내에 정보통을 갖고 있다.

사건이 커지고 배후가 드러나면서 절정에 이르러 대결 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후반부 반전은 범죄소설에 익숙한 독자한테는 평범한 것이었다. 기발한 트릭이나 독특한 결말을 내기 어려운 상황 설정이다.

해리 보슈는 혼자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저돌적인 인물로 그려져 있다. 뛰어난 수사 능력을 발휘한다기보다는 사건 해결에 충실한 캐릭터다. 끈질기게 사건 진상을 밝히는, 우직한 남자다.

미국에서는 상(에드거 상: 미국의 추리작가클럽에서 에드거 앨런 포를 기념하여 매년 4월에 전년도의 최우수 작품에 주는 상)도 받고 무척 많이 팔렸다. 국내 번역본도 나름 팔렸다. 2010년 처음 펴내서 2013년에 4쇄 발행이면 나쁘지 않다. 국내에는 현재 12권까지 출간되었다. 이 정도 판매면 시리즈 모두가 국내에 출간되는 건 무난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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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이븐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더클래식 펴냄
2015년 11월 발행

1. 모르그 가의 살인 : 최초의 추리소설

1841년, 에드거 앨런 포는 단편소설 '모르그 가의 살인'을 발표하여 희안한 문학 발명품을 선보였다. 기존 소설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인물과 사건으로 감동을 전달하는 식이 아니었다. 사건 자체가 주인공이고 사건 해결 과정이 전부다. 수수께끼 같은 범죄 사건을 놀라운 추리력으로 탐정이 해결한다.

탐정소설은 퍼즐 게임이다. 불가능한 사건의 진상이 탐정의 멋드러진 설명으로 풀리는 순간, 작가와 독자의 머리 싸움은 끝난다. 우리나라에서 추리소설이 얘들이나 읽는 책이라는 비아냥의 근거는 바로 여기에 있으리라. 범인 잡기 놀이지 진지한 문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야기가 놀이의 한 방식이라면, 추리소설은 지적 놀이의 보석이다.

'모르그 가의 살인'은 시작부터 추리소설의 성격을 규정한다. 추리 게임의 방법을 제시한 후에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들어간다. 오늘날 독자는 추리소설이 뭔지 잘 알고 있지만, 발표 당시 독자에게는 생소했으니 설명이 필요했다.

논문 같은 서두에서 작가는 육체 운동처럼 정신도 그 기능을 발휘할 때 즐거움을 누린다고 말한다. 분석적 사고력, 관찰과 추리, 상상력을 논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카드 놀이에 비유한다. 상대가 내 놓은 카드와 동작과 표정을 읽어서 숨겨진 패를 읽어내는 듯, 독자는 작가가 내놓은 여러 증거, 사실, 단서를 보고 사건의 진상을 나름대로 생각해 보게 된다.

게임 설명이 끝나면 1인칭 화자인 '내'가 탐정 '오귀스트 뒤팽'을 소개한다. 그를 어떻게 만나서 같이 지내게 되었지에 대한 사연이 나온 후, 그의 비범한 능력을 묘사한다. 말하지 않았음에도 '나'의 생각을 뒤팽이 정확하게 알아맞춘다.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추리로 생각의 연결 고리를 보여주어 이 마법 같은 일을 설명한다.

석간신문을 통해 사건 개요와 여러 증언이 제시된다. 증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차츰 사건의 진상에 접근한다.

처참하게 모녀가 죽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모습이다. 딸은 굴뚝에 거꾸로 매달려 있고, 부인은 목이 잘리고 온몸이 난자당한 채 뒤뜰에 있다.

모르그 가 사건은 밀실 살인 수수께끼다. 해결의 열쇠는 상식의 상식이었다. 그렇게 이상한 일이 결과적으로 일어나려면 평범한 원인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는 '모르그 가의 살인' 이야기 방식을 충실히 따른다. 1인칭 화자인 '왓슨'이 탐정 '홈즈'를 만나 같이 살고 그의 놀라운 추리 솜씨에 감탄한 후 사건 의뢰가 들어오고 같이 해결에 나선다. 신문광고를 이용하는 방법이며 마지막에 범인이 자백해서 이야기를 끝내는 점도 똑같다.

2. 마리 로제 미스터리

'모르그 가의 살인'에 비하면 읽기에 지루했다. 행동이 없고 추리만 있다. 오로지 신문에 실린 기사만으로 조목조목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낸다. 보통 사람들이 한 생각에 집착하면 얼마나 현실을 왜곡해서 보는지 알 수 있었다.

3. 도둑맞은 편지

제목처럼 도둑맞은 편지를 찾는 이야기다. 도대체 어디에 편지를 숨겼는지 알 수 없자, 뒤팽에게 의뢰가 들어온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편지는 너무나 당연한 곳에 놓아서 찾기 어렵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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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카렐 차페크
모비딕
2014.12.01.

단지 조금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

카렐 차페크(1890-1938)는 체코의 극작가이자 소설가다. 그는 에스에프적 수법으로 현대를 비판한 희곡 "R.U.R.; Rossum's Universal Robots"(1920)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오늘날 보통명사가 된 "로봇"이라는 단어가 바로 이 작품에서 유래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콩트 분량의 짤막한 미스터리 이야기로 모두 36편이다. 1928년부터 차페크가 고정 칼럼을 쓰던 신문에 발표한 작품들로, 그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 "오른쪽 호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와 "왼쪽 호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이 두 권에서 이야기를 골라 한 권으로 묶은 것이 바로 이 "단지 조금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단편 미스터리 형식으로 진실, 정의, 일상의 소중함과 의혹 등을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말하고 있다.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극적 반전이 흥미롭다. 일상생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다.

