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에 해당되는 글 1045건

  1. 2025.01.12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통] 타자수 안 예뻤으면 어쩔뻔했을까
  2. 2025.01.03 애거서 크리스티 [다섯 마리 아기 돼지 회상속의 살인] 푸아로 - 과거 재구성
  3. 2024.12.31 2024년 12월 독서 결산 및 한 줄 독후감
  4. 2024.11.30 2024년 11월 독서 결산 및 한 줄 독후감
  5. 2024.11.27 황희상 [특강 소요리문답] 질문과 대답으로 기독교를 이해하자
  6. 2024.11.17 박태원 [천변풍경] 1930년대 서울 청계천변의 풍경을 아름답게 수놓은 자수
  7. 2024.11.09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살인, 사랑, 미술의 삼중주
  8. 2024.11.04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소설 좋아하는 이들의 필독서
  9. 2024.10.31 2024년 10월 독서 결산 및 한 줄 독후감
  10. 2024.10.29 셜록 홈즈 1 [주홍색 연구] 아서 코난 도일 - 전설의 탄생
  11. 2024.10.28 데즈먼드 모리스 [고양이는 예술이다] 고양이 그림 미술사
  12. 2024.10.28 막심 고리키 [어머니] 줄거리 민중 언어 소설 작가의 성실한 글쓰기
  13. 2024.10.24 [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 발랄하고 수다스러운 여행기
  14. 2024.10.24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 죽음과 절망 속에서의 사랑
  15. 2024.10.21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더클래식 번역본 - 앨리스 언니의 의미
  16. 2024.10.17 버트런드 러셀 [서양의 지혜: 그림과 함께 보는 서양철학사] 주관적인 통찰력
  17. 2024.10.16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 소설 같은 자서전, 좌파도 우파도 아닌 회색
  18. 2024.10.15 슈테판 츠바이크 [에라스무스 평전] 인문주의, 부활을 꿈꾸다
  19. 2024.10.14 한강 [여수의 사랑] 어둡고 아름답게 펼쳐진, 허구의 절망감
  20. 2024.10.14 E.T.A. 호프만 [모래 사나이] 기계 인형, 발레 코펠리아 원작 소설
  21. 2024.10.13 파운데이션 6 [파운데이션의 서막] 아이작 아시모프 - 이야기의 시작
  22. 2024.10.11 파운데이션 5 [파운데이션과 지구] 아이작 아시모프 - 이야기의 끝
  23. 2024.10.11 [추리특급]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미스터리 걸작선
  24. 2024.10.10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전집 순서 출간일순 목록
  25. 2024.10.10 파운데이션 4 [파운데이션의 끝] 아이작 아시모프 - 로봇이냐 아니냐가 중요해?
  26. 2024.10.09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 절망의 끝에서] 절망의 끝에서 부르는 환희의 노래
  27. 2024.10.08 김영하 [오래 준비해온 대답 /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창작 샘이 말라버린, 소설가의 초상
  28. 2024.10.08 김영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로봇 블랙코미디
  29. 2024.10.08 임철우 [등대] 절망적인 상황에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다
  30. 2024.10.08 임철우 [그 섬에 가고 싶다] 마음속에 따뜻한 별 하나를 심어 주는 소설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지음
오형태 옮김
동서문화사 펴냄
2003년 1월 발행


천재적 탐정이 나오는 추리물과 달리, 일상적인 수준의 지능과 능력의 형사가 나온다. 여기서 호불호가 갈린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딱히 없다. 통이 주인공이랄까. 시체와 금화가 담겨져 추리의 대상이 된 후 계속 주목하게 된다.

리얼리즘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 속에서 추리 추적에 참여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고전 명작으로 불리는 이유다.

용의자가 두 명밖에 없다. 동기와 알리바이 확인이 명확하진 못하다. 심심한 편이다. 박진감이나 스릴감이 없다. 무미건조한 벽돌쌓기 하는 기분이다.

탐정 고용해서 알리바이 깨는 게 핵심이었다. 범인과 범행 과정은 변호사가 추리해 버려서 당혹스러웠다. 평범한 지능의 독자라도 추리할 수 있을 정도라서 놀랍지도 않았다.

타자수가 안 예뻤으면 어쩔뻔했을까. 후반부는 대단히 아쉽다. 이 책 읽으라도 추천 못하겠다 나는.

202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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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2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황금가지 펴냄
종이책 2007년 발행 2013년 개정판
전자책 2014년 발행 2022년 업데이트

회상속의 살인
이가형 옮김
해문출판사 펴냄
종이책 1998년 10월 발행

Murder in Retrospect (1942) 미국판
Five Little Pigs (1943) 영국판

'다섯 마리 아기 돼지'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 중 예외적인 작법을 썼다. 애증의 거미줄 속에 살인 수수께끼가 있고 푸아로가 짜잔 놀라운 반전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여전하지만, 과거의 사건을 용의자들의 진술만으로 재구성하여 진실을 밝혀낸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이 책 제목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동요를 이야기의 뼈대로 차용해서 그렇게 붙인 모양인데, 이야기 전개와 별 상관은 없다. 애써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고작해야 유력한 용의자가 다섯 명이라는 점 정도다. 미국판/해문 제목이 소설 내용과 잘 어울린다. '회상 속의 살인(Murder in Retrospect)'이다.

별다른 트릭이 없고 독살한 것이 뻔히 드러난 판국에서 단서는 오로지 그때 그곳에 함께 있었던 용의자들의 진술뿐이다. 그것도 16년이 지난 일을 기억해내며 자기 입장에서 거짓과 진실이 뒤섞인 진술에서 과연 살인범을 잡아낼 수 있을까.

같은 살인 사건이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진술된다. 이 설정을 천재적으로 써내려간 작가가 있었으니, 아쿠다카와 류노스케다. 단편 ‘덤불 속’이다. 영화 ‘라쇼몽’으로 더 잘 알려졌다. 애 여사의 이 작품도 같은 설정이라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읽어 보니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문학의 천재는 아니었다. 인물의 심리를 깊게 파고들지 않고, 묘사력이 훌륭해서 읽으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은 문장력도 없다. 정교한 추리게임 오락구조물을 만드는 데 천재였을 뿐이다. 

이 소설의 후반부 반전에 반전은 놀라웠다. 기교의 반전이 아니라 심리의 반전이었다. 결과적으로, 살인자는 살인으로 심리적으로는 자신을 죽이는 비극에 처한다.


황금가지 전자책으로 구입해서 다시 읽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야기 공학이 멋지다. 세세하게 가공한 솜씨는 역시 미스터리 소설의 장인임을 증명한다. 케롤라인 크레일의 모습을 그려내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인물의 깊은 감정까지는 나아가지 않으며 중점적으로 묘사하지도 않는다. 추리소설 범죄 수수께끼 장르 틀 안에서 자제한다.

이야기 기술력은 '예술 문학'이 아니다. '기술'이다. 반전에 반전을 만들면서 세세한 것들이 다 들어맞아서 결론을 제시하는 기교다. 바로 이것이 애 여사의 매력이다.

추리소설은 글의 목적이 범죄 수수께끼다. 따라서 인물의 감정을 깊게 파고들거나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그것이 목표 지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차적이다. 범죄 관련 심리적 상태까지가 묘사의 한계다. 더는 나아가지 않는다. 벗어나기 시작하면 예술이고 문학이 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아무도 '추리소설'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범죄는 있으나 수수께끼 제시와 그 해결이 글의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역이 있어서 출판사에 제보했다. '배다른 여동생'이라고 나오는데, 아버지가 다른 여동생이다. 본문에도 나온다. "두 사람은 어머니는 같지만 아버지가 달라서요."

2021.11.01

전자책 관련 수정이 있었다.
1. 제보한 오역이 수정된 것을 확인했다. '이부 여동생'으로 올바르게 나온다.
2. 표지가 바뀌었다. 본래는 한글 번역 제목이 크게 나오고 영어 원서 제목이 없었었다. 이제는 영어 제목이 크게 나오고 그 밑에 한글 번역 제목이 작게 보인다. 종이책 표지와 동일하게 한 것이다.

수정 전
수정 후

2024.06.18

말의 오해로 반전을 만들었다.
심리적 일치/불일치를 추리의 방법으로 이용했다.
짧고 강렬한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

전자책에 오탈자
바램 → 바람
바래요 → 바라요

20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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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독서 결산 및 한 줄 독후감

죽은 자와의 결혼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다시 읽으려고 하니, 문장이 술술 읽히는 편이 아니었다. 같은 문장, 같은 문단을 처음과 마지막에 반복하고 있다.

한국 괴물 백과
곽재식 지음, 이강훈 그림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8년 12월
한국 오컬트 추리소설을 써 보면 어떨까 싶어서 봤는데, 역시나 나랑 오컬트는 안 어울리는 모양이다. 노잼.

바람이 분다, 가라-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대화문을 왜 따옴표 처리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지루하고 재미없다. 국내작가 소설은 영 내 취향이 아니다.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우울증은 어떻게 빛나는 성취가 되었나
앤서니 스토 지음, 김영선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12월
상상은 불만에서 비롯된다. 실현되지 못한 소망을 공상에서 이루는 것이다. 머리말만 읽음. 본문은 위인전?

[eBook] 황금가지 1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박규태 역주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앞 몇 쪽 읽고 말았다. 흥미를 못 느끼겠다. 이해도 안 되고. 그 황금가지가 뭔지만 알고는 읽기를 중단함.

[eBook] 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8월
시집 팔고 독후감까지 요구하는, 당돌한 소녀. 팔리지 않고 읽히지 않는 시는 의미가 없지.

[eBook] 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4월
구질구질한 가족사. 비호감 주인공. 소원 나무 이야기는 안 알려줌. 초반 고구마 연속. 읽다가 포기했다.

숨겨진 건 죽음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8월
두 번 반전. 허나 쓸데없이 꼬아놓은 게 많아서 좀 그랬다. 다음부터 이 작가는 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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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설정 좋음. 필력 나쁨. 반전 좋음. 십계와 연결된다. 두 소설 모두 범인이 같았다. 탐정 엿먹이는 범인. 특이해.

중요한 건 살인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8월
셜록 홈즈를 대놓고 가져다가 현대로 옮겨 놓았다.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어서 수필과 소설이 혼합된 듯.

순수이성비판 1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 아카넷 / 2006년 6월
이해하려고 하니까 머리가 아프다. 역시나 무리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었다.

백전백승 웹소설 스토리 디자인- 프로 작가가 되기 위한 생존 안내서
김선민 지음 / 허들링북스 / 2022년 6월
웹소설은 기나긴 연재물이기 때문에 설계도를 만든 후에 집필에 들어가야 한다.

스스로 행복하라- 10만 부 기념 에디션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1년 5월
수필집인데, 회고록 전기문 분위기다. 법정의 삶. 출가 전 그의 마지막 집착은 책 몇 권이었고 그마저 버린다.

모래 사나이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 지음, 신동화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팔룬의 광산. 사랑 이야기다. 강추.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2 더하기 2는 무엇입니까? 4지 뭐. 호기심 1도 안 생기는 도입부. 앤디 위어 거르자. 영화로 나오면 보자.

1Q84 (10주년 기념 합본 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1504쪽 벽돌책. 1장 읽고 포기했다. 졸린다. 지루하다.

[eBook] 진짜 나를 찾아라-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7월
지식과 경험과 지혜와 삶과 죽음이 바르고 드맑고 드높은 정신의 힘으로 엮어지며 햇살처럼 쏟아진다.

[eBook] 밤 풍경
E.T.A. 호프만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9월
‘모래 사나이‘가 수록된 작품집 ‘밤 풍경‘ 1, 2권을 완역한 책이다. 오컬트 공포 환상 소설이다. 1권까지만 읽음.

[eBook] 재미있는 글을 추구하는 웹소설작가
노경찬 지음 / 토크쇼 / 2019년 1월
문답 인터뷰 방식으로 현업 웹소설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청소년 진로 상담용 교재다.

[eBook] 대기업 때려치우고 웹소설- 종이책만 읽던 뉴비의 웹소설 탐험기
Guybrush / 카멜북스 / 2022년 5월
웹소설에 적응하지 못해서 엄청 고생한 후에 마침내 진입에 성공한 이의 분투기. 작법서라기보다는 수필이다.

[eBook] 밀리언 뷰 웹소설 비밀코드
진문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1월
웹소설을 왜 어떻게 쓰는지 제대로 알려준다. 웹소설의 특징을 잘 설명했기에 그 한계도 잘 보여준다. 강추.

[eBook]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소설 쓰는 이들의 경전. 전자책으로 재독

하얀 성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1년 4월
도스토옙스키의 더블이 연상되긴 했는데 지루함에 포기했다.

[세트] 허영의 시장 1~2 세트 - 전2권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 지음, 서정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예전에도 읽다가 졸려서 포기했었는데 지금도 변함이 없네.

좀비-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오츠는, 하루키와 더불어, 수필을 읽히는데 소설은 안 읽히는 작가다.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다시 또 하루키 소설 도전한다. 어, 읽힌다. 시작 부분만. 이렇게 지루한 걸 어떻게들 읽어내는지 신기하다.