몇 작품만 간단하게 소개하겠다.

우선 이 책의 첫 작품인 <푸른 국화>는 바보 소녀인 클라라가 푸른 국화를 마을에 가져오면서 그 꽃을 찾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난리 법석을 피운다. 그러나 꽃은 결국 찾지 못한다. 정원사인 나는 어느 날 기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푸른 국화를 발견한다. 그 꽃을 쉽게 찾지 못했던 이유는 직접 읽어 보길 바란다. 일상의 의혹과 소중함을 보여준다.

<마지막 심판>은 저승의 법정이라는 독특한 상황 설정을 하고 있다. 악명 높은 연쇄 살인마 쿠글러는 그곳에서 인간은 재판장, 신은 증인인 재판을 받는다. 작가의 심판에 대한 생각과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우체국에서 생긴 사건>은 시골 우체국에서 일어난 교묘한 살인 사건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시인>은 뺑소니 차량 번호를 잠재의식 속에 시로써 기억하는 시인에 관한 이야기다. 시에 나타난 숨겨진 의미를 찾는 재치가 재미있다.

<고소 공포증>은 상류층 인사 기에르케의 숨겨진 과거를 통해 심리적 억압이 무엇인가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이상 다섯 작품만 소개하기로 하겠다.

정의, 범죄, 인간의 잔악성, 진실, 사람들로 주목받고자 하는 욕망, 억압 따위처럼 추상적인 개념을 짧은 이야기를 통해 강렬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삶에 대한 작가의 지적 통찰력이 감동적이다.

이 책은 2014년 12월 모비딕에서 새로 나왔다. 본래대로 2권으로 나누어 나왔으며 한 권당 24편 총 48편을 온전히 다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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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트 마지막 사건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 지음
동서문화사 펴냄
2003년 1월 발행

추리소설의 규칙을 깨려는 의도로 쓴 소설인데 오히려 그 규칙에 함몰되어 희안하게도 고전 걸작이 되어 버렸다. 탐정이 추리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며, 용의자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져 로맨스에는 성공한다.

벤틀리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로 유명한 체스터튼과 친구다. 그가 쓴 첫 탐정소설인데 제목은 트렌드 마지막 사건이다. 이 한 권만 쓰고 더는 쓸 일이 없겠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요청이 쇄도해서 몇 작품 더 썼다고.

탐정소설 장르의 힘은 강력하다. 작가의 의도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장르 규칙을 어기는 일조차도 살인사건의 범인과 그 수법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명제를 무시할 수 없었고, 시리즈로 안 쓰고 달랑 한 편만 쓰겠다는 것도 탐정이 등장하는 이상 장르 팬들이 바라기 때문에 더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름 두 번 반전이 있어서 고생한 보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읽기에 지루하다. 사건과 그다지 관련이 없는 것에 대해서 길고 장황하게 늘어 놓는다. 지은이 당시 시대의 신문사 돌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다지 바라지 않았다. 정말이지 알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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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D. 제임스 탐정소설을 말하다
P. D. 제임스
세경
2013.05.15.

탐정소설의 역사와 비평, 그리고 자신의 창작 경험을 풀어 놓은 책이다. 추리소설 애독자라면 안 읽고는 못 배기리라.

P. D. 제임스는, 대개들 이름만 보고 짐작하는 것과 달리, 여성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자 추리소설작가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게 보인다. 또한, 나름대로 무척 공정하게 추리소설을 평하고 있어서 기존에 읽었던 추리소설 비평서가 얼마나 주관적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전자책을 언급하는 걸 봐서는 최근에 쓰여진 글이다. 아주 옛날 추리소설에 최근 추리소설까지 골고루 잘 다루어준다.

오탈자가 거슬릴 정도로 있는 편이다. 그 어디에도 저작권 표시가 없어서 해적판이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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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이든 필포츠 지음
엘릭시르 펴냄
2012년 11월 발행


추리소설을 거의 읽어 본 적이 없는, 순진한 독자라면 이 소설은 흥미롭다. 계속 살인이 일어나는데 시체는 발견이 안 되고 유력한 살인 용의자는 자꾸만 나타난다. 수사에 나선 형사 마크 브렌던은 미인한테 정신이 팔렸다. 수사는 진전이 없다. 여기까지는 근사하다.

펜틴 부인, 마크, 도리아의 삼각관계는 도리아의 승리로 끝난다. 미인이 탐정 마크가 아닌 미남 도리아를 선택해서 결혼해 버렸다. 과연 이 소설을 더 읽어야 할지, 연애소설로서의 갈등 구조는 끝났으니까, 고민하던 중 미국 명탐정 피터 건스가 나타나서 마크한테 전제로부터 출발하는 연역법의 맹점을 설명한 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보지 못한 다른 관점을 통합해서 보라고 충고한다.

가장 의심스럽지 않은 자를 범인으로 만들어 반전을 만든다는 추리소설 장르 규칙에 충실하다.


문장은 좋지만 트릭은 형편없었다. 추리소설의 고전명작으로 손꼽는, 이든 필포츠의 ‘The Red Redmaynes’를 읽은 후에 느낌이 그랬다. 요즘 작가가 이렇게 썼으면 출판이 안 될 것이다. ‘연기의 신’으로 반전을 만드는 짓을 영악스러운 요즘 독자들이 가만 두고 보지 않으리라. 시각적 효과와 반전의 묘미? 붉은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람이 나올 때부터 눈치 빠른 독자한테는 미스터리가 성립되지 않는다.

옛날 작품이다. 셜록 홈즈의 첫 작품 ‘주홍색 연구’가 장황하고 지루하고 쓸데없는 자백 수기를 붙였듯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도 길디긴 사연에 마지막 ‘가짜 눈’ 얘기까지 덧붙여서 그러지 않아도 실망했던 내게 더는 추리소설을 읽지 말라는 저주를 내렸다.

추리소설을 읽은 경험이 거의 없는 독자거나 세련된 문장력을 칭송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으나, 이미 여러 트릭에 익숙하고 추리소설은 반전 기술력에 있다고 믿는 독자한테는 아무리 고전 명작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야 할 작품이다. 다만, 역사적 가치와 문학적 향기를 중시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컴퓨터 그래픽 시대에 스톱모션 영화를 보는 기분이겠지만.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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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열린책들
발매 2010.05.10.

이 소설은 팩션이라 불러도 될까. 피터 반 호이스의 그림 '체스 게임'을 그대로 가져다가 소설에서 미스터리 장치로 이용했다. 책에는 이 그림을 글로 묘사되어 있다.

이 소설이 영화화되었다고 찾아보니, 언커버드(Uncovered)라는 영어 제목으로 케이트 베킨세일이 애띤 모습으로 나온다. 매혹적인 자태의 여자라기보다는 단말머리에 선머슴으로 나온다.

영화는 소설 분위기와 달리 유쾌하게 풀어내려고 했다. 체스 플레이어를 명랑한 캐릭터로 바꾸어 놓았다. 여기저기 우스개가 터지는데, 소설에는 그런 거 없다. 시종일관 어둡고 진지하다.

초반은 흥미롭다. 주인공은 미녀고 그녀의 직업은 고미술 복원가다. 훌리아는 그림 복원 작업 중에 그림 밑에 숨겨진 글자를 발견한다.

누가 기사를 죽였는가?

대놓고 추리소설이다. 왜 이 문장을 그림에 숨겨 놓았을까? 그런 의문이 들어 그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림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주인공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가고 주인공은 자신의 신변을 위험을 느끼면서도 체스를 잘 두는 남자와 함께 범인을 찾아나서고 그러다가 외통수 같은 결말에 이른다.

옛 그림의 이야기가 현재와 겹치고, 그림 안의 체스 게임이 지금 현재에서 재현된다. 흥미로운 전개다. 그런데 결론이 별로였다.

추리소설 팬의 강력한 추천에, 베스트셀러라는 기대감에 읽었는데 내 취향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체스를 좋아하고 체스를 이해할 줄 안다면 열광하겠지만, 체스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무료하기만 할 뿐이다. 체스 수수께끼는 됐으니까 살인범이 누구일까 고민해 봤는데, 반전 기법에 익숙해서 가장 의심스럽지 않은 자를 지목했더니 역시나였다. 억지스럽긴 하지만 전반적인 소설 분위기와 흐름 상으로 봐서도 그 사람만이 범인이 되어야만 하는 구조다.

머리로 쓴 소설은 재미와 흥미는 있어도 감흥이 없다. 정교하게 짜맞춘 솜씨에는 경의를 표하나 결론은 패배주의와 자기 감상주의에 빠진 지적 유희로 채운 500쪽짜리 장광설이다. 허탈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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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폴라북스 펴냄
2011년 4월 발행
전자책 없음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다보면, 반복되는 이야기 패턴과 단어를 보게 됩니다. 이 사람의 관심사와 지식 범위를 알게 되죠.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을 3권 읽고 마지막으로 이 책까지 읽으니까 확연히 보이네요.

일단 이 추리소설가는 밀실을 엄청 좋아합니다. 저택섬은 엄밀히 말해서 천장이 뚫려 있으니 밀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들어가거나 빠져나올 방법이 없으니 밀실입니다. 소설에서 밀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대사를 읽고 덮석 천장으로 오가는 방법으로 패러세일링을 생각했었다는. 바보야, 그게 가능해. 무슨 007 영화냐.

건축 관련 지식이 상당한 편이네요. 전공은 법학이고 전직은 카메라 제조회사 사무직 직원인데, 특이합니다. 허기야 저도 제 전공과 전직과는 별 관련 없는 지식이 많은 편이긴 하네요.

세월의 간격으로 두고 동일 장소에서 사체가 발견되고 이 장소에 트릭에 있어 이를 알아내지 못해 미궁에 빠지는 점에서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와 비슷합니다.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저택입니다. 비닐하우스의 트릭은 해당 전문 지식이 없으면 추리하기가 어렵지만, 이 작품은 아주 코앞에 대고 힌트를 알려줘서 금방 눈치를 채고 읽어가면서 발생한 사건들과 어떻게 짜맞출지 고민해 보셨던 분들은 무척 재미있었을 겁니다.