[eBook] 내 이름은 빨강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장마다 캐릭터들이 돌아가면서 독자한테 이야기를 이어가며 말하는 식이다. 말발 행진.

벚꽃의 우주
김인숙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4월
기대를 너무했나. 문장도 이야기도 뭔가 밍밍하네. 8쪽 읽고 중단했다.

죽은 자로 하여금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문장을 기대했는데 말발을 보여준다. 썰렁한 우스개. 하차한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하루키 소설은 역시 나랑 안 맞는 모양이다. 첫 문장 읽고 바로 포기했다.

[eBook] 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전자책으로 다시 도전. 과연 도대체 뭘 어떻게 그렸기에 살해당했을까?

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살인, 사랑, 예술의 삼중주. 다시 포기.

기사단장 죽이기 1-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프롤로그 읽고 바로 포기했다. 지루해서 더는 못 읽겠다.

파괴된 사나이- 새번역판
알프레드 베스터 지음, 김선형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예전에 읽은 거 같은데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다. 말장난 거부감. 포기.

[eBook] 귀매 코멘터리 북
유은지 / 문학동네 / 2024년 7월
시험 기간에 소설을 썼단다. 떠오른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단 말이다, 신들린 무당처럼.

귀매
유은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영화 ‘파묘‘ 덕에 22년만에 부활했다. 묘사가 거의 없고 서술에 치중해서 술술 읽혔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왜 이제서야 읽었지 하는 안타까움과 아 이제라도 읽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올랜도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홍규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11월
버지니아 울프가 쓴 웹소설이랄까. 300년을 살고 남자가 여자가 된다. 필력 끝판왕이다.

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4장까지 읽고 포기했다. 도발적인 첫 문장과 장마다 바뀌는 화자는 흥미롭지만 이야기 자체는 지루했다.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0년 6월
본의 아니게 성 지식을 쌓았다. 의외로 재미는 딱히 없어서 대충 빨리 읽어치웠다.

The Complete Stories of Sherlock Holmes (Hardcover)
Doyle, Arthur Conan / Wordsworth Editions Ltd / 2008년 3월
2부 8장 초반까지 읽고 중단했다. 영어 원서 읽기는 언제나 고역이다. 술술 읽은 적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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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소요리문답 세트 - 전2권
황희상 지음
흑곰북스 펴냄

황희상의 '특강 - 소요리문답'은 다음과 같은 의문과 궁금증이 있었으나 잘 풀 수 없었던 사람을 위한 책이다. 읽으면 속이 시원해진다.

"성경을 읽었으나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제나 성경 통독을 결심하지만 창세기 몇 장 읽다가 잠을 자고 너무 어려워서 포기한다. 그냥 목사님 말 잘 듣고 교회만 잘 다니면 되는 걸까? 내가 믿는 기독교를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난 크리스천은 아니다. 그래도 기독교에 대해서 알고 싶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믿는 종교라면 내가 그 내용을 알아야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성경을 읽어 봤는데 온통 모순적인 문장으로 가득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죄와 죽음은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그 죄와 죽음이 아닌 것 같다. 그럼 도대체 뭐지?"

무신론자든 유신론자든 기독교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친절하고도 체계적으로 기독교를 알려준다. 흥미로운 질문과 정직한 대답이 명확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당신이 궁금증을 놓치 않는다면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멈추기는 불가능하다!

당신이 기독교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다면 이 책을 펴는 순간 모든 것이 풀리고 이해되고 정리된다. 왜 기독교에서 성경이 중요한지 알 수 있으며 성경 전체를 꿰뚫어서 이해할 수 있다. 기독교를 정확하고도 명확하게 이해시키는 학습서다.

이 책은 '17세기 중반 영국에서 만든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해설했다.

아마도 교리문답으로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교리문답을 해 본 사람은 이 또한 만만치 않게 어렵다는 걸 안다. 암기하지 못하면 선생님한테 혼난 경험이 있다면, '아이고, 그 골치아픈 교리문답이야.'하고 지레 겁부터 먹고 도망칠 분도 있으리라. 이 책은 그런 분조차 '교리 문답'을 좋아하게 해준다. 비결이 뭘까?

황 작가의 이 책은 독자를 두 가지로 매혹시킨다. 첫째, 논리적 흐름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한다. 둘째, 각 요리문답을 지은이의 솔직하고 일상적인 글로 풀어낸다.

성경 공부에서는 논리적 흐름 유지가 중요하면서도 까다롭다. 저자는 이를 마인드맵으로 해결했다. 각 요리문답을 연결하고 체계적으로 배열해서 보여준다. 거대한 나무와 자잘한 가지를 모두 볼 수 있다.

성경은 한 권이 아니다. 성경은 구약 39권과 신약 27권으로 총 66권에 1198장 31039절의 말씀이다. 그러면서도 한 권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각 권이 다른 권의 내용을 참조하고 반복하기 때문이다. 신약성경에는 구약성경의 말씀이 850번 인용된다.

성경을 문답으로 정리한 '소요리문답' 역시 각 질답이 다른 질답과 연결되어 있다. 당연하게도 각 질답은 성경의 각 구절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 또한 저자가 잘 정리해 놓았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방대한 내용을 정리하는 '지적 노동'은 누구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척 힘드니까. 책을 읽으면서 경외감마저 들었다. 이런 수고를 기쁜 마음으로 글로 표현해내고 있었다.

황희상이라는 작가에 대해 기대감을 느끼게 하는 이유는 요리문답의 단순한 해설을 넘어 책 곳곳에 빙그레 웃으며 써 놓은 고백서(?) 때문이다. 중학생 때 삼위 하나님을 사과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혼자 흐뭇해 한 적이 있다고 말하고, 맹자와 순자의 선악설 논쟁을 가상의 대화로 풀어낸다. 이래서 특강, 특별한 강의다.

저자 황희상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 많은 크리스천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꼭 가 보길 바란다.

페이스북을 살펴보니, 아내 정설(이 책의 편집자인데, 교육 콘텐츠 사이트 기획 운영 경력이 책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의 응원이 있었기에 이 책이 나왔다고 한다.

저자를 응원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이 책을 많이 사서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고, 작가를 좀더 사랑해주는 방법은 그의 강연을 듣거나 격려의 말을 해주는 것이다.

덧붙임 1
저자와는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었으나 종교 얘기를 나눈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같이 근무할 때는 저자가 크리스천인지도 몰랐었다.

덧붙임 2
이런 소요리문답 설명 책만으로는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막내누나랑도 공감했던 것인데, 성경을 제대로 잘 이해하려면 해당 문화, 그러니끼 히브리 당시 문화를 잘 알아야 한다. 글이 쓰여진 배경문화를 모르면 오역과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201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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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풍경 
박태원 지음
깊은샘 펴냄
1998년 발행 절판

박태원은 북한에서 망막염으로 실명하고 고혈압으로 전신불수가 되었음에도 '갑오 농민 전쟁'을 구술하여 완성시켜 북한 최고의 역사 소설가라는 호칭을 받았다. 남한에서는 기교파 작가나 세태 소설가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대한 연구나 비평은 적은 편이다.

월북 작가들에 대한 연구는 아마도 통일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될 듯하다. 정치 문화 사회적 상황이 그리 좋지 않고 문헌을 구하기도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태원의 장편소설 '천변풍경'에 쏟아진 평을 보자.

"나는 박태원 씨의 '천변풍경'에서, 톨스토이의 만년의 작품에서 받는 것과 방불한 감동을 받는다." 춘원 이광수의 평이다.

"태원은 확실히 대 춘원을 능가하고 서울 중류 가정 시어머니, 며느리, 시뉘, 올케의 풍파를 잘 쓴다는 거벽 상섭을 물리칠 수 있다." 월탄 박종화의 서평.

"여하간 이 소설은 우리 문학의 새 단계를 표시한 작품으로 많이 읽히고 또 연구되어 족한 작품이다." 임화.

그러나 박태원의 이 작품은 한국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지도 연구가 되지도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독서가들한테 잘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읽혀지는가. 그것은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우리네 평범한 삶에 대한 작가의 놀라운 묘사력과 관심과 애정 때문일 것이다. 이토록 일상 생활을 완벽하게 글로 잡아 낸 소설은 흔치 않다.

이 작품 이전에 쓴 여러 단편소설에서 나타나듯, 그의 묘사력은 독창적이다. 물 흐르듯 쉼표로 이어지는 지문과 대사가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고 그 시대의 서울 말씨와 풍속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계천 빨래터, 이 곳에서 소설 '천변풍경'을 시작한다.

모두 50절로 나누어져 있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지는데 특별한 결말 없이 끝난다.

그해 겨울에서 다음해 겨울까지, 일 년 동안의 청계천변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씨줄 날줄로 교묘하게 연결시켜 천변 '풍경'을 완성시켰다.

어쩌면 단순하게 일상 생활을 그린 듯하지만,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애면글면 사는 사람들. 시대는 변했지만 바로 지금 우리의 삶이다.

박태원의 장편소설 '천변풍경'은 1930년대 서울 풍경을 꼼꼼히 섬세하게 글로 수놓은 아름다운 자수(刺繡)이다. 그 자수는 화려하지 않다. 그 자수에는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 기쁨, 슬픔, 웃음, 죽음, 고달픔, 사랑이 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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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Benim Adim Kirmizi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민음사 펴냄
2021년 발행
전자책

종이책으로 두 번 시도했으나 지루한 편이라서 포기했다. 같이 읽고 있던 책 '귀매'가 상대적으로 재미가 있었다. 도서관에 빌린 종이책의 상태가 불안하기도 했다. 오물이 묻었고 낱장으로 떨어질 것 같아 풀로 붙여야 했다.

전자책을 구매해서 읽을 때는 다른 재미있는 책이 없어서,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밤을 새워 가며 마침내 읽어냈다.

처음 시도했을 때는 4장까지 읽고 멈췄다. 도발적인 첫 문장("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과 장마다 바뀌는 화자는 흥미롭지만 이야기 자체는 지루했다.

두 번째 시도할 때는 책의 윤곽을 잡긴 했다. 살인, 사랑, 미술의 삼중주였다. 서로 얽혀서 진행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지루했다.

세 번째 시도는 전자책으로 읽을 때는 약간의 집착이 생겨서 어떻게든 통독하자는 식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외국 옛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심지어 소설이긴 하지만 여전히 지금 여기와 통하는 것들을 발견했다.

커피의 안 좋은 점. 여전히 유효하다. "커피를 마시는 것은 죄악입니다. 우리 위대한 예언자 무함마드께서는 커피를 들지 않으셨소. 커피가 이성을 마비시키고 위궤양과 허리 디스크와 불임의 원인이 되는 사탄의 음료임을 아셨기 때문이지요."

위궤양, 그러니까 속쓰림은 알고 있었다. 허리 디스크와 불임은 전혀 몰랐다. 더 조사해 보니 너무 많이 마시면 그렇단다. 하루 다섯 잔 이상 이 정도.

내 이름은 빨강 14장 "이제 저의 눈은 이 세상의 더러움을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에 신의 모든 아름다움을 제 기억만으로 가장 순수하게 그릴 수 있습니다."

문득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 떠올랐다. 책이 책을, 소설이 소설을, 기억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 신비로움에 감정적 따스함을 느꼈다.

내 이름은 빨강 20장 "베네치아인들은 모두 마치 전염이나 된 듯, 자신들의 초상화를 만들고 있었다. 돈과 힘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삶의 목격자 혹은 기념물이 될 초상화를 만들었고, 그것은 자신들의 부와 힘과 권위의 표시가 되었어. 그곳에서, 우리 앞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서로에게 알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고 특별하다는 걸 나타내기 위해서 말이다." 인스타잖아.

각 화자들의 말발 자랑대회다. 뻔뻔하게 말하는 것도 있고 화려하게 말하는 이도 있고 웃기게 말하는 이도 있고 철학적으로 말하는 이도 있고 유혹적으로 말하는 이도 있고 야하게 말하는 이도 천박하게 말하는 이도 있다. 말하는 이는 사람과 그림 속 동식물이다. 죽음도 있었다.

읽다가 몇 번이나 포기했던 소설을 갑자기 술술 읽는 재미는, 나 자신을 나 스스로 배신하는 기묘하고도 가학적인 쾌감이다. 지루하다고 더는 읽지 말아야지 해 놓고 재미있어서 더 안 읽을 수가 없었다.

내 이름은 빨강 37장 "모든 세계가 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것이 색임을 나는 보았다. 나를 다른 모든 것들과 구별하는 힘이 색에서 나온 것이고 지금 나를 사랑으로 껴안고 세계와 연결해 주는 것도 색이란 걸 깨달았다."

단테의 '신곡' 천국편이 연상되었다. "나는 그 깊숙한 곳에서 보았다. 우주의 조각조각 흩어진 것이 한 권의 책 속에 사랑으로 묶인 것을."(290쪽, 박상진, 민음사)

이야기 속 이야기가 있어서 천일야화 느낌이 났다.

이 소설의 백미이자 사실상 결말인 58장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연상되었다.

추리소설로는 별로였다. 트릭도 반전도 없었다. 추리는 그럭저럭이었다. 권선징악 정의실현은 있었다.

마지막 59장은 에필로그 후일담이다.

"삶의 행복을 바라보는 행복으로 대체한 겁니다."