저는 이런 기계적 트릭이 싫어요. 그럼에도 끝까지 읽었던 것은 순전히 만화책을 방불케 하는 코미디 때문이었습니다. 해당 트릭과 어울려서 환상적인 시트콤을 만들어 냅니다. 그냥 웃기려고 한 게 아니라 그렇게 웃음이 터지는 장면마다 추리의 결정적 힌트가 있었던 것입니다. 우연히 일어난 해프닝이 아니라 논리적 필연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었죠.

덜렁거리고 썰렁하고 긴장감 없이 가볍게 진행되어서 이 소설 별로라고 여기는 분도 없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후반부에 날카롭게 쏘아대는 탐정의 한마디는 그 어떤 추리소설에서도 읽지 못했던 진지함을 중후하게 표현해냈더군요.

"범인일 가능성이 십중팔구"일 텐데 왜 그런 모험을 했냐고 가미야마 경부가 묻자, 사키 탐정이 대답합니다. "경부님. 십중팔구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경찰에 고발하려면 한없이 100퍼센트에 가까운 확신이 있어야만 하니까요." 빨리 읽어치우고 잠이나 자려던 나를 때리는 문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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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히가시가와 도쿠야
씨엘북스
2012.02.16.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나오면 무조건 사는 작가다. 바로 구입했다. 국내 번역된 책 모두를 사서 소장하고 있다. 이로써 총 6권이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시리즈인 모양인데, 평들이 좋다. 기존 번역된 작품 못지 않다고. 방과 후에? 학생들 얘긴가?

다 읽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했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가 정점인 걸까. 이야기하는 방식은 분명 같은 작가인데, 미스터리 수준은 참 많이도 떨어진다. 같은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혹시 예전 습작을 뒤늦게 발표한 것 아닐까. 야구 얘기와 유머가 지나치다. 장난과 잡담은 됐고 미스터리를 내놓으란 말이야.

다시 곰곰 왜 예전 작품들과 달리,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까 생각해 봤다. 처음에는 학원물 하이틴 소설이라서 그런가 싶었다. 나중에 고려해 보니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그러다 깨달았다.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라서 모르고 있었다, 추리소설에서는 반드시 누군가 죽어야 한다는 것! 이 단편집에는 그 어디에도 시체가 나오지 않는다. 살인자가 없다! 긴장감이 없다!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에 실린 단편 8편은 정교한 트릭이라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이다. 일본 에어콘 상표와 이름이 동일한 여학생을 내세울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우스개 퍼레이드다.

수수께끼는 모순상황을 연출해서 만든다. 가장 훌륭한 작품은 '키리가미네 료의 옥상 밀실'이다. 밀실 트릭의 장인다운 솜씨다. 우연과 필연을 결합시켜 이상한 일을 만들어냈다. 알고나면 피식 웃음만 나오지만. 힌트는 책 표지 그림에 있다.

'키리가미네 료의 옥상 밀실'의 해답은 만화에서 나오는 장면이었다. 모래밭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상대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방법은? 아는 사람만 키득거릴 수 있다.

히기시가와는 이 소설집에서 선배 추리소설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E 모양의 복도는 분명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을 연상시키며, 독을 탄 커피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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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식여행
2012.07.10.

이번에 나온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는 전작과 달리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총 5편이다. 탐정사무소 집주인이 안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인데 아쉽다.

[후지에다 저택의 완전한 밀실]
범죄자가 밀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치밀하고 진지하다. 이 단편의 재미 혹은 허무 또는 반전은 견고하게 쌓은 '밀실 미스터리'라는 성을 상식적인 추리로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후반부에 있다. 독자의 뒤통수를 예상치 못한 엉뚱한 방향에서 후려친다.

[시속 40킬로미터의 밀실]
제목만 보고 뭔가 싶을 것이다. 달리는 트럭의 짐칸을 뜻한다. 결정적 힌트를 이야기 앞부분에 두고 있으니 머리 회전 빠른 독자는 답을 금방 알 수도 있다. 블랙 유머가 돋보인다.

[일곱 개의 맥주 상자]
우연히 들린 주점에서 맥주 상자가 사라졌다고 해서 이를 찾겠다고 나선 우리의 주인공, 우카이와 류헤이. 소녀 캐릭터로 결정적 한 방 우스개를 터뜨린다. 두 주먹을 꽉 쥐고 소리치는 펀치라인! "음주운전은 중대한 범죄예요!" 이것이 결정적 힌트일 줄이야. 빗살처럼 뻗은 네 개의 골목이 나왔을 때 눈치를 챈 독자라면 이번 추리게임의 승자다.

[참새 숲의 이상한 밤]
상식으로 놀라움을 만든다. 작가의 능력이다. 법의학 상식 - "시반의 출현은 사후 30분부터 세 시간, 각막의 혼탁은 개안 상태라면 사후 두 시간. 시체 경직은 사후 두세 시간이 지나면서 시작되어 약 열두 시간 후에 최고조에 이른다." 236쪽 휠체어 미스터리. 절벽에서 만화영화 장면을 연출한다. 팻말로 한 번 더 웃긴다. "서두르지 마, 다시 생각해. 이 절벽은 자살하기엔..."(246쪽)

[보석 도둑과 엄마의 슬픔]
특이하게도 화자가 사람이 아닌 동물이다. 오리와 다이아몬드, 밀수 트릭을 가져다가 자기 식(동물 유머 이야기)으로 변형했다.