회화보다는 이야기 글이 그 행복을 그려낼 수 있다는 투로 끝난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딱히 좋지도 않았다. 추천하기는 애매하다. 비추는 아니지만.

202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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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職業としての小說家 (2015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펴냄
2016년 발행

책에는 '자전적 에세이'라고 하는데, 자서전 혹은 회고록이다.

소설을 읽는 사람, 소설을 쓰는 사람은 필독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11, 12장은 빼더라도 나머지 1~10장은 강력하게 추천한다. 10장까지 내용이 워낙 좋기 때문에 따로 요약이나 밑줄은 필요가 없다. 다 좋다.

소설을 쓰려고 하거나 소설을 쓰고 있거나 소설 쓰기를 포기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이 책 읽어라.

왜 이제서야 읽었지 하는 안타까움과 아 이제라도 읽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하루키 문체의 비밀이 이 책에 나온다. 일부러 어휘력이 부족한 영어로 쓴 후에 그 영어 문장을 일본어로 번역해서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평범한 단어 조합으로 비범한 표현을 쓰는 스타일이 확립된 것이다.

나름 웃긴 대목도 있었다. "제정신인 사람은 장편소설 같은 건 일단 쓸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162쪽.

재미있었고 유익했다.

2024.11.4

종이책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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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독서 결산 및 한 줄 독후감

시적 언어의 혁명
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김인환 옮김 / 동문선 / 2000년 5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본문은 언어철학과 현상학이었다. 곧바로 읽기를 관두었다.

검은 태양- 우울증과 멜랑콜리
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김인환 옮김 / 동문선 / 2004년 1월
연인 해설에 언급된 책이다. 내 이해력 밖의 책이다. 도 선생도 뒤라스도 우울해서 글 썼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역시나 별로였다. 자전소설인 모양인데 불행한 시절 얘기 자체가 흥미롭지 못하고 문장도 평범하다.

나의 유쾌한 동물 이야기
데스몬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한얼미디어 / 2006년 7월
어, 자서전이네. 제목에 속았다. 동물 이야기라매.

고양이는 예술이다- 가장 우아한 반려동물, 인간의 화폭을 점령하다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5월
고양이 그림을 소재로 미술사, 화가 전기, 문명 비평을 했다. 그림만 보려 했으나 글이 재미있어서 다 읽었다.

[eBook] 연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18년 7월
˝우리는 연인이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현실이 아니다. 문장의 가공, 소설이다.

묵자
묵자 지음, 최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7월
유교나 도교에서 나온 말인 줄 알았더니, 묵자에서 나온 말이었다. 딱히 새로운 건 없어서 읽다가 중단했다.

[eBook]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1월
일드 아라스 인 더 보더랜드 시즌 1 2 시청 후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천천히 깊게, 다시 소설 쓰고자.

인간과 말
막스 피카르트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 2013년 6월
언어가 선험적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태어나기 이전에 언어가 있다는 건데, 신처럼, 증명할 수 없다.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가 남긴 1년간의 일기
에릭 호퍼 지음, 정지호 옮김 / 동녘 / 2012년 3월
일상 기록, 독서 기록, 집필 기록, 사색 기록이 뒤섞여 있다. 그의 생각은 실용적인 듯하면서 철학적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재미없다. 왜들 좋아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8월
스티븐 핑커는 걸러야겠다.

눈 속의 구조대
장정일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늙은 장정일. 스타일은 그대로지만 뭔가 힘이 많이 빠진 듯. 아쉽지만 뭐 어쩌겠냐. 도서관에서 빌린 시집.

[eBook] 길 위의 철학자- 떠돌이 철학자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
에릭 호퍼 지음, 방대수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독서와 글쓰기에 매진하고 사색에 열중한 인간의 모습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간결한 문체에 살짝 웃기면서 수사 진행 빠르다. 적응 안 되는 독일 이름. 더는 흥미롭지 않아 포기했다.

파운데이션의 서막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심리역사학의 시작. 클레온 황제와 에토 데머즐 총리. 읽다가 포기했다.

파운데이션과 지구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기록에서 삭제된 지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사건보다 설명이 많아 지루함. 돌아돌아 로봇. 미완의 끝.

파운데이션의 끝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제2파운데이션의 활동. 정신력에 치중하고 있다. 지구 찾으려는 제1파운데이션. 로봇 3원칙 등장.

[eBook]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실비아 플라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9월
˝참된 자아가 언어를 찾아 말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눈부신 사건이 된다.˝ 글쓰기에 매진하는 사람만 그렇다.

여수의 사랑-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문체는 좋지만 이야기가 작위적이다. 분위기가 어둡다.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선형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11월
뭔가 비결이 있지 않을까? 정작 해주는 말은 상식이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엥?

고요의 바다에서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7월
현재형 단문. 적응이 안 된다. 더 읽을 마음이 안 생긴다. 포기했다. HBO 영상화되면 그걸 봐아겠다.

이게 다예요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고종석 옮김 / 문학동네 / 1996년 3월
죽음 앞에서도 글쓰기에 집착한다.

재밌어서 밤새 읽는 화학 이야기
사마키 다케오 지음, 김정환 옮김, 황영애 감수 / 더숲 / 2013년 2월
딱히 재미있는지 않았다. 쉽게 풀어 쓴 화학 교과서 같은 걸 바랐는데 잡지 질답 같은 거였다.

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11월
그럭저럭 읽혔다. 전작과 동일한, 유쾌하고 살짝 철학 수필 같다. 동화 같은 해피엔딩.

라디오 체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코로나 시국. 됐네요. 아무리 웃겨도 지겨운 느낌을 피할 수가 없었다.

파운데이션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광물이라고 하나도 없고 가진 건 원자력 기술뿐인데, 과연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복제 인간 이야기. 가볍고 유쾌하며 살짝 철학적이다. 재미도 있다. 동화 같은 결말.

아마겟돈
프레드릭 브라운 지음, 조호근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6년 4월
재미없다. 썰렁하다.

아레나
프레드릭 브라운 지음, 고호관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6년 4월
재미없다. 썰렁하다.

처형 6일전
조너슨 라티머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처형 6일 전에 진범 찾기. 흥미롭지만 더는 읽고 싶지 않았다. 애매한 필력이 문제인 듯.

[eBook] 해골성
존 딕슨 카 지음, 전형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3년 3월
마술, 유령, 옛날 성, 의문의 죽음 등으로 독자를 상상에 빠트린다. 역시 존 딕슨 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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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색 연구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
문예춘추사 펴냄
2012년 발행

A Study in Scarlet은 셜록 홈즈가 가장 처음 등장하는 소설이다. 탐정의 전형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장편'이다. 관찰과 추리를 강조하는 추리소설의 전통이 시작된다.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홈즈는 탐정의 대명사로 불린다.

문예춘추사 번역본은 제목을 '진홍색 연구'로 했다. 가장 많이 선택된 번역 제목은 '주홍색 연구'다. 그 외 번역 제목은 '붉은 실'이 있고 정확한 의역으로 '핏빛 습작'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어쨌거나 범죄학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소설 본문에서 홈즈가 이렇게 말한다. "이걸 '진홍색 연구'라고 부르면 어떻겠나? 우리도 가끔은 예술적인 표현을 써 보자고. 인생이라는 색깔 없는 실 뭉치에 살인이라는 진홍색 실이 섞여 있어. 그 실을 풀어서 떼어낸 다음 온 세상에 드러내는 게 우리가 할 일이야." 61쪽.

1887년에 발표된 소설이 아직도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힌다. 단지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 때문일까? 열 번 정도 읽어 본 경험으로는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교묘한 이야기 솜씨 때문이다. 결과부터 제시하고 그 원인과 과정을 다음에 설명한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전형적인 시작은 홈즈가 관찰과 추리로 상대의 직업과 최근 상태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 첫 소설에서 홈즈가 왓슨을 만나자마자 "아프가니스탄에 갔다 오셨나 봅니다."라고 말하고 어떻게 그렇게 단번에 알아냈는지는 나중에야 설명해준다. 겉모습만 보고 퇴역한 해병대 하사관이라고 알아맞추는 장면도 있는데, 이 역시 나중에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알려준다.

소설 전반이 이런 식이다. 추리소설 자체가 논리적 시간적 순서를 거꾸로 서술한다. 살인이 일어난다. 수사를 한다. 누가 왜 어떻게 그랬는지 알아낸다. 이 세 축으로 만든 이야기 구조물이다.

홈즈 자신도 이렇게 말한다. "수수께끼를 풀려면 거꾸로 추리하는 게 중요하지. 이건 아주 유효한 방법이고 또 매우 쉬운데도 다른 사람들은 잘 쓰지 않더군. 일상생활에서는 순차적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방법이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거꾸로 추리하는 방법은 홀대를 받기 십상이지." 177쪽.

도일의 추리소설은, 특히 첫 소설 '진홍색 연구'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왓슨은 홈즈의 추리력에 감탄하기 바쁘다. 홈즈가 살인 현장을 관찰한 것만으로 살인범의 나이, 키, 신발, 피우는 담배, 얼굴빛을 추리하자 왓슨은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다.

두 형사 레스트레이드와 그렉슨은 발로 하는 수사 방식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그게 빠르고 정확하다. 홈즈처럼 세세하게 관찰해서 범인을 추리해내는 일은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일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범행 자체도 소설 같지 않은가. 로맨스 가득한 복수극이다. 때마침 불치병에 걸린 살인범이 정의를 실현한다고 하는데 그 방식이 신의 주사위 던지기 식이라니.

추리소설에 멜로드라마를 끼워 넣는 방식은 도일 집필 당시에 유행이었다. 이 시대에 나온 유럽 고전 추리소설들이 그렇다. 작가는 모르몬교의 일부다처제와 미국 유타 주의 황야에서 로맨스가 떠올랐던 모양이다. 황야는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도 영감을 준다.

고전 추리소설이라서 오늘날 그대로 가져다 쓰기는 곤란하다. 경찰은 멍청한 것으로 치부되고 탐정은 보수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건 해결 자체를 즐긴다. 만화 같은 설정이다.

추리소설이란 거꾸로 추리하는 재미를 위한, 수수께끼 놀이 오락용 범죄물이다.


셜록 홈즈 : 주홍색 연구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에드 글리네르트 주해
이언 싱클레어 작품해설
남명성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펴냄
2009년 발행

셜록 홈즈 시리즈는 탐정소설의 구약성경이다. '주홍색 연구'는 창세기다. 추리소설을 읽거나 쓰려는 이들에게는 경전이다. 무조건 읽을 수밖에 없다. 바흐를 안 듣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셜록 홈즈는 탐정 캐릭터의 대명사다.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잘 모르지만 셜록 홈즈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불멸의 존재인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주홍색 연구'는 서툴게 빠르게 쓰느라 오류투성이다. 게다가 신파조 복수극이다. 그럼에도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도입부와 놀라운 추리력을 발휘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매혹적이다. 아무리 이야기 전개가 얼렁뚱땅이어도 셜록 홈즈의 매력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이언 싱클레어의 해설에도 나오듯 '주홍색 연구'는 이야기만 보자면 어설픈 습작이었다. 허나, 대화문과 캐릭터 묘사는 걸작이었다. "줄거리나 구성은 평범할지 몰라도 주인공들의 성격 묘사만큼은 매우 훌륭하다."(233쪽) 브라운 신부의 작가, 체스터튼도 같은 말을 한다. "홈스 시리즈의 가장 훌륭한 부분은 홈스와 왓슨 사이의 기지 넘치는 대화에 있다. 그리고 그 대화는 건전한 심리적인 판단을 담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사건이 없더라도 이 두 사람이 항상 실제적인 인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된다."([의심] (브라운 신부 전집-3) '추리소설의 오류' 북하우스 펴냄)

생생하고도 사실적인 문장력은 가공의 인물을 실제로 착각하게 할 정도에 이른다. "당시 수많은 독자들은 셜록 홈즈가 실제 인물이고, 코난 도일은 사건을 전달하는 대리인일 뿐이라고 여겼다."(본책 뒤표지) 캐릭터는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 작가를 통제하기에 이른다. 도일은 홈즈를 폭포에 던졌으나 죽일 수 없었다.

'주홍색 연구'는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전인 1부 2장까지 좋다. 이후부터 일관성을 무시하고 멋대로 쓴다. 2장에서 홈즈가 문학 지식이 전무하고 칼라일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하더니 바로 이은 3장에서 홈즈는 칼라일의 말("비범한 재능이란 고통을 끝없이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60쪽)을 인용한다.

범죄자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그다지 알고 싶지 않다면 2부 1장부터 5장까지는 건너 뛰어라.

애거서 크리스티의 첫 추리소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은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1부 7장에서 마지막 고리를 홈즈가 언급하는데,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에서 푸아로도 '마지막 연결 고리'를 언급한다. 둘 다 독살의 정체를 밝힌다.

지난 독서 기록을 보니, '주홍색 연구'를 무려 네 번이나 읽었다. 게다가 출판사가 제각각이다. 시간과공간사로 시작해서 동서문화사를 거쳐 황금가지를 지나 영어 원서 출판사인 반탐까지. 그리고 이번에 펭귄클래식코리아 번역본을 읽었다. 이 책 번역이 가장 마음에 든다.

번역도 창작이다. 외국어와 우리말이 일대일로 정확하게 대응하지 않기에 그렇다. 게다가 단어 선택과 해석의 공백이 옮긴이마다 제각각이다. 때로는 번역문이 원문보다 뛰어나고 세련된 문장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드물긴 하지만, 가끔씩 원문에 실망한 적도 있었다.

나는 정확한 직역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원문의 표현을 단어 하나라도 빠트리면 좋게 보지 않는다. 남명성의 번역은 이 기준에서는 합격이다.

'기계적' 직역은 아니다. 약간의 의역과 매끄러운 우리말 문장을 위해 '인간적' 융통성을 두는 편이다.

Being a reprint from the reminiscences of JOHN H. WATSON, M.D., late of the Army Medical Department.

의사이며 최근까지 군의관으로 일했던 존 H. 왓슨의 회고를 다시 옮긴 내용이다.

M.D.는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의사'가 아니라 '의학 박사'라고 해야 한다. reprint도 '다시 옮긴'이 아니라 '재수록' 혹은 '재인쇄'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직역이 항상 좋은 것만 아니며 대체로 기계가 번역한 듯한 느낌을 주며 우리말로 읽을 때 매끄럽지 못하다.

셜록 홈즈 전집 3 : 주홍색연구 네명의 기호 (양장)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정태원 옮김
시간과공간사 펴냄
2002년 발행

장편소설 '주홍색 연구'는 셜록 홈즈가 처음 등장하는 소설이다. 홈즈 소개가 자세히 나온다. 탐정의 영원한 별이 된 이 인물은 과연 독특했다. 독극물을 친구에게 투약해 보고 시체를 막대기로 때리고 한 번 보고 상대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맞추며 화학 실험에 몰두하고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범죄 수수께기 풀이 이외의 지식은 기억하기를 거부한다. 토마스 칼라일이 누군지 모르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든 달 주위를 돌든 관심이 없다. 반면, 범죄학과 법률에 대한 지식은 풍부하고 정확하게 머릿속에 넣어 둔다. 왜? 이유나 들어보자.

"내가 알기로 사람의 두뇌라는 건 본디 조그만 빈 다락방 같은 것이므로, 거기에는 자기가 마음대로 고른 가구를 넣어 둬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닥치는 대로 여기에다 오만가지 잡동사니까지 집어넣으니까 소용되는 요긴한 지식은 죄다 빠져나가 버리든가, 빠져나가기까지는 않더라도 딴 것들과 마구 뒤섞여서 여차할 때는 꺼내기가 매우 힘이 든단 말이야. 거기다 대면 익숙한 장인은 자신의 두뇌 방으로 들여놓을 물건에 대해 비상한 주의를 기울이지. 일을 하는 데 소용되는 것 말고는 절대로 손을 내밀지 않아. 물론 그 종류는 굉장히 많지만, 그들은 아주 순서 있게 꼬박꼬박 정리해 두거든." (시간과공간사, 정태원 번역)

코난 도일은 패기 넘치게 선배 작가의 탐정을 짓밟고 자신이 창조한 탐정을 그들 위에 올려 놓는다.

에드거 앨런 포의 뒤팽을 인정사정없이 내팽개친다. "나를 뒤팽과 비교했겠지만 뒤팽은 나보다 훨씬 못해. 15분 동안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적절한 말을 해서 친구의 사색을 중단시키는 것은 허세 부리는 일이고 천박한 짓이야." (시간과공간사, 정태원 번역)

에밀 가보리오의 르콕에겐 더한 모욕을 준다. "르콕은 형편없이 서투른 친구야. 배울 점이라곤 단 한 가지, 정력 뿐이야. 그 책을 읽고 속이 뒤집히더군. 문제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죄수의 신원을 밝히는 일이었어. 나라면 24시간 안에 밝힐 수 있었을 텐데 르콕은 여섯 달이나 걸렸어. 그 책은 차라리 탐정이 피해야 할 사항들을 가르치는 교과서로나 쓰는 게 좋겠어." (시간과공간사, 정태원 번역)

사건 발생. 빈집에 시체가 발견된다. 중년의 잘 차려 입은 남자가 주먹을 쥔 채 공통스러운 표정으로 죽었다. 벽면에는 복수를 뜻하는 독일어가 피로 써 있었다. 여자 결혼 반지 하나, 그리고 알약. 홈즈는 관찰과 추리로 범인을 잡아낸다.

2부까지 만들어 범인이 복수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로맨스와 서부 개척기 시대 역사로 장황하게 주절거린다. 몰몬교라는 특정 종교에 부정적 시각을 담아 애써 이런 이야기를 덧붙일 것까지야 없지 않나. 2011년 8월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다.


주홍색 연구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김병걸 옮김
동서문화사 펴냄
2003년 발행

김병걸이 옮기고 동서문화사에서 펴낸 이 책은 셜록 홈즈가 처음 등장하는 장편 '주홍색 연구'와 그 다음 장편 '네 사람의 서명'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제목이 '주홍색 연구'뿐이라서 '네 사람의 서명'은 없는 줄 착각할 수 있어 밝혀 놓는다.
 
두 작품은 비슷한 구조로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한다. 두 장편 모두 복수극이다. 범죄자를 잡으면 그 범죄자가 역사적 배경을 끼고 자기 사연을 말한 후 끝난다.
 
아서 코난 도일은 탐정소설의 기반을 확실하게 다져준 작가로 유명하나, 정작 본인의 관심은 역사소설에 있었다. '주홍색 연구'와 '네 사람의 서명'에는 추리를 과학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열망과 역사소설을 쓰고 싶었던 마음이 겹쳐 드러난다. 추리 과학은 전반부에 주인공 홈즈의 발언과 조력자 왓슨의 맞장구로 확립되며, 역사소설은 후반부에 범죄자의 사건 설명으로 쓰여진다.
 
홈즈 시리즈의 전형적인 시작은 사물 추리다. 주홍색 연구에서는 편지를 갖다주는 사람의 전 직업을 알아맞추고, 네 사람의 서명에서는 왓슨이 갖고 있는 시계를 보고 그 주인의 이름, 성격, 경제사정을 술술 정확하게 말한다. 일단 독자한테 한 방 먹이는 셈이다. 왓슨은 홈즈의 설명을 듣고는 감탄하며 그처럼 간단하고 명백한 것을 왜 자신은 몰랐나 한탄하는 독자의 입장이 되어준다.

홈즈 시리즈에 초기 이 두 장편소설은 완벽에 가까운 추리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상세하게 적고 있다. 이후로는 간략하게 언급할 뿐이다.
 
소설에서 그토록 논리적 추리를 강조함에도 정작 두 장편소설 간에는 논리적 모순이 셋 있다. 
 
첫째, 총 맞은 데가 바뀐다. 주홍색 연구에서는 어깨에 총을 맞았다고 해놓고 네 사람의 서명에서는 다리에 맞았다고 나온다. 
 
둘째, 비긴즈가 홈즈와의 약속을 어긴다. 첫 소설에서 분명히 "앞으로 비긴즈 혼자 보고하러 오도록 해. 다른 사람은 여기 들어오지 말고 그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71쪽)라고 했으며 베이커 거리 유격대장 비긴즈는 다음 소설에서 그 말을 지켜야 한다. 홈즈는 네 사람의 서명에서 같은 말을 또 반복한다. "비긴즈. 이제부터는 네가 모두의 보고를 받아 가지고 나에게 전하는 방법을 취해 다오. 이렇게 한꺼번에 밀려오면 곤란해."(258쪽) 
 
셋째, 홈즈의 문학 지식이 전편에서는 전무하다가 다음 편에는 문학 박사 학위 수준이 된다. 네 사람의 서명에서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오가며 각종 격언을 말한다. 칼라일을 몰랐던 그가 독일어로 괴테의 말을 인용한다. 233쪽.
 
왜 이렇게 썼으며 왜 퇴고하지 않았을까? 정확히는 알 수 없고 짐작해 보면 다음과 같다.
 
두 소설은 발표 시기에서 있어서 3년의 간격이 있다. 1887년 발표한 주홍색 연구는 아마도 1886년쯤 썼을 것이다. 다음 편 네 사람의 서명은 1890년에 나왔다. 첫 장편은 의뢰를 받아서 쓴 것이 아니었으므로, 다음 편을 쓴다는 기약을 없었다. 잊고 지냈던 듯하다. 영국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미국 리핑코트 잡지 편집인이 선금까지 주며 청탁하자 '네 사람의 서명'을 쓴 것이었다.

소설 창작 경험이 있는 사람은 대개 알지만, 초창기에는 퇴고를 안 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쓰기에 바쁘다. 그래서 가끔은 등장인물의 이름이 바뀌는 불상사도 일어난다. 그러니까 아서 코난 도일은 첫 작품의 전반적인 인상을 기억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까지는 모르고 일단 어서 쓰기에 바빴던 것이다.
 
두 장편 모두에서 추리의 과학(The Science of Deduction)이라는 똑같은 제목으로 장을 할애해서 탐정추리를 과학의 경지로 구축시켜 놓고는 후반부에서 역사소설을 쓰기에 바쁘다. 첫 편에서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모르몬교 역사, 다음 편에서 인도 대반란(세포이 항쟁)을 다룬다. 이는 복수극 이야기에 사실성을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참고로, 네 사람의 서명에서 "발자국을 보전하기 위해 석고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썼다고 홈즈가 말하는데, 이는 에밀 가보리오의 소설 '르콕 탐정'(국일미디어 펴냄, 78쪽)에서 읽은 것을 다시 쓴 것이다. 홈즈가 그토록 발자국에 집착하는 것은 르콕의 영향이다.


셜록 홈즈 전집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황금가지 펴냄
2002년 발행

도서관에 마침 새 책으로 들어와 있길래, 읽었다.

황금가지 번역판에는 작품 해설이 없다. 원작에 있었던 시드니 파젯의 삽화가 있다. 의역이다.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니었다. 홈즈가 왓슨을 일일이 박사로 부르는 건 어색했다. 원문에는 그냥 You다. 간혹 옮긴이가 가로 안에 설명을 적었다.

'주홍색 연구'는 낭만적인 복수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알약 게임을 선악의 심판이자 신의 존재 증명으로 여기는 주인공은 아무리 봐도 미.. 친.. 분...이다. 작가의 순진한 선악관은 왓슨의 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드러나 있다.

"나는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피해자라고 해도 그가 저지른 죄악에 대해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굳게 믿었다." 72쪽

사건 전개와 추리 과정이 매력이다. 에밀 가보리오의 추리소설(국내 번역된 작품은 '르루주 사건'과 '르콕 탐정')에서 많이 가져다 쓰긴 했지만, 탐정 추리를 과학의 경지로 올리며 완벽하게 설명해서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

한 장에서 의문이 된 수수께끼를 다음 장에서 풀어주는 방식이라서 계속 읽히게 한다. 자연스럽고도 교묘하다.

미국 사회주의 조직과 모르몬교에 대한 경계가 도드라지게 보인다. 한국인 정서에 부담스럽지는 않을 듯 싶다.

이 작품의 치명적인 결점은 제퍼슨 호프가 의심하지 않고 베이커가 221B 번지로 가서 체포된다는 점이다. 반지 찾아가라는 광고에 분명히 주소를 베이커가 221B 번지로 알렸고 범인이 그것을 읽고 함정일 거라 의심스러워서 친구를 대신 보냈었다. 똑같은 주소에서 자기 이름을 대면서 마차 불렀는데 어떻게 의심을 안 할 수 있나. 오류다.


Sherlock Holmes Volume 1 (Mass Market Paperback)
아서 코난 도일 지음
Bantam 펴냄

이 소설은 독자와 정정당당한 게임을 하지 않는다. 여러 힌트가 나오지만 그것으로 범인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애거서 크리스트의 소설처럼 용의자가 나열된 상태가 아니다.

아주 황당한 상황을 그려놓은 후에 하나씩 풀어서 보여준다. 빈집에 한 사람이 살해당했다. 벽에는 글자가 써 있고 여자의 결혼 반지 하나가 발견된다. 1부 3장이 이 소설에서 가장 빛난다. 반지를 단서로 사건 해결이 이어진다. 수수께끼가 풀리는 재미는, 요즘 이야기 못지 않게 뛰어나다. 아직도 읽히고 있지 않은가. 잘 만든 미스터리다.

추리소설의 규칙을 충실하게 따른다. 멍청한 두 경찰이 추측한 범인은 틀렸고, 우리의 똑똑한 주인공은 마지막에서야 마침내 진범을 잡는다.

주인공 셜록 홈즈의 비범한 능력이 읽을거리다. 작가는 이전 탐정과 다르게 완벽한 추리를 해내는 '셜록 홈즈'를 창조했다. 추리의 과학이라 자칭할 정도로 완벽하다. 탐정의 대명사로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를 능가할 인물이 등장하지 못할 지경이니.

도일의 홈즈는 은근히 자기 능력을 자랑하는데, 크리스티의 푸아로는 대놓고 한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사건 해설을 해 주는 홈즈와 달리, 이야기 끝에서 독자의 멍청한 머리를 세차게 때리면서 사건 해설을 들려주는 푸아로는 확실히 더 밉상이다. 그런 포와로는 크리스티의 반전과 잘 어울린다. 작가가 캐릭터를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서 긴장감을 풀어준다.