한 번 읽으면 피식 웃기고 추리가 정교하지 못한 듯이 보이지만, 두 번 읽으면 이 작가가 얼마나 치밀하게 이야기를 구성했는지 알 수 있다. 결정적 힌트를 유머 속에 끼어 넣어 독자가 주목하지 못하게 하고, 추리의 결말을 예상치 못한 우스개로 만들어 독자를 한 번 더 웃긴다. 이야기 속에서 웃기는 게 그냥 웃기는 게 아니라 당신의 추리를 방해한다!

밝고 가벼운 분위기에 허를 찌르는 추리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한다. 이 책으로 이카가와 시 시리즈를 처음 접했다면 아마 다른 책도 읽고 싶어질 것이다. 장편으로 더 많은 유머와 더 꼬인 추리를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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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로버트 바
시공사
2010.11.19.

세계 최초의 셜록 홈즈 패러디 작품이라 해서,
셜록 '콤'즈의 모험을 읽었다.

원작 특유의 분위기를 제거하고 탐정이 헛다리 짚은 것으로
우스꽝스럽게 꾸며놓았다.

이 과정에서 로버트 바는 같은 사실이
정반대로 추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상 일이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돌아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이야기처럼 우연이 개입되고 실수가 있는 게 인생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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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을 향해 쏴라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식여행
2012.01.10.


같은 말이나 행동을 반복해서 웃긴다. 이 정도면 명랑만화보다 더 재미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여러 등장인물 설정이 자꾸만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랑 겹쳐 보였다. 체인 록 장면까지 그랬다.

트릭 솜씨와 게임성에서 다른 작품 못지 않았다. 대담하게도 이야기 앞부분에 결정적 힌트를 대놓고 보여주고 후반부에서 친절하게 총알 개수를 세어가며 수수께끼를 풀어준다.

밀실 트릭과 독특한 건축물에 대한 작가의 애착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번역자 임희선의 친절한 주석 처리가 좋았다. 또한 해설이 없어서 스포일러가 없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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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마리 필요한가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폴라북스 펴냄


2010년 '수수께기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로 뜬,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2003년 발표작이다.

트릭이 일반인은 알 수 없는 전문적이고 지엽적인 지식에 의존하고 있어서 정당한 게임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수수께끼...'가 얼마나 탁월한 작품인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

일본식 유머가 훌륭하게 구사되어 있다.

히가시가와의 작품은 범행 동기가 그다지 설득적이지 못하다. 그럭저럭 넘어갈 수준이지만, 설명한 동기가 과연 살인할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미스터리든 코미디든 둘 중 하나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소장해서 여러 번 읽고 싶은 작품이리라. 환상적인 트릭과 배꼽 빠지는 웃음이 멋지게 춤추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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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 중이다. 원작이 궁금해서 봤다. 놀랍게도, 드라마가 원작을 능가했다. 원작의 미스터리와 코미디를 더 확장하고 더 튼튼하게 만들었다. 원작에서는 드라마와 달리, 아가씨가 안경을 2화부터 쓴다.

작가는 대범하게도 결정적 힌트를 맨 앞에 배치하고, 물론 절대로 독자는 그것에 주목해야 함을 알 수 없다, 치밀하게 수수께기를 만들고 풀어 놓았다.

드라마로 봤을 때는 웃느라고 추리 수준을 낮게 봤는데, 글로 읽으니 상당한 수준이다. 아주 꼼꼼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미스터리를 쓸 수 없다.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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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우타노 쇼고
문학동네

허구적인 탐정을 비웃으며 실제 현실에서 탐정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줘서 흥미롭게 읽었다. 무척 신선했다.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시니컬한 어투가 마음에 들었는데, 결말에서 다시 낭만주의라니. 쳇, 재떨이. 아니라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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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
피에르 바야르
여름언덕

추리소설은 두 동선을 구축한다. 하나, 경찰이 명백히 보이는 증거로 범인을 지목하는 과정. 둘, 그에 반박해서 여기저기 흩어진 힌트를 모아서 독자가 전혀 짐작도 못했던 자를 살인자로 밝혀내는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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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확]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황금가지 펴냄

 

 

내가 그동안 즐겨 읽었던 추리소설은 대부분 영국 작가의 작품이다. 이들 전통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은 뛰어난 추리력이 기본이고 폭력을 가급적 쓰지 않고 사건을 해결한다. 또 가끔은 범인에게 인간적인 동정심을 베풀기도 한다.

영국 전통 추리소설의 재미라면, 사건을 오밀조밀하게 파헤치는 탐정의 솜씨를 감상하는 것과 범인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애달픈 사연에 감동받는 것에 있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소설이 있다. 바로 미국의 '하드보일드'다. 추리보다는 행동이 먼저라서 몸싸움, 총싸움, 협박, 주먹질 따위를 골고루 잘하고 인간적인 정은 코딱지도 안 보이고 대개 복수심에 불타는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 문체는 사막처럼 메말라서 따뜻한 감정이라고는 좁쌀만큼도 안 보이는 무미건조한 간결체다. '하드보일드'라는 추리 소설 장르가 있다는 소리만 들었지, 실제로 읽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쉴 해미트의 [붉은 수확]은 블랙 마스크지에 1927년 11월부터 이듬해까지 4회에 걸쳐 연재한 작품으로 그가 처음 쓴 장편소설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미국 추리소설계에서 일약 대부(?)로 떠올랐다. 그는 영국의 전통 추리 소설에 도전장을 낸 셈이었다.