홈즈는 줄자(a tape measure)와 돋보기(a large round magnifying glass)로 관찰하여 사건의 단서를 추리해낸다. 반면, 포와로는 그런 단서 수집은 경찰 '견'들한테 맡기고 회색 뇌세포는 인간 심리학에 열중하여 발생한 사건들의 연결 고리를 완성하는 데 힘쓴다.

원서로 읽으니까, 소설 끝에 라틴어가 나온다.

"Populus me sibilat, at mihi plaudo. 
Ipse domi simul ac nummos contemplar in arca."

이해할 수 없었다. 고로,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The crowd hiss me; 
but I applaud myself at home, as soon as I contemplate my money in my chest."

"사람들은 나를 야유하겠지. 
하지만 나는 집 안에서 금고 안 금화를 세며 나를 칭찬하리라."

호라티우스의 풍자문 1권 1장에서 인용한 것이다.
http://www.authorama.com/works-of-horace-6.html

1부 3장에서는 성경을 인용한다.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It has all been done before."

전도서 1장 9절과 10절의 일부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 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코난 도일의 문학 지식이 상당하다.

총 2부 14장으로 구성했다. 1부 마지막에 범인이 잡히고, 2부는 범인의 구구절절 로맨스 웨스턴 복수극과 체포 후일담이다. 애써 다 읽어 줄 필요는 없다. 1부 읽은 후 2부 6장으로 건너뛰면 왓슨의 회상록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영어 원서로 읽었다. 

Part I 

Being a reprint from the reminiscences of
John H. Watson, M.D.,
late of the Army Medical Department.

왓슨 의학 박사의 회고록(reminiscences)에서 발췌한 것(Being a reprint)으로 나온다. 왓슨의 1인칭 서술 전기문 형식이다.

이것은 소설입니다라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실화입니다라고 시작하는 모양새다.

당시 많은 독자들이 셜록 홈즈를 실존 인물로 착각한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Chapter I.
Mr. Sherlock Holmes

왓슨이 주인공 홈즈를 처음 만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한다. 우연이었다. 마침 두 사람 모두 방을 같이 쓸 사람, 그러니까 룸메이트가 필요했다. 또 때마침 두 사람을 아는 사람이 둘을 연결시켜준다.

아직 홈즈가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인지 보여주지 않고 수수께끼 상태로 둔다.

범죄 수사에서 과학적 방법을 써야 함을 혈흔 테스트를 통해 강조한다.

왓슨이 불독 강아지(bull pup)를 키우고(keep) 있다고 언급하나, 이후 소설에서 보이지 않는다.

도일은 셜록 홈즈를 쓸 때 퇴고를 안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소설에 오류가 종종 보인다. 작가 스스로 그 오류를 알았지만 고치지 않았다. 빨리 써서 돈 벌 생각밖에 없었다.

Chapter II.
The Science Of Deduction

셜록 홈즈가 자문 탐정(consulting detective) 일을 하고 있음이 밝혀진다.

그 유명한 '머릿속 다락방(brain-attic)' 이야기가 나온다. 홈즈는 범죄 수사에 필요한 지식 외에는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기억이란 물리적 공간과 같아서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사 효율면에서 쓸데없는 지식은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홈즈의 놀라운 추리력을 선보인다. 관찰한 것으로 토대로 한, 무척 재빠른 연역적 사고다. 탐정의 필수 능력이 되어 버린다.

이 소설 집필 당시 유명한 탐정 캐릭터 두 사람(뒤팽 Dupin, 르콕 Lecoq)을 홈즈가 비웃는다. 

왓슨은 홈즈를 소설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인물(outside of stories)로 서술했다. 1인칭 전기문 형식이라서 그렇다.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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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예술이다
Cats in Art (2017년)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은행나무 펴냄
2018년 발행

예쁜 고양이 그림을 보려고 책을 펼쳤는데, 본의 아니게 '서양' 미술사를 간략하게 훑었고 기독교가 등장하기 이전 종교는 쾌락주의였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이집트의 고양이 숭배는 기원전 30년경에 종식을 고했다. 그 여신을 다선성, 쾌락, 음악, 춤과 연관 지어 생각해왔다는 점도 고양이 숭배가 중단되는 데 한몫을 했다. 종교가 웃고 즐기는 행위를 배제하고, 대신에 육체적 쾌락과 정반대라고 여겨지는 근엄하면서 금욕주의적인 접근법을 채택하면서였다." 24쪽.

사진술의 발명은 미술에서 대대적 변화를 일으킨다. 사실주의를 포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차피 정밀하게 묘사하는 것은 사진이 할 수 있는데, 굳이 그림이나 조각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진술이 탄생하면서 화가들은 기나긴 세월 동안 미술 세계에서 지배했던 양식 및 기법과 단절할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의 작품은 더 느슨하고, 덜 세밀하고, 덜 정확해졌다." 105쪽.

우리에게 익숙하고 여전히 인기가 많은 '인상파'는 원래 경멸하는 말이었다. "당시의 평론가들은 그들에게 지독한 공격을 퍼붓었다. 그중 한 명이 경멸조로 "인상파"라는 단어를 썼다. 그림들이 풍경의 흐릿한 인상만을 보여줄 뿐이라는 것이었다. (중간 생략) 그러자 그 화가 집단은 자신들의 그림 양식을 가리키는 위해 인상파라는 용어를 채택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전통 화랑 양식의 속박을 지겨워하던 이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었다." 106쪽. 이때부터 미술은 더 많은 자유를 얻게 되었고 오늘날 바나나에 덕트 테이프 붙여 하얀 벽에 고정한 것이 미술 예술이 되는 지경에 이른다. 현대 미술의 자유는 광기, 장난, 혹은 객기로 보인다.

"앤디 워홀은 고양이를 스물다섯 마리까지 기른 적도 있었고, 중국 화가 아이웨이웨이는 무려 마흔 마리나 기르고 있다." 121쪽. "그녀(레오노르 피니)의 파리 아파트에는 무려 고양이 스물세 마리가 함께 살기도 했으며" 133쪽. 이 정도면 집사가 아니라 사육사다. 예술가 이전에 고양이 사육사네.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하니까 당연하게도 해당 그림이 '대체로' 실렸다. 안 실려 있는 그림은 인터넷 검색으로 볼 수 있었다. 귀찮기는 해도 궁금해서 찾았다.

결국 예쁜 '고양이' 그림이 아니라 인상적인 고양이 '그림'을 보게 되었다. 123쪽에 실린, 파울 클레의 그림 '고양이와 새' 같은 거나 확실히 제대로 미쳤다고 할밖에 없는,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 그림(174쪽) 같은 거 말이다. 그다지 읽고 싶지 않았던 미술사를 읽게 되었지만 재미있고 유익했다. 각 미술가의 삶을 살짝 엿보기도 했다.

책의 후반부는 고양이 그림을 소재로 각 지역 문화를 설명했다. 파라카스, 나스카 문화, 치무 문화, 찬카이 문화, 쿠나 문화, 인도, 시암, 한국, 중국, 일본. 만화와 스트리트 아트를 끝으로 다루었다. 영국 화가 뱅크시는 이스라엘 포격에 파괴되고 남은 벽에 새끼 고양이를 그렸다. 가자 지구의 참상을 알리고 싶었단다.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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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Мать (1907년)
막심 고리키 지음
최윤락 옮김
열린책들 펴냄
2009년 발행

막심 고리키 소설 '어머니' 줄거리

빠벨은 갑자기 술을 마시지 않고 죽은 아버지를 원망하지도 않고 성실하게 공장에 출퇴근한다. 그리고는 독서에 몰두한다. 그의 어머니 닐로브나는 술 취한 남편한테 매를 맞고 살았던 평범한 사람이다. 남편이 죽은 후, 아들의 이상해진 행동을 걱정하던 닐로브나는 아들이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처음에는 그저 아들을 사랑하는 모성애로 아들이 하는 일을 격려한다. 그러다가, 차츰 아들이 하는 일이 자랑스럽고 정의롭다는 것을 알자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글을 깨우치고 불온 전단을 뿌린다. 

빠벨은 러시아 사회 민주 노동당에 가입해서 노동절에 파업을 주도하다 감옥에 갇히고 재판을 받는다. 선고는 시베리아 유형. 재판 도중 그는 감동적인 연설을 한다. 그 연설의 내용을 적은 전단을 가지고 역에 있던 어머니 닐로브나는 경찰한테 들키자 전단을 뿌리면서 힘있게 구호를 외친다.

민중의 언어로 쓰인 소설

이 소설은 1917년 10월 러시아 혁명, 그 사건이 터지게 된 배경을 공장 노동자 빠벨과 그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세밀하게 묘사했다. 

공장 노동자와 시골 농민 사이의 미묘한 갈등, 그리고 지식인과의 갈등도 엿볼 수 있다. 특히 변증법이니 무슨 주의니 하는 말이 아닌 민중의 언어로 쓰여졌기에, 이 소설에는 경험 빠진, 지식인의 논리가 없다.

막심 고리끼는 7세에 고아가 되었다. 초등학교조차도 다니지 못했다. 구두방 심부름꾼, 그릇닦기, 철도화물 짐꾼, 야경꾼 등 밑바닥 직업을 전전했다. 생활고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이래서 그가 쓴 소설에는 지식인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또한 이 소설 '어머니'에서 러시아 혁명 전의 노동자 계급이 처한 상황을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막심 고리끼는 러시아어로 "최대의 고통"이라는 의미라 한다. 그에게 걸맞은 필명이다. 본명은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빼쉬꼬프.

'어머니'는 묘한 작품이다. 내용상으로 극적인 반전이나 재미가 없는데도 끝까지 읽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렇게 읽혀지는 힘은 작가의 성실한 글쓰기 태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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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 
스티브 헬리, 밸리 챈드라새커런 지음
권성환 옮김
중앙북스 펴냄
2009년 발행 절판

친한 두 사람이 세계일주를 하기로 결심한다. 단, 비행기를 타면 안 된다. 그러면 너무 쉽잖아. 가장 빨리 도착한 사람에게 가장 비싼 술 한 병을 주기로 한다. 이렇게 시작한 둘의 여행은 같이 사이좋게 가는 길이 아니었다. 홀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지구를 돌기 시작한다.

글은 그리 무겁지 않은 듯하면서도 살짝살짝 날카로운 데도 있다. 유머 작가들답게 문체는 발랄하고 수다스럽다. 약속은 깨기 위한 것일까? 한 사람은 약속을 깨고 비행기를 타고 편하게 일찍 돌아오지만, 다른 한 사람은 우직하게 약속을 지켜 불편하게 여행하며 늦게 도착한다. 술도 반씩 나눠 마신다.

스티브가 규칙을 어겨서 밸리가 이긴 꼴인데, 밸리는 이 승리에 씁쓸해하지만 나름 자부심을 갖는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은 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겪었던 곤란과 어려움에 정비례한다." 434~435쪽 

여행 같은 인생, 인생 같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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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L'Amant 1984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민음사 펴냄
2007년 발행

차분하면서도 격렬한 문체

작가의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 읽으면 읽을수록 글이 쓰고 싶다. 문체가 차분하면서 격렬하다. "나는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도 글을 쓰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믿으면서도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 나는 닫힌 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34~35쪽)

사건을 시간적/논리적 순서가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쓰고 있어서 읽기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프루스트에 익숙한 뒤라서 수월하게 읽었다.

문장 호흡이 자연스럽고 매끄러워 잘 읽힌다. 김인환 교수가 문장을 많이 다듬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의 번역 문장에는 문학 전공 학자들의 고지식한 직역과 소설가 번역자들의 멋대로 의역이 없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단순히 자전적 소설이라 하기에는 모호하고 복합적이다. 소설인가, 회고록인가? 글의 화자는 '나'라고 했다가 '그녀'라고 했다가 왔다갔다 한다. 1인칭과 3인칭으로 오가며 떠오르는 기억에 따라 글을 써내려간다. 기억의 공백을 상상으로 채운다.

가난한 백인 여자 아이와 백만장자 중국인 남자의 사랑 이야기? 보기에 따라서는 섹스만 줄기차게 해댄 한때의 육체적 쾌락이자 현실 도피다. 추억은 말하는 이를 통해 아름답게 채색되기 마련이다.

문학은 기억과 상상의 언어 결과물이다. 사실을 알고 싶다면 시, 소설, 희곡, 수필이 아니라 역사책이나 언론 매체물을 읽으면 그만이다. 사실 이상의 것, 경험 이상의 것, 인생 이상의 것을 경험하고 이해하고 느끼고자 하는 이들한테 문학 작품이 필요한 법이다.

작가의 회상하는 목소리는 강물의 이미지와 겹치며 조금씩 나아간다. "그 영상은 강을 건너는 동안 줄곧 이어졌다."(11쪽) 전반적으로 어둡고 강렬한 감정의 문장으로 지옥 같은 가족사와 자신의 첫사랑을 그려낸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단절적으로 말한다.

영화 '연인'에서는 쇼팽 음악이 흐르며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소녀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소설 '연인'에서는 간결하고도 강한 마지막 문장이 오랫동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잠깐 뜸을 들인 후 이렇게 말했다. 그의 사랑은 예전과 똑같다고. 그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결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죽는 순간까지 그녀만을 사랑할 거라고."(137쪽) 작중 화자가 사랑을 재확인하며 소설은 끝난다.

문장과 문장, 사실과 사실, 감정과 감정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하며 강렬한 느낌을 남기는 문체가 인상 깊었다.


죽음과 절망 속에서의 사랑

이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내 기억과 달리, 온통 죽음과 절망으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몇 문장이 이 모든 어둠을 걷어낸다.

"우리는 연인이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그는 잠깐 뜸을 들인 후 이렇게 말했다. 그의 사랑은 예전과 똑같다고. 그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결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죽는 순간까지 그녀만을 사랑할 거라고."

이 문장을 다른 소설에 그대로 끼워 넣었다면 흔해 빠진 로맨스소설의 유치한 대사라고 여겼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만 빛은 강렬한 것이다. 문장은 어둠 속에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소설은 예술이 된다.

소설과 영화에서 여주의 묘사는 비슷할 뿐 똑같지는 않다. 영화 쪽에서는 순화한 모양새다. 영화는 직접 보여주지만 소설은 보여지는 것을 상상하게 하는 거라서 다를 수밖에 없다. 소설은 영화에 비해 독자의 상상력을 많이 허용한다.

여자 주인공의 모습은 광대에 가까운 것이다. 마르고 어리고 예쁜 소녀한테 엉뚱한 모자와 황당한 신발이라니. "광대 같은 모자를 쓰고 금박으로 장식된 구두를 신은 나"라고 묘사되어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어머니는 작가와 글쓰기를 존중하지 않았다. "난 그따위 일에는 관심 없다. 그건 가치도 없고, 직업이라고도 할 수 없으니, 일종의 허세에 불과해. 유치한 생각이야."

딸이 쓴 책, 그것도 여러 나라에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된 책 '연인'에 이렇게 묘사되었다. "어머니는 미친 여자였다." 그렇게 불멸의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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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더클래식 펴냄

더클래식 책은 값이 싸기로 유명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번역본 영문판 합쳐서 전자책으로는 9백9십원에 팔고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전자책에는 삽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흥미로운 점이기도 하다. 삽화는 읽기를 돕기도 하지만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한다. 해당 그림 외에 다른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하니까. 그래서 나는 일부러 이 전자책을 읽는다.

종이책에는 삽화가 다 들어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존 테니얼이 그린 그림이다.

영문판 끝에는 단어장이 있으니까 모르는 단어 나오면 영한사전 대신 이용하게 되겠다.

작은 책 미니북을 워낙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클래식 책이 좋다. 작고 가볍고 귀여운 책에 더 끌린다. 더 잘 읽힌다.

밑줄 긋기

내가 흘린 눈물에 빠져 죽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다니!

그동안 희안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앨리스는 불가능한 일은 거의 없다고 믿기 시작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지 그래요? 답도 없는 수수께끼를 푸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요.

찾으려고만 한다면 교훈은 어디든 있는 거란다.

당신의 말을 글로 써 본다면 더 잘 이해가 될 텐데 말로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어요.

내가 지금껏 했던 모든 얘기를 내게 선물로 주마.

언니는 눈을 감고 앉아서 자신이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게 아닌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눈만 뜨면 모든 것이 지루한 현실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밑줄을 다시 읽으면서 알았는데, 꿈이라는 것을 지각하고 반추하는 사람은 '앨리스'가 아니라 '앨리스 언니'였다. 어쩌면 '앨리스 언니'는 앨리스의 현재가 아닐까. 어른이 된 앨리스가 어린 시절 앨리스를 추억하며 상상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 1회독 : 2014.12.17~18
◆ 밑줄 재독 : 201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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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지혜:
그림과 함께 보는 서양철학사

버트런드 러셀 지음
서광사 펴냄 | 1990년 발행

러셀은 수학자답게 이 책을 아주 꼼꼼히 썼다. 사회적 정치적 시대 상황과 흐름, 철학자의 삶과 철학 요약, 비평, 영향 등 빠짐없이 쓰면서도 끊이지 않는 철학사의 흐름을 계속 짚어낸다. 특히, 수학적 철학에 대한 그의 설명은 명쾌하다. 수학과 담쌓고 지내는 나조차 수학 공부를 하고 싶게 할 정도다.

글쓴이는 이성을 중시하는 서양철학의 전통을 벗어나려는 철학을 무척 못마땅하게 여긴다. 이성을 벗어나려는 철학에 대한 논평은 가차없이 매섭게 비수를 날린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신비주의 철학은 심오함이 전혀 보이지 않도록 몇 줄로 요약해 버렸다.

솔직히 말해서, 가끔 그다지 쓸모없는 사실을 나열한다 싶은 부분이 없진 않았다. 매끄럽지 못한 문장, 번역의 문제였을까? 지루하게 반복되는 문장, 강조였을까? 확실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은 재빨리 끝낸다.

이런 결점이 생기는 까닭은 러셀이 서양철학사를 자신의 통찰력에 의해 일관성과 흐름을 유지하며 썼기 때문이다.

객관적 서술은 지은이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이기에 적당치 않다. 사실만을 나열한 교과서식 서양 철학사는 재미가 없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잘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 풀렸다. 그와 동시에, 많은 부분들이 의문으로 남았다. 많이 알수록 많은 걸 모른다는 게 이제야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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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 지음
이다미디어 펴냄
2014년 발행 개정판
전자책 있음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
2005년 발행 초판

자서전인데, 소설처럼 읽힌다. 문장 사이에서 뿜어내는 광기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는 것 같다. 극한까지 가보는 인생, 어디서 읽은 것 같아 생각해 보니, 폴 오스터의 소설 '달의 궁전'의 주인공을 닮았다. 정규 학업 과정이 없이 독학으로 최고의 작가가 되는 과정을 보면, 잭 런던이 떠오른다.

에릭 호퍼는 독학하는 과정에서 글쓰기를 익혔다. "돈을 별로 쓰지 않고 살면서 쉬지 않고 책을 읽었다. 수학이나 화학, 물리학, 지라학 등의 대학 교재로 독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억을 돕기 위해 노트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는 일에 열중했고, 제대로 된 형용사를 찾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27p

호퍼의 글쓰기는 자발적인 본능이다. "내게 글쓰기는 육체적으로 꼭 필요한 일입니다. 나는 좋아지는 것을 느끼기 위해 글을 써야 합니다." 176p "나는 써야 하기 때문에 쓴다. 나는 나 자신을 작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166p

종종 아포리즘 가득한 문장은 니체 같은 통찰을 보여준다. "자기 기만이 없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용기는 이성적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를 본다. 희망은 소멸할 수 있지만 용기는 호흡이 길다. 희망이 분출할 때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 그것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61~62p

미국 자본주의 성찰은 대체로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밑바닥 노동자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면서도 책을 많이 읽은 지성인인 그는 자본주의를 이념의 공격 대상이 아니라 그저 삶의 한 형태로 관조한다.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돈과 이윤의 추구는 사소하고 천박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상한 동기에 의해서만 활기를 띠게 된다면 사람들이 움직이고 분투하는 곳에서 영위되는 일상 생활은 빈약하고 궁색해지기 십상이다." 159p

좌우 양쪽 모두한테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이 별종은 정치적으로 회색을 추구하는 예술가들한테 사랑받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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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무스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
원더박스 펴냄
2020년 발행

슈테판 츠바이크의 전기문은 유명하다. 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해서 생동감이 넘친다.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을 주로 썼다. 열정적인 인물을 골라 썼다.

츠바이크는 왜 에라스무스를 택했을까? 나치 독일의 폭력에 한없이 시달려 마침내 아내와 동반 자살하기까지, 그의 고뇌가 에라스무스의 삶과 겹친다.

전쟁은 광기다. 전쟁을 부추기는 정치꾼들은 이성보다 감정을 강조한다. 그들은 이것 아니면 저것만을 요구한다. 우리편만 옮다. 공평무사한 이성주의자는 회색분자로 몰린다.

겉보기에는 에라스무스 평전이다. 안을 들여다 보면 츠바이크의 소망이다. 인문주의의 부활을 애타게 바랬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글쓴이의 꿈이다. 이성의 평화보다 감정의 전쟁에 열광하는 세상에서, 그는 에라스무스의 삶을 자기가 가야할 길로 여겼다.

인문주의의 죽음을 떠들어대는 오늘날, 서양 인문주의의 시작이었던 에라스무스의 삶을 되짚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의 삶을 읽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으리라. 처음으로 돌아가서, 본래의 뜻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

나는 알고 있다. 더는 사람들이 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는 걸. 더는 좋은 책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걸. 영화와 텔레비전 오락물로 시간을 보내기조차 힘들어 한다는 걸. 인터넷 클릭하기 바쁘다는 걸. 당장에 이 고독과 이 절망을 잊기 위한 순간적 자극물을 게걸스레 먹어치우고 있다는 걸. 그럼에도, 나는 믿는다. 좋은 글이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을. 위로받은 사람들이 선을 행하리라는 것을.

권력의 그늘 아래에서도 모든 책임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조용한 방에서 좋은 책을 읽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의 글을 쓰는 것, 어느 누구의 지배자도 하인도 되지 않는 것, 이것이 에라스무스의 인생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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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한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995년 초판
2012년 개정
2018년 개정판
2021년 큰글자

4B 연필을 오른손에 쥐고서, 임철우의 아름다운 글에 반했다는 이 사람의 글에 그림 그리듯 밑줄 그으며 낱말 하나 하나를 눈으로 꾹꾹 눌러 읽었다. 

어둡지만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발하는 문체다. 시적인 문장을 쓰고 싶었던지 같은 단어를 반복하고 사전에 없는 낱말 '찬결'까지 썼다.

한강의 소설집 '여수의 사랑'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손창섭의 인물들처럼 한 빛깔이다. 이름과 생김새와 성과 나이가 조금씩 다를 뿐 다 같은 이들이다. 현실감이 없어 작위적인 느낌을 준다.

손창섭은 육이오 전쟁 후 폐허의 상황이 있었다. 반면, 한강은 그 현실적인 상황이 없다. 진눈깨비 같은 허구의 인물들을 창조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불균형적이고 비정상적인 가족 관계나 교통 사고나 갑작스러운 죽음과 질병으로 설정하고는 그만이다.

절망이라는 개념을 위해 온갖 등장 인물이 처해진 상황과 운명이 작가에 의해 조율되었다는 혐의가 짙다. 현실적 상황과 사회적 상황은 그의 소설에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허구다. 한강이 소설에서 어둡고 아름답게 펼쳐 보이는 절망과 허무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도 왜 이게 마음에 드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게 분명히 말짱 뻔하게 가짜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진짜로 믿으려고 하고 빠져든다. 물론 책을 읽고 있는 순간만 그렇다. 소설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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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사나이
Der Sandmann (1816년)
E.T.A. 호프만 지음
김현성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1년 초판
2020년 개정판

2001년판 표지에 나온 사람은 모래 사나이가 아니라 작가 호프만이다. 무섭게 생기긴 했다만 그래도 착각하진 말자.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는 발레 '코펠리아'의 원작 소설이다. 발레극은 기계 인형이라는 소재를 중심에 가져다가 각색했다. '코펠리우스'를 빼고는 등장인물 이름이 죄다 바꾸었다. 

'코펠리아'가 아니라 '올림푸스'다. 여자 주인공이 기계 인형 흉내를 내는, 발레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원작에는 없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 나타나엘은 정신이 돌아버려 공포에 질려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발레는 유쾌한 희극이나 소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공포소설이다. 혹시 스티븐 킹 소설 같은 재미로 읽으려 드는 분이 있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다만, 옛날 소설이라 그리 쉽게 읽히지 않는다.

모래 사나이는 서양의 민간 설화다. 어린이 눈에 모래를 뿌려 잠들게 하는 귀신이다. 애들 일찍 재우려고 꾸며낸 이야기 같다. 내 상상으로는 귀여운 요정처럼 생긴 것 같은데, 전혀 아니란다. 무서운 존재의 대표자로 거론되는 모양이다. 메탈리카의 노래 '엔터 샌드맨'이 바로 이 샌드맨이군! 소설의 일부를 인용해 보면 이렇다.

"그건 아주 나쁜 사람인데 자러 가지 않으려는 아이들에게 와서 눈에 모래를 한줌 뿌린단다. 눈알이 피투성이가 되어 튀어나오면 모래 사나이는 그 눈알을 자루에 넣어 자기 아이들에게 먹이려고 달나라로 돌아가지. 그의 아이들은 둥지에서 사는데 올빼미처럼 끝이 구부러진 부리로 말 안 듣는 아이들의 눈을 쪼아먹는단다." 2001년판 16쪽.

작가는 이 민담을 끌어다가 소설에서 내면이 분열된 주인공을 묘사한다. 고등법원 판사가 이런 소설을 쓰다니. 이중생활자네. 이야기의 첫머리에 낭만주의자 나타나엘의 편지와 계몽주의자 클라아의 편지가 나온 후, "친애하는 독자여!" 하며 작가가 직접 말을 한다. 몽상, 동경, 환상, 꿈 등이 이성, 질서, 논리, 현실과 날카롭게 대립한다.