[붉은 수확]이라는 제목은 이 작품에 흐르는 피를 암시한다. 포슨빌에 갱단들 사이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몇 가지 풀리지 않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탐정사 직원. 그는 범죄의 도시 포슨빌에서 갱들을 청소하기 위해 갱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도록 조작한다. 의뢰인한테 협박도 한다. 자신이 소속된 탐정사에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그는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이용당한다.

이 탐정은 소설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래서 문장이 그의 성격과 닮았다. 외모 묘사에서 그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다. 오직 차가운 냉소주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 작품의 흠이라면 '연재 소설'이라는 것이 너무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의문의 여러 사건이 나오고 그것을 풀어 주는 대목이 집중적으로 몇 차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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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의 번역이 꽤 괜찮다. 원문을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바꾸면서도 내용을 충실하게 모두 담아냈다. 가끔 의역도 있는데, 읽기에 더 편해서 선택했다. 직역에 집착하고 전문 번역가로 이름을 걸고 규모가 큰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보다 낫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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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LOCK HOLMES #1
저자 : 아서 코난 도일
출판 : BANTAM

대화는 구어체로, 지문은 문어체로 쓴다. 이 기본을 소설에서 지키지 않는 작가가 의외로 많다. 코난 도일은 세련된 문학 표현과 저급한 일상 말투를 동시에 아우르며 문장을 써내려갔다.

"I consider that a man's brain originally is like a little empty attic, and you have to stock it with such furniture as you choose. A fool takes in all the lumber of every sort that he comes across, so that the knowledge which might be useful to him gets crowded out, or at best is jumbled up with a lot of other things so that he has a difficulty in laying his hands upon it. Now the skilful workman is very careful indeed as to what he takes into his brain-attic. He will have nothing but the tools which may help him in doing his work, but of these he has a large assortment, and all in the most perfect order. It is a mistake to think that that little room has elastic walls and can distend to any extent. Depend upon it there comes a time when for every addition of knowledge you forget something that you knew before. It is of the highest importance, therefore, not to have useless facts elbowing out the useful ones." 13쪽

집중은 필요한 것을 언제든 생각할 수 있게 정리해서 머릿속에 넣는 기술이다. 또한, 쓸데없는 것은 기억하지 않으려는 대담함이다. 일반인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대개들 머릿속에 잡생각이 많고 필요한 정보는 정리가 안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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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지식여행


역시 히가시가와 도쿠야답다. 정교하고 섬세한 트릭을 보여준다. 우연이 개입된 게 흠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유머는 여전하다. 일본어 말장난이다. 

연쇄 살인에 밀실이다. 그다지 당혹스럽진 않았다. 어느 정도 내 예상이 맞았으나 트릭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범인이 될 수밖에 없잖아 정도의 감이랄까. 열 단계도 넘는 이 촘촘한 속임수를 어찌 알 수 있으랴. 게다가 이미 풀은 수수께끼를 반전시키니, 정말 대단한 솜씨다. 반박에 반박에 반박을.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이 책에는 작가 자신이 추구하는 추리소설 작법에 대한 은밀한 고백이 있다. 78쪽을 보라. 인용해 보면,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가 미스터리의 필수요소인 것처럼 반드시 나오곤 하는데 그런 관계에 대한 설명이 끝도 없이 나와 오히려 지겹게 만들고 결국 나중에는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끝나서" 그래서 그가 쓰는 소설에 범행 동기가 간략하게 나온다. 이 작품에서는 아예 그 동기마저 우스개로 써먹는다. 결말에서 웃으면 안 되는데, 웃게 된다. 

추리소설의 본령은 추리 게임성이다. 그걸 애써 사회 고발이니 인간의 잔혹성 성찰로 끌어들이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하지만 그래서는 그동안 애써 쌓은 재미를 없애고 읽는 이를 지루하게 한다. 

일본의 사회파 추리소설은 인간의 범행 동기를 중요시해서 진지하게 다룬다. 이 작품은 히기사노의 '악의'와 정반대에 있는 소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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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베스트
아서 코난 도일
다락원


작가의 본래 글은 대체로 읽기가 썩 쉬운 편이 아닙니다. 헨리 소로나 마크 트웨인의 영어 원문을 읽어 보셨다면 제 말을 이해하실 겁니다. 읽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요약 편집본이 나옵니다.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출판하면서 어려운 부분을 쉽게 풀어 쓰죠. 요약해서요.

이 책은 영어 학습자를 위해 각색했습니다. 지루하거나 낯선 단어를 잘라냈죠. 줄거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깔끔하게 줄였네요. 솜씨 좋습니다.

원문은 아무래도 옛날 문장이라서 읽기에 썩 편하진 않죠. 긴 문장에 낯설고 때론 지루하죠. 짧고 경쾌한 미국 현대 문장으로 바꾸었습니다.

요약판을 성우가 읽은 오디오 시디가 있습니다. 남자 성우네요. 혼자서 읽어요.