사람들이 나무 인형한테 속아넘어간 후 혼란에 빠진다. "자동 인형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영혼 깊이 뿌리 박혀 실제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의 형상을 한 것에 대한 심한 불신이 생겼다. 이젠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무 인형이 아니라는 것을 완전히 확신하기 위해 애인에게 약간 박자가 틀리게 노래하고 춤추라고 요구하고, 책을 읽어줄 때 수도 놓고 뜨개질도 하고 강아지와 장난도 하고, 무엇보다도 가만히 듣고 있지만 말고 이따금 무슨 말을 하되, 진정한 사고와 감정임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말할 것을 요구하게 되었다." 2001년판 66쪽. 왜 이렇게 웃긴다냐.

'사람처럼 보이는 기계 인형'이라는 아이디어는 이 소설 발표 당시 1816년에는 충격이었으리라.

SF 호러 애독자라면 읽어 볼만한 고전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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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의 서막 
Prelude to Foundation | 1988년
아이작 아시모프 | 황금가지 | 2013년

5권까지가 시리즈 전체 이야기의 끝이다.
6권이지만 시대순으로는 가장 처음이다.

현대정보문화사에서 나온 파운데이션은
이 책 6권 내용이 맨 앞에 있었던 모양이다.

‘파운데이션의 서막’은 이 시리즈의 출발점
심리역사학자 해리 셀던의 이야기다.

클레온 황제와 에토 데머즐 총리는
수학적으로 미래 예견을 하는 법칙을 
발견한 해리 셀던을 궁으로 불러 들인다.

황제는 셀던과 대화를 나눈 후 쓸모없다며 
쫓아내는데 그런 셀던을 기자 휴민이
도와서 황제의 추적을 따돌린다.

휴민은 셀던에게 "은하제국은 멸망하고 
있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셀던은 트랜터에 있는 스트릴링 대학에 
들어가서 연구를 계속한다.

또한 자신을 도와줄 역사학자 도스를
만나서 사랑을 키운다.

역사학을 공부해도 진척이 없자
기상학 쪽으로 눈을 돌린다.

읽다가 포기했다.

1판 18쇄 135쪽 오탈자
당산이 -> 당신이

202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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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과 지구
Foundation and Eearth 1986년

아이작 아시모프 
황금가지 2013년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총 7권인데
이 5권이 시간순으로 마지막 이야기다.

지난 4권 '파운데이션의 끝'에서
집단정신 가이아를 선택한 트레비스.

트레비스나 이 이야기를 읽는 나나 찜찜하다. 
집단정신 초공동체라니, 개인의 자유가 없잖아.

5권은 찜찜함을 해결하고자 지구를 찾는다.
지구에 대한 기록은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일단, 지난 4권에서 언급된 '콤포렐론'에 간다.
중력 우주선을 빼앗으려는 리잘로 장관을 만난다.

장관과 거시기로 문제를 해결하는 트레비스.
지구 찾아 떠나서 금지된 행성에 도착한다.

로봇화된 행성 지하에 사는, 양성체인 솔라리아인.
로봇으로 거의 다 자동화하고 인간 접촉은 최소화.

중후반부는 속독했다.
이런저런 고생 조금 하고서 드디어 지구 발견.

읽기에 지루했다. 사건보다 설명이 많았다.
그렇다고 사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추리소설식 전개랄까. 맨 끝에 짜잔하는 반전과
복선 회수를 겸하고 있다.

달에 접근. 2만 살 로봇 다닐 올리바를 만난다.
인류를 위해 헌신했던 다닐은 죽어가고 있다.

자신의 두뇌 기억을 심기 위한 개체를 불러오는,
다닐의 계획에 다들 놀아난 꼴이다.

트레비스는 우리 은하계에 지성 유기체는 인간이라고
결론 내리면서도 다닐의 기억을 물려 받게 될
양성체 변환 대뇌 능력자 팰롬을 애써 외면한다.

그렇게 끝났다. 팰롬의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7권을 쓴 후 사망한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미완성이다. 이야기 전개상
5권에서 멈추고 말았다. 6, 7권은 파운데이션의 시작이다.

작가가 더 살았다면 8권은 5권 이야기의 끝을 이어받아서
팰롬의 이야기가 전개되었을 것이다.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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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특급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미스터리 걸작선
Masterpieces of Mystery, the The Prizewinners
엘러리 퀸 엮음
제삼기획 펴냄
2006년 발행

이 책은 싱클레어 루이스, 윌리엄 포크너, 펄 벅, 버나드 쇼, 월리엄 버틀러 예이츠, 버트런드 러셀, 루디야드 키플링, 존 갤스워디, 존 스타인벡, 이상 아홉 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이 쓴 추리 범죄 괴기 소설을 모았다.

<완전한 변신> (싱클레어 루이스: 미국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 범죄 소설.
성실한 은행 직원이자 아마추어 배우인 제스퍼 홀트는 광신에 가까운 종교적 신념으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제스퍼의 쌍둥이 형 존 홀트 역할을 동시에 완벽하게 해 낸다. 그는 자신의 은행에 있는 돈을 털기 위해 완벽한 범죄 계획을 세운다. 제스퍼 홀트는 돈을 훔치고 존 홀트로 살아간다. 그러나…… 치밀한 구성과 권선징악의 전형적인 결말이 돋보이는 훌륭한 작품. 자승자박의 아이러니가 재미있다. 수록된 작품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칵테일의 비밀> (윌리엄 포크너: 단편소설의 대가)
아내를 죽이고 자수하는 남자. 숨겨진 그의 과거와 비밀들. 그의 술버릇이 사건의 의문을 푸는 열쇠.

<몸값> (펄 퍽 : <대지>와 <북경에서 온 편지>의 작가)
유괴에 관한 이야기.

<기적적인 복수> (버나드 쇼: 희곡 작가)
아저씨뻘 되는 추기경의 부탁으로 묘지들이 움직이는 신기한 기적이 일어난 일을 조사하기 위해 나는 포 마일 워터로 갔다. 그 일은 실제로 기적이었음을 알았지만, 불친절한 히키 신부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는……

<불과 그림자의 저주>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 괴기 소설.

<코르시카 섬의 악몽> (버트란드 러셀: 철학자)
'덴마트에서의 켈트족 이전의 장식 예술'이라는 연구 논문을 쓰던 나의 친구 N교수와 그를 돕던 비서 미스 X. 비서는 코르시카 섬에서 2주간 휴가를 다녀 온 후, 공포에 사로잡혔고 N교수도 불안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이유를 캐기 시작한다.

<유령의 숨결> (루디야드 키플링: <정글 북>의 작가)
인도의 자그마한 방갈로에 살던 임레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경찰서에 근무하는 나의 친구 스트릭랜드와 나는 그 방갈로를 빌려 생활을 하다가 임레이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웃> (존 갤스워디: 1932년 노벨 문학상 수상)
국경지방에서 한적하게 사는 레멘 부부와 샌드포드 부부. 그 이웃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

<살인>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의 작가)
캘리포니아 중부의 몬테리이군(郡)에 사는 농부 짐 무어와 지나치리 만큼 짐에게 충실한 유고슬라비아 여자인 그의 아내. 결혼식날 그의 아버지는 유고슬라비아 여자는 두들겨 패지 않는 남자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충고를 들었다. 그는 아내가 좋아해서 결코 때리지 않고 화목하게 지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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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전집 순서 출간일순 목록

황=황금가지 전 79권
해=해문출판사 전 80권
포=포레 전 6권

1920 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 황12 해07
1922 The Secret Adversary 황33 해29
1923 The Murder on the Links 황39 해41
1924 Poirot Investigates 황45 해46
1924 The Man in the Brown Suit 황28 해32

1925 The Secret of Chimneys 황26 해36  
1926 The Murder of Roger Ackroyd 황05 해08
1927 The Big Four 황25 해44
1928 The Mystery of the Blue Train 황40 해17
1929 The Seven Dials Mystery 황35 해42

1929 Partners in Crime 황41 해54
1930 The Mysterious Mr. Quin 황23 해55
1930 Giant's Bread 포5 인생의 양식
1930 The Murder at the Vicarage 황24 해31
1931 The Sittaford Mystery 황29 해64

1932 Peril at End House 황16 해16
1932 The Thirteen Problems 황06 해20
1933 Lord Edgware Dies 황34 해22
1933 The Hound of Death and Other Stories 해77
1934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황03 해02

1934 Unfinished Portrait 포4 두번째 봄
1934 The Listerdale Mystery and Other Stories 해67 황76
1934 Why Didn't They Ask Evans? 황22 해27
1934 Parker Pyne Investigates 황21 해35
1934 Three Act Tragedy 황36 해10

1935 Death in the Clouds 황30 해26
1936 The ABC Murders 황44 해06
1936 Murder in Mesopotamia 황64 해18
1936 Cards on the Table 황38 해28
1937 Murder in the Mews and Other Stories 황37 해60

1937 Dumb Witness 황32 해45
1937 Death on the Nile 황13 해05
1938 Appointment with Death 황31 해04
1938 Hercule Poirot's Christmas 황20 해48
1939 Murder Is Easy 황46 해24

1939 The Regatta Mystery and Other Stories 해76
1939 And Then There Were None 황02 해01
1940 Sad Cypress 황47 해25
1940 One, Two, Buckle My Shoe 황52 해19
1941 Evil Under the Sun 황54 해14

1941 N or M? 황50 해40
1942 The Body in the Library 황27 해47
1942 Five Little Pigs 황42 해23
1942 The Moving Finger 황10 해15
1944 Towards Zero 황04 해03

1944 Absent in the Spring 포1 봄에 나는 없었다
1944 Death Comes as the End 황17 해49
1945 Sparkling Cyanide 황61 해53
1946 The Hollow 황43 해51
1947 The Labours of Hercules 황51 해79

1948 Taken at the Flood 황48 해65
1948 The Witness for the Prosecution and Other Stories 황77 해33
1948 The Rose and the Yew Tree 포3 장미와 주목
1949 Crooked House 황08 해59
1950 Three Blind Mice and Other Stories 황15 해38

1950 A Murder Is Announced 황07 해11
1951 They Came to Baghdad 황63 해66
1952 The Under Dog and Other Stories 해76
1952 Mrs McGinty's Dead 황56 해56
1952 They Do It with Mirrors 황65 해52

1952 A Daughter's a Daughter 포2 딸은 딸이다
1953 After the Funeral 황55 해09
1953 A Pocket Full of Rye 황74 해12
1954 Destination Unknown 황62 해37
1955 Hickory Dickory Dock 황71 해70

1956 Dead Man's Folly 황72 해 58
1956 The Burden 포6 사랑을 배운다
1957 4.50 from Paddington 황49 해63
1958 Ordeal by Innocence 황09 해21
1959 Cat Among the Pigeons 황18 해78

1960 The Adventure of the Christmas Pudding 황79 해73
1961 Double Sin and Other Stories
1961 The Pale Horse 황19 해50
1962 The Mirror Crack'd from Side to Side 황53 해43
1963 The Clocks 황57 해71

1964 A Caribbean Mystery 황58 해75
1965 At Bertram's Hotel 황68 해57
1966 Third Girl 황67 해34 
1967 Endless Night 황11 해30
1968 By the Pricking of My Thumbs 황60 해68

1969 Hallowe'en Party 황69 해69 
1970 Passenger to Frankfurt 황66 해39
1971 The Golden Ball and Other Stories
1971 Nemesis 황70 해72
1972 Elephants Can Remember 황59 해62 

1973 Postern of Fate 황75 해80
1974 Poirot's Early Cases
1975 Curtain: Poirot's Last Case 황14 해13 
1976 Sleeping Murder 황73 해61
1979 Miss Marple's Final Cases and Two Other Stories

1984 Hercule Poirot's Casebook
1985 Miss Marple: The Complete Short Stories
1991 Problem at Pollensa Bay and Other Stories
1997 The Harlequin Tea Set
1997 While the Light Lasts and Other Stories 황01

※ 단편집은 영어 원서 자체가 중복 게재가 많으며 번역 전집에서는 중복을 피해 펴냈기 때문에 가끔씩 없거나 다른 책에 수록했다.
※ 출간순이 반드시 이야기 시간순은 아니다. 특히, 단편집은 여러 곳에 게재 후 모아서 내기 때문에 출간순에서 밀려도 이야기는 그 전 이야기일 수 있다.

★ 보너스 : 희곡의 소설화 by Charles Osborne 국내 번역본 없음
1998 Black Coffee (1930년 초연)
1999 The Unexpected Guest (1958년 초연)
2000 Spider's Web (1954년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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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의 끝 
Foundation's Edge 1982년

아이작 아시모프 
황금가지 2013년

이 책 예전에 읽었던 것이 기억났다.
하지만 기록을 남기지 않았으니 완독은 못한 듯.

서문에 지난 3권까지의 이야기를 잘 요약했다.
큰 그림만 그렸기에 각 권 읽는 재미는 남겼다.

제2파운데이션은 정신력에 치중한다.
지구 찾으려는 제1 파운데이션.