셜록 홈즈 관련 일화와 지은이 코난 도일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있습니다. 물론 영어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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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아서 코난 도일 원작,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승영조 옮김/북폴리오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아서 코난 도일 원작,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승영조 옮김/북폴리오


2010년. '주석 달린 셜록 홈즈 전집'이 있다는 것을 도서관에서 알았다. 셜록 홈즈 시리즈 소설을 읽으려고 해당 책꽂이에 갔더니, 어마어마하게 생긴 요상한 책이 보였다. 생긴 게 도해 도판 백과사전처럼 크고 넓적하고 두꺼웠다. 당시 북폴리오에서 낸 책이었다. 세상에, 저런 책을 누가 사겠으며 누가 읽겠나 싶었다. 너무 커! 홈즈 미치광이들이나 그러겠지. 


세월이 흘러흘러 2014년. 다시 도서관. 이번엔 다른 도서관. BBC 드라마의 인기로 다시 셜록 홈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옛날 그 책이 생각났다. 완간이 되었나 봤더니 완료되었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주석 달린 셜록 홈즈 세트 - 전6권
레슬리 S. 클링거 엮음, 
승영조.인트랜스 번역원 옮김
아서 코난 도일 원작/현대문학

출판사가 바뀌었다. 현대문학. 번역 출판권이 옮겨진 모양이다. 북폴리오는 완간을 못하고 기존에 낸 책을 절판했다.

다행스럽게도 번역자는 동일하다. 그런데 장편소설 쪽, 그러니까 나머지 완간을 못한 부분은 승영조와 함께 인트랜스 번역원이라는 데서 번역했다.

번역은 집단이 하면 망한다. 요즘에도 그러나 모르겠네. 출판사에서 교수님한테 번역을 의뢰하면, 교수가 학생들한테 원고를 쪼개서 나눠주고 대신 번역하게 한다. 그런 후에 교수가 그걸 취합해서 책으로 낸다. 제한된 시간에 빠르게 일을 해내지만 책임감이 없어서 번역의 질과 일관성은 최악이 되기 십상이다.

승영조의 셜록 홈즈 번역은 이미 정평이 났다. 인터넷 서점 독자 평에 보면 입소문이 이미 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왜 그런지는 직접 읽어 보면 알 수 있는데, 옮긴이 후기를 통해 스스로 밝혔듯 기존 번역의 문제들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으나, 이런 주석 달린 거대한 책을 읽을 독자라면 무척 신경이 쓰인다.

북폴리오는 원서와 같은 편집과 표지를 시도했다. 원서처럼 총 3권으로 편집을 기획했다. 이 때문에 책이 어마어마하게 두꺼워서 이 글 처음에 말했듯, 괴물이었다. 원서와 동일하게 고급 종이에 컬러로 인쇄했다.

The New Annotated Sherlock Holmes: The Complete Short Stories Volumes 1-2 (Boxed Set, Slipcased Edition)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Le Carre, John 그림/W W Norton & Co Inc

The New Annotated Sherlock Holmes, Volume 3: The Novels: A Study in Scarlet/The Sign of Four/The Hound of the Baskervilles/The Valley of Fear (Hardcover, Slipcased Edition)
/W W Norton & Co Inc

현대문학은 원서와는 다른 편집을 시도했다.

번역서가 너무나도 두껍기 때문에 원서를 2권으로 분권한다. 원서가 총 3권이니까 번역서는 6권이다. 번역서 2권이 원서 1권에 해당한다. 드디어 그나마 읽을 만해졌군. 그래도 일반 단행본보다는 두껍고 크다. 대신에 종이의 질을 낮고 흑백인쇄다. 종이가 가벼우니 책이 가볍다.

6권 분권 체제로는 기존 3권 체제의 책 표지 디자인을 따를 수 없게 되었다. 원서의 미려한 디자인은 번역서에서 살리지 못했다.

셜록 홈즈 마니아라면 이 책을 안 읽을 수 없다. 어떻게 안 읽어. 이 책은 단순히 주석만 달린 책이 아니다. 셜록 홈즈 관련 많은 정보들이 총집합했다.

삽화는 가장 친숙한 시드니 패짓의 것이 모두 수록했다. 다른 이들이 그린 삽화도 있다.

1권에 실려 있는 연보가 흥미롭다. 셜록 홈즈의 생애에 왓슨의 생애, 연국의 사건, 세계사, 한국사가 곁들여 있다. 한국사는 원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옮긴이 승영조가 넣은 것이다. 1846년을 보면 제임스 모리아티가 태어났고 해왕성이 발견되었으며 김대건 신부가 순교했다.

주석을 읽으면 셜록 홈즈의 세계가 더 생생하게 보인다. 소설 본문에서 "술병 케이스와 수다수 제조기를 가리켰다."라고 나오는데 이 케이스와 이 제조기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 책을 봐야만 알 수 있다.

게다가 주석과 설명문으로 달린, 셜록 홈즈 시리즈의 각종 논리적 문제점에 대한 여러 평가와 나름대로의 설명을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주홍색 연구 1부 1장 끝에 언급한 불도그 강아지에 대해서 말들이 참 다양하다. 왓슨이 여기서 딱 한 번 언급하고는 이후로 이 개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데 과연 왜 그런 것인가. 의견 1. 이사 후 개 사망. 의견 2. 개를 잠깐만 돌본 것이다. 의견 3. 홈즈가 개를 치워달라고 했다. 

이 책의 재미는 셜록 홈즈 소설을 실제 전기라고 가정한 후 이에 대한 소설적 설명을 붙어나가는 소위 '셜록학'에 있다. 소설 본문에는 없지만 그 본문에 살을 붙이는 팬픽션이다.

별별 자료가 다 있다. 5권에 보면 60편 이야기에서 셜록 홈즈가 어떤 표정 반응을 했는지 통계를 냈다. 5권에는 셜록 홈즈의 실제 모델이었던 의사 조지프 벨의 에세이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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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레슬리 S. 클링거 엮음, 승영조 옮김, 
아서 코난 도일 원작/현대문학


주석 달린 셜록 홈즈는 작품을 싣는 순서가 단편집, 장편이다. 그러니까 이야기 흐름 순서도 아니오, 출간일 순서도 아니고, 그냥 레슬리 클링거 편한 대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의의로, 기대도 안 했던 좋은 점은 이 번역서에 한국 독자를 위한, 옮긴이 승영조의 주석이 달려 있다는 점이다. 당연하게도 이는 원서에서는 읽을 수 없다. 이 책 17쪽에 붙은 "우리의 경우 순경 위 계급인 경장부터 경사, 경위까지가 형사에 해당하는데, 형사반장(팀장)은 주로 경위가 맡는다. 홈즈 이야기에 나오는 형사는 경위다." 이런 주석은 알차다. 연표에 한반도의 사건을 추가한 점도 좋다. 이 또한 당연히 원서에는 없다.

당시 장소와 모습을 사진으로 첨부해 놓았다. 글만으로는 잘 이해되지도 상상되지 않는 것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시리즈 전반의 소개 글에 해당하는 '셜록 홈즈의 세계'라는 글이 있는데, 여기에 작가의 사진과 작가 주변 인물(첫째 부인 루이즈 호킨스, 둘째 부인 진 레키, 삽화를 그린 시드니 패짓)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나쁜 점도 있다. 주석을 위한 주석이 보인다. 많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있다. 186쪽 헤이그에 대한 주석은 정말이지 쓸데없다. 현대 여행 가이드북에 있는 설명을 왜 갖다 붙었는지 영 모를 일이다.

이 책은 크기와 두께가 읽기 편하지 못하다. 그나마 나름 읽을 수 있게 두께와 무게를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석이 안 달린 본문 페이지는 횡하다. 주석이 달려야 할 지면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편집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없었던 듯하다. 출판사 편집자를 옹호할 마음은 없지만 이해는 간다. 나라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겠더라. 독자 입장에는 한 페이지가 주석으로만 채워진 게 불편하고 불만이지만 내가 만들어도 어쩔 수 없겠다 싶었다.

단편집 [셜록 홈즈의 모험]에도 이렇게 오류가 많은지는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꼼꼼하게 잘들 잡아냈다. 

하숙집 주인 이름이 왔다갔다 한다. 허드슨 부인이 아니라 터너 부인으로 '보헤미아 왕실 스캔들'에 나온다. 이에 대한 셜록학자들의 설명이 기가 막힌다. 이런 의견도 있다. 터너는 홈즈와 허드슨 부인이 밀회할 때 사용하는 가명이라고. 

'빨강머리연맹'에는 빨강머리연맹은 헤체되었습니다라는 공고문의 날짜를 멋대로 적었다. 정확히 계산해 보면 10월 9일이 아니라 6월 28일이어야 한다. 

'보스콤밸리 사건'에서 홈즈는 기압계 눈금 29를 고기압으로 잘못 읽는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에서는 왓슨의 아내에게 친정 어머니가 없는데도('네 사람의 서명'에서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다고 나온다.) 아내가 친정 어머니한테 갔다고 써 놓았다.

존 왓슨을 제임스 왓슨으로 잘못 말한 부분은 심각한 오류라고 여긴 모양인지 주석이 아니라 따로 장(다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장미는……)을 마련해서 토론한다. 

여러 설이 있는데, 나는 제임스가 양아들이라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고 본다. 그래도 문맥상 제임스는 아무리 봐도 왓슨을 뜻한다. 작가 도일이 등장인물의 이름을 헷갈리기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왓슨의 이름을 잘못 쓸 수 있을까. 주인공 셜록 홈즈는 안 틀리게 써서 그나마 다행이다.

'푸른 석류석'에 나오는 오류는 명백한 잘못이다. 거위는 모이주머니가 없단다. 그런데 소설에 있다고 썼다. 모이주머니가 아니라 식도가 늘어난 거라고. 닭이랑 비슷하니까 당연히 모이주머니가 있을 거라 짐작했던 것이다. 

셜록키언들한테는 이 오류가 충격이었다. 작가 도일과 주인공 홈즈는 과학 상식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런 기초 과학 지식조차 없었다는 것이 들통이 났으니.

옮긴이 승영조는 본문 내용을 반박하는 주석에 반박하는 주석을 달았다. 243쪽 6번 주석.

소설에 나오는 지명이 어떤 것은 실제고 어떤 것은 꾸며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당시 시대 사회상을 이 책으로 알고 소설 본문을 읽으니까 새롭게 깊게 읽힌다. 당시 타자기의 발명은 여성들에게 경제적인 여유와 독립을 가능케 했다. 타자기 제조업체에서는 타자기와 타이피스트를 함께 판매했다. 이 신종 일자리로 당시 여성들이 쉽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대보다는 셜록학(픽션에 대한 픽션) 주석이 많지 않았다. 대개는 딱딱한 사실과 백과사전식 풀이 주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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