트래비스는 트랜터가 옛 지구일 거라 추측한다.
페롤랫 교수는 지구를 가이아로 불렀다고 한다.

제1파운데이션 트래비스 이야기와
제2파운데이션 젠디발 이야기를 교차해 서술한다.

추리소설 같은 진행과 결말이다.
맨 끝에서 질질 끄는데 아주 환장하게 된다.

결국 가이아라 불리는 집단정신행성에 조종당함.
제1, 2파운데이션과 가이아(뮬의 고향) 대치 상황.

그 유명한 로봇3원칙이 나온다. 이 원칙을 따른
가이아는 무력한 상태에 빠졌다. 이제 결단의 시간.

무력을 지배, 정신력으로 지배, 집단정신 속 평화.
트래비스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가이아를 택한 후,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데...
로봇이냐 아니냐보다는 감정에 충실하자는 식이다.

어차피 선택은 각자의 몫이니. 작가도 이 선택을
강요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제시했다.

의문 하나가 해결되지 않았다.
왜 트랜터 도서관에 지구 관련 문헌을 삭제했는가?

가이아는 그에 대한 책임도 목적도 모른다는데.
트래비스는 지구를 찾아 떠나기로 한다.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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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서
Pe culmile disperării 1934년

에밀 시오랑
강 1997년

:: 절망의 끝에서 부르는 환희의 노래

절망, 고독, 허무와 정면 대결
극단에서 느끼는 희열
잠을 잘 수 없는, 그래서 미칠 것 같은

에밀 시오랑의 [절망의 끝에서]를 읽었다. 읽는 내내 열광, 동감, 환희.

이 책을 읽고자 마음먹은 것은 제목과 작가가 쓴 서문과 책표지에 있는 작가의 사진 때문이었다. 절망의 끝에서, 지금 나의 상태가 아닌가. 서문에 글쓴이는 "내게 일어난 중대한 현상, 말 그대로의 재난은 계속되는 불면, 그 쉼없는 공백이었다." 라고 쓰고 있는데, 나 역시 불면으로 지난 대학 1, 2학년 생활을 보내야 했었다. 그 생활은 지옥이었다. 그의 얼굴은 한마디로 악마다. 광기가 느껴지는 저 번뜩이는 눈. 절망과 고독을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철학자의 무서운 얼굴이 이 책을 읽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글쓴이의 이름이 낯설다. 옮긴이 김정숙 씨는 에밀 시오랑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루마니아 출신의 가장 프랑스적인 산문가, 파리 대학에서 끼니를 해결한 영원한 학생, 루마니아에서 잠시 철학 교사직을 맡았던 것 외에 평생 한번도 직업을 가져보지 않았으며 "뤽상부르 공원을 조용히 거닐고 싶다"는 핑계로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사회의 절대 소외자, 프랑스 대통령 관저와 직통 전화로 연결되었던 철학자.(204쪽)

루마니아에서 그는 [눈물과 성자]라는 책을 펴냈는데, 당시 루마니아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사람한테서는 "혼란과 무질서", 다른 비평가들한테서는 "신성 모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 후에 그는 프랑스에서 살면서 프랑스어로 글을 써서 자신의 조국에 복수한다. 그는 사르트르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살았다. 그러나 직접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다.

[절망의 끝에서]는 시오랑의 첫 작품이다. 그는 이 책으로 신예 작가들에게 주는 루마니아 왕립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젊은이다운 무모하고도 거칠지만 정열로 한껏 불꽃처럼 내뿜는 철학적 단상들. 악마의 웃음소리처럼 미칠 듯이 소리치는 절규! 허무와 절망과 고독의 끝까지 가 보는 용기! 그 끝에서 오히려 기쁨의 노래를 읊조리는 아이러니! 읽는 내내 그의 용기에 감탄하면서 울고야 말았다.

"나는 죽도록 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9쪽)

"고통 속에서의 서정은 피와 살과 신경의 노래이다."(12쪽)

"서정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오로지 피, 진지함, 불꽃이라는 데 있다."(12쪽)

"눈물이 뜨거운 것은 고독 속에서뿐이다."(14쪽)

"인간이 살 수 있는 것은 끝없는 긴장을 객관화하면서 진정시켜주는 글쓰기를 통해서뿐이다. 창조는 죽음의 마수로부터의 일시적인 구원이다."(15쪽)

"강한 광기가 숨어 있지 않은 존재함은 가치가 없다."(19쪽)

"나는 공허한 추상보다는 육체적인 격정이나 신경의 파탄에서 오는 성찰을 백배 더 원한다."(36쪽)

"삶이란, 삶과 죽음이 뒤섞인 고통의 연장이라고 느낄 때에만 죽음은 이해된다."(36쪽)

"이성 간에는 정신적인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하나가 되어, 그것이 내게 정신적이라는 환상을 주게 되는 물리적인 현상만이 존재한다. 그때야 비로소 자신이 녹아버리는 감정, 전율하는 온몸의 살이 더 이상 아무런 저항도 장애도 되지 않으며 스스로의 불로 타오르고 녹아버리고 사라져버리는 느낌이 솟아난다."(125쪽)

중간 중간에 사르트르의 철학과 비슷한 부분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또, 기독교에 대한 공격도 보인다. 이렇게 쓰고 있다. "기독교는 사랑을 모른다. 기독교가 알고 있는 것은 사랑 자체라기보다 사랑을 암시하는 관대함과 동정심뿐이다."(170쪽)

감정에 사로잡혀 비약이 심한 부분도 꽤 있었지만, 오히려 그게 마음에 들었다. 거칠 것 없이 저돌적으로 자신의 절망과 싸우는 젊은이의 감정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고독과 절망과 고통을 감상적으로 흥얼거리는 이는 있어도 정면 대결하는 사람은 없다. 에밀 시오랑은 불면의 밤에 그것들을 똑바로 쳐다 볼 용기가 있었던 자다.

[태어난 불편함에 대해서]에서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여러 해 동안 책임감에서 벗어나려고 나는 책을 읽어댔다. 매일 수많은 시간을 아무거나 읽었다.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데 성공한 것을 제외한다면 확실한 이득은 없었다."(190쪽) 대학 3학년 2학기, 현재 나의 상태다. 도서관에 쌓인 수많은 책을 보면 신물이 난다. 저 쓰레기들을 읽으며 보냈던 나의 시간들, 도대체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직도 여전히 이렇게 책을 읽어 치우며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 어리석음.

오늘부터 나는 고독과 절망과 허무와 싸울 것이다. 더 이상 피하지 않을 것이다. 기꺼이 그것들을 끌어안고 살리라. 이제부터 그것들과 정면 대결에 돌입한다.

내 곁에는 에밀 시오랑이 있다. 불면의 밤에 불꽃처럼 깨어 있던 그가.

1997.12.15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챕터하우스 2013년

이렇게 재출간되었다. 제목이 너무 바뀌어서 못 알아 볼 뻔했다.

202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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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김영하 글 사진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2009년 발행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복복서가 펴냄
2020년 발행


김영하는 우리나라 작가 지망생이 가장 부러워 하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리라. 왜 과거형이냐면, 그가 조선일보에 연재한 후 책으로 묶어냈던 소설 '퀴즈쇼' 때문이다. 이 소설이 나오자, 독자 몇몇이 실망하고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어렴풋이 이 작가가 창작 샘이 말랐다는 걸 느꼈다. 역시나 그 후에 여행기 따위의 잡글이 주로 나올 뿐 제대로 쓴 소설은 보이지 않았다.

신문 연재가 끝난 후, 설마 이걸 단행본으로 낼 생각은 아니겠지 싶었는데, 바로 나왔다. 자신감이 넘쳤다. 낭독회까지 했으니. 제정신이라면 자신의 실패작을 그렇게 세상에 내놓을 리가 없을 텐데, 그렇게 했다. 예전에 작품 연재를 마친 후 관점을 바꿔 다시 썼던 것에 비하면, 정말이지 이상하게 보였다.

김영하는 국내 온갖 문학상을 휩쓸었고 열렬한 독자를 얻었고 외국에 자기 소설이 번역되어 읽혔다. 남들이 죽어라도 해도 될까 말까 하는 일을 불과 몇 년 사이에 해냈다. 소설가로서 더 바랄 게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게다가 라디오 프로 사회자에 교수 자리까지 앉았다. 그러다 갑자기 그 좋은 자리를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이 수필집에는 김영하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온 과정과 이유가 있다. 성공에 도취해서 더는 창작하려는 힘이 사라졌다는 말을 전하며, 훌쩍 대한민국을 떠나 외국으로 가 버린다.

무엇이 소설가의 창작 의욕을 좌절시켰나? 독자의 악평을 소설가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창작은 멈춘다. 창작의 배가 침몰하는 건 한순간이다. 그렇다고 호평만 듣고 자기 기만에 빠져서 계속 써댄다면, 그는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셈이다.

진정한 예술가는 단단한 실패를 딛고 창작한다. 성공에 취해 만족한다면, 무엇을 해내야겠다는 의욕은 사라진다. 허기가 없는데 밥을 먹으려 하겠는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엄청난 성공 후에 오히려 일본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국을 떠돌아다녔다. 심지어, 자신이 쓴 소설이 너무 많이 팔린다고 불평했다. 김영하도 같은 모습이 되려는가. 이 책을 봐서는 그런 것 같진 않다. 그동안 너무 여유가 없었기에 휴식이 필요함을 자신과 독자들한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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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0년 발행
복복서가 펴냄
2020년 발행

여러 편을 수록한 단편소설집인데, 
'로봇'만 읽었다.

블랙코미디다. 이런 소설을 진지하게 글자 그대로
읽어 해석하려는 독자가 있으려나.

남루한 인생, 위선적 삶을
넉살 좋게 풍자한다.

로봇 3원칙으로 역설적 상황, 그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뜨린다.

결국, 이 소설의 여자 주인공은 로봇이 아닐까?
정확히 그 3원칙에 따라 살고 있으니 말이다.

모래 섞인 아이스크림 먹는 기분이었다. 
문득 김승옥 소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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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임철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2년 발행

등대 아래서 휘파람
한양출판 펴냄
1993년 발행

외진 구석 도시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그 동안 문학 작품을 머리로만 읽으려고 노력했구나, 하고 문득 깨달았다. 지금까지 많은 시와 소설을 읽었지만,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한 작품은 별로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글이 나의 머리만 뜨겁게 했지, 나의 가슴은 그대로 냉가슴이었다. 그래서 내가 읽은 것은 멋지고 그럴싸한 문장이었지, 글을 쓴 사람의 감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읽어 오던 내가 임철우의 이 소설은 만난 것은 행운이자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모처럼 가슴이 따뜻해졌다.

작가 나름대로의 문체가 다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문체는 작가 임철우의 문장처럼 읽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특징을 지닌 그런 것들이다. 다른 작품에서는 어떻게 썼는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서 작가 임철우는 참 편하게 아름답게 쉽게 썼다. 이 분의 전공이 영문학인데, 오히려 모국어에 대한 사랑이 더 많은 듯하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잘 살렸으며 사투리 구사도 지나치지 않게 적당하다. 이 점이 다른 작가한테서 잘 볼 수 없었던 작가 임철우 문장의 특징이 아닐까.

이 작품의 한 문장을 인용해 본다. "꽤액꽤액 굉장한 비명을 질러 대면서 밤낮 없이 콩쾅콩쾅 요란스레 달려 지나치는 그 기차들 때문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의성어가 반복되고, 꼭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4 3조나 4 4조로 진행된다. 읽는 맛이 절로 난다. 문학적으로 멋지게 꾸며 쓴 흔적이 없는 문장이라서, 글을 읽는 맛은 더욱 꿀맛이다.

인물을 묘사하는 문장 하나를 더 인용해 본다. "개떡처럼 울퉁불퉁한 머리통, 떠도 그만 감아도 그만인 작고 가느다란 실눈, 뭉툭 불거진 입술, 펑퍼짐하게 주저앉은 콧등, 누우런 앞니빨, 얼굴 전체에 좌르르 깔린 주근깨……" 임철우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흐르는 문장으로 작은 풍경과 평범한 이웃 사람들을 묘사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과 꿈을 이야기한다.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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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임철우 지음
문학판 펴냄
2021년 발행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섬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잘나지 못나지도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임철우의 소설 중에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름답다. '사평역'이 그렇고 '달빛 밟기'가 그렇고 '그 섬에 가고 싶다'가 그렇고 '등대 아래서 휘파람'이 그렇다.

나는 유난히 '사람들'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임철우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사평역'의 사람들, '달빛 밟기'에서 시골길을 같이 걷는 사람들,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섬마을 사람들, '등대 아래서 휘파람'에 나오는 구석진 도시 사람들.

"모든 인간은 별이다. 이젠 모두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지만, 그래서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고 누구 하나 기억해 내려고 조차 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건 여전히 진실이다. 한때 우리는 모두가 별이었다. 저마다 꼭 자기 몫 만큼의 크기와 밝기와 아름다움을 지닌 채, 해 저문 하늘녘 어디쯤엔가에서, 꼭 자기만의 별자리에서 자기만의 이름으로 빛나던, 우리 모두가 누구나 다 그렇게 영롱한 별이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낙일도'라는 작은 섬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삶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자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별 하나를 심어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